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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제치고 부업서 활로 찾는 광동제약 … 기업 근간 지켜야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6-17 02:47:31
  • 수정 2021-06-02 17: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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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익성 하락에 비의약품사업 확장 … 중견기업 전락한 금호아시아나 사례 반면교사 삼아야
광동제약이 지난해 론칭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광동약선’
광동제약이 3년째 매출 1조원을 달성했지만 본업인 의악품 매출은 2390억원으로 전체 20.2%에 불과해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총 매출은 1조1802억원으로 수년째 규모의 성장을 달성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의약품을 제외하고 식품 부문이 4581억원으로 약 39%,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부문이 4975억원으로 약 42%를 차지했다. 본업에서 올린 매출은 총 매출의 반에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매출을 내는 MRO사업 부문은 ‘코리아이플랫폼’이라는 자회사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광동제약이 2015년 코오롱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회사다. 코리아이플랫폼의 매출액은 지난 5년간 지난해 기록한 4975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광동제약 매출 ‘1조 클럽’ 달성은 이 회사를 인수한 게 결정적이었다. 광동제약 매출액은 2014년 5223억원에서 코리아이플랫폼 인수를 마친 2015년 9555억원으로 80% 이상 늘어나 2016년엔 매출액 1조564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업종은 영업이익률이 평균 1% 내외로 낮다는 단점이 있다. 코리아이플랫폼의 영업이익률은 MRO 업계에서도 낮은 편으로 최근 3년간 평균 0.3%대를 기록하고 있다. 늘어난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지속 감소 추세로 광동제약의 총 영업이익은 2014년 505억원에서 2018년 339억원으로 약 165억원 줄었다. 이같은 수익구조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엔 4조원에 달하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HMR 브랜드 ‘광동약선’을 론칭해 식품사업부문에서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광동약선의 제품 구성은 ‘헛개 황태 해장국’, ‘쌍화 갈비탕’, ‘옥수수수염 우린 우렁 된장찌개’ 등이다. 이 회사의 기존 주력제품에 사용한 원료를 내세워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겠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형식품업체가 광동제약의 이같은 행보에 코웃음을 친다는 반응이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동원F&B, 신세계푸드 등 업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강자들 간에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식품회사가 아닌 제약사에서 출시한 가정간편식이 크게 관심을 끌기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시각은 제약업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의약품보다 비의약품 부문 매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연구개발(R&D) 투자가 전체 매출액의 1%에도 못미치는 75억8400만원(0.64%)에 불과해 사실상 제약사로서 본업은 손을 놓고 있다는 평가다. 매년 전체 매출 대비 수익성은 떨어지는데 신약개발 대신 식음료 등 다른 사업을 확장하는 경영전략이 결국 기업의 미래를 더 불투명하게 만들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는 총 매출액의 평균 10% 정도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에서 화학의약품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셀트리온은 지난해 연 매출의 29.4%에 해당하는 2888억원을 R&D에 쏟아부었다. 한미약품은 1929억원(19%), GC녹십자 1459억원(10.9%), 대웅제약은 1231억원(13.1%) 등 비슷한 매출의 다른 제약사와 비교했을 때 광동제약의 75억원 남짓한 연구개발비는 미미한 수준이다. 제약사로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평가가 여기서도 나온다.
 
광동제약의 2018년 3분기 별도 기준 상품별 매출액 구성비를 보면 생수 ‘삼다수’ 30%, ‘비타500’류(약국·소매 합) 15%, 옥수수수염차 8%, 청심원 6.3%, 면역치료제 등 주사제 5.9%, 헛개차 5.7% 순이다. 식음료가 전체 약 60%를 차지한다. 떨어지는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지난 4월부턴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비타500’ 180㎖를 1200원(이하 소비자가)에서 1300원으로 100원(8.3%) 인상했고 약국용 비타500도 같은 날 약국출고가를 9% 인상해 지난해 하반기 7% 인상에 이어 1년간 가격을 16% 올렸다.
 
2015년 ‘혁신형 제약기업’ 선정에 탈락한 뒤 다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같은 모호성을 반증한다. 2012년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될 때 선정된 43개 제약사에 포함됐던 광동제약은 2015년 재지정에 실패했다. 업계에선 의약품 중심기업이라고 보기엔 수익구조가 취약하고 부족한 R&D 투자비율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소위 10대 제약사 가운데 인증을 받지 못한 건 광동이 유일하다. 건일제약, 대화제약, 삼양바이오팜, 에스티팜, 이수앱지스, 파마리서치프로덕트, 파미셀 등 매출 1000억원 미만 제약사가 인증기업에 포함된 점은 광동제약의 큰 덩치를 무색하게 한다.
 
현재 광동제약이 개발 중이라고 밝힌 신약은 비만치료제 ‘KD101’ 정도다. 2013년 비임상 시험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 인제대 백병원 등 10개 의료기관에서 임상 2상 중이다.
 
2016년 미국 바이오기업 오렉시젠테라퓨틱스로부터 도입한 비만치료제 ‘콘트라브(성분명 날트렉손·부프로피온, Naltrexone·Bupropion)’를 국내 출시하고 2017년 막강한 영업력을 가진 동아에스티와 공동마케팅을 진행했지만 실적이 저조했다. 출시 당시 영업사원을 2배로 늘려 매출 100억을 목표로 했지만 지난해 매출액은 30억원에 그쳤다.
 
최성원 광동제약 대표이사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2019년은 내실경영으로의 체질 전환을 통한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제약사업 부문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해 매년 소폭 의약품 관련 매출을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비의약품 부문을 통한 외형성장에 집중하는 형국이다.
 
회사 관계자는 “생수와 MRO 사업이 큰 폭으로 성장하면서 제약부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 들어 외부적으로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사업다각화는 휴먼 헬스케어 브랜드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핵심사업 포트폴리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회사 관계자의 주장이 맞다면 생수와 MRO 사업의 수익성도 점차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생수사업마저도 업소용 사업권은 LG생활건강에 넘겨줬고, 단번에 매출 1조 클럽을 달성하게 도와준 MRO 사업은 수익률 1%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매출은 크되 세후수익은 작은 외화내빈의 함정을 스스로 파서 거기에 매몰돼가는 양상이다.
 
광동제약은 의약품 매출 부진을 질타하는 여론에 ‘광동 침향환’을 올 1월에, ‘광동 진녹경’을 지난 5월에 각각 내놓았다. 강한 한방 브랜드를 활용하는 전략이지만 의약분업 시대에 퍼스트제네릭이나 혁신신약을 앞세우지 않고는 지금의 난국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강고하다.
 
인천 계양구 U약국의 한 약사는 “광동제약에서 출시한 고함량 비타민B1 제품(마이메가 100, 2017년 7월 출시)을 손님에게 추천해도 다른 브랜드를 찾는 경우가 많아 판매가 잘 되지 않는다”며 “다른 제약사에 비해 브랜드 신뢰나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광동제약의 제약부문 매출은 2300억원 정도로 이 매출만 놓고 보면 중견제약사 수준이다. 지나친 외연확장 욕심에 본업을 등한시하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타 업종에 집중하는 것은 기업 정체성 및 신뢰 상실로 인한 고객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4월 재계 순위 10위권의 금호아시아나가 매각대상에 오르며 하루 아침에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원인은 오너의 지나친 외연확장 욕심이었다. 광동제약은 매출 1조 클럽에 연연해 쉬운 길만 걸어가려고 할 게 아니라 이같은 사례를 거울삼아 기업근간을 지키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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