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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구설수 삼진제약 … 언제나 ‘흐림’?
  • 손세준 기자
  • 등록 2019-06-10 12:10:34
  • 수정 2021-06-02 17: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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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계문제·성차별·의약품 안전성 등 논란 … ‘인보사’ 사태 속 신뢰회복 노력해야
삼진제약이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신축 예정인 중앙연구소 조감도
두통약 ‘게보린’으로 친숙한 삼진제약이 세무조사, 성차별, 제조업무정지 등 끊임없는 잡음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세청이 일부 제약사를 대상으로 한 집중 세무조사에서 불법 리베이트 연관성 등이 의심돼 관련 삼진제약 임직원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입건됐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담당 부서가 조사4국으로 알려지면서 심각한 문제에 연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파다했다. 조사4국은 탈세, 횡령 등 기업비리를 전담하는 조직이다. 일각에선 불분명한 회계처리 항목이 불법 리베이트와 연관돼 과징금을 추징당하고 검찰조사까지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삼진제약 측은 “정기적인 세무조사”라며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지난해 11월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 결과 다음달 추징금 197억원을 부과받았다. 이 회사가 지난해 올린 순이익 255억원의 약 77%에 이른다. 이같은 추징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법인세 추징금 85억원, 2013년 132억원, 지난해 197억원 등 최근 3회 추징금만 415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중앙연구소의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 이전이 늦어지는 이유가 추징금 납부 부담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진제약은 2016년 10월 마곡산업단지를 분양받아 서울시와 입주계약을 체결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중앙연구소를 이전하기 위해 65억원의 분양가를 완납했다. 마곡산업단지는 분양계약 체결 후 2년 이내 착공, 5년 이내 완공이라는 조건이 있다. 하지만 착공을 시작하지 못하고 3년차에 접어들자 서울시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만약 삼진제약 측이 이에 응하지 않는다면 완납금액의 20%에 해당하는 13억원을 계약금으로 날릴 위기에 놓였다.
 
여기에 오는 12일 코스닥 상장을 앞둔 항암·당뇨병 신약개발 전문기업 압타바이오 지분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도 자금 부족과 연관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삼진제약은 압타바이오와 2016년 3월 혈액암치료제 ‘Apta-16’ 기술에 대한 공동연구, 지난해 8월 ‘APT-1004-F03’과 특허를 포함하는 황변병성치료제 기술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압타바이오는 기업공개(IPO) 최종 공모가를 3만원으로 확정했는데 이는 공모예상가 2만5000원선보다 20% 높은 금액으로 일반주 공모 경쟁률 약 670대1, 공모금액 4.3조원을 기록하는 등 높은 성장가능성으로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이전까지 한 삼진제약이 압타바이오 지분투자에 나서지 않은 것은 지분투자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지만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일 것이란 추측이 많다”고 말했다. 과도한 추징금으로 기업활동이 차질을 빚고 있는 형국이다.
 
이같은 세무·회계 이슈 이외에 남녀 성차별 이슈도 매년 등장한다. 지난해 3월 이 회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네티즌으로부터 여성차별기업으로 지목되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급과 급여 등에서 남성에 비해 인사차별이 심하다는 게 이유였다.
 
올해 5월엔 여직원 사내모임인 예란회에서 추진한 ‘환아 의료비 지원 수익금 마련을 위한 일일호프’에서 여직원만 술을 판매하도록 시켰다는 내용의 글이 익명 게시판에 등장해 논란이 됐다. 이를 일부 임원이 지시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며 결국 행사가 취소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연이은 성차별 이슈로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이 회사는 1990년대 중반까지 여성 직원만 유니폼을 입게 하는 등 보수적인 직장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약품 관리 이슈도 발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회사의 원료의약품 ‘삼진베타네콜염화물’에 대해 ‘의약품등의 생산 관리의무 위반’으로 오는 13일부터 9월 12일까지 3개월간 제조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
 
1979년 허가받은 ‘게보린’은 삼진제약의 간판상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안전성 논란이 이어져왔다. 이 약의 주성분인 이소프로필안티피린(IPA)은 두드러기·구토·식은땀·숨가쁨 등을 일으킬 수 있고 심하면 과립구 감소증을 유발하거나 사망에 이르는 재생불량빈혈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 이 성분이 골수의 정상 기능을 방해해 과립구가 감소하고 세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 이같은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IPA로 진통제를 만들던 많은 제약사는 성분변경 제품을 내놓거나 철수했다. 해외에선 이 성분의 사용을 금지한 국가도 꽤 많다.
 
식약처가 2015년 4시간 이상 간격 복용, 단기복용 원칙, 15세 미만 소아 및 혈액이상 환자 복용 금지 등의 주의사항을 표기하면 시판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태가 수습됐지만 부작용을 겪은 환자와 관련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현재 IPA 성분으로 국내 시판 중인 완제의약품은 게보린과 바이엘의 ‘사리돈에이정’ 뿐이다.
 
최근 식약처로부터 허가취소 통보를 받은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사태로 제약·바이오업계 전반에 불신과 불안이 가득하다. 신뢰가 생명인 제약업계에서 잇딴 위법행위와 구설수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삼진제약은 소리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정제품(올해는 뇌기능개선제 ‘뉴티린’, 매출을 고려해 해마다 바꾸고 있음) 매출의 1%를 9년째 사회에 기부하는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약 50년간 한국인의 건강을 지켜 온 진정한 ‘한국인의 제약사’로 거듭나기 위해선 안전한 의약품 공급, 신약개발, 주주가치 제고 등으로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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