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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과잉 인공관절수술 청산 원칙주의자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4-24 10:30:38
  • 수정 2021-06-13 18:5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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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후 서남병원 인공관절센터장, 고관절수술 대가 … 2만건 돌파, 양쪽 동시수술로 부담 최소화

“최근 몇 년새 인공관절수술 비용은 ‘첨단치료법’이라는 미명 아래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한국인 환자에겐 불필요한 혈전용해제를 수술 중 과사용하는 문제도 여전하죠. 비단 인공관절수술이 아니더라도 병원, 제약사들의 수익 만능주의로 인한 ‘과잉진료’가 환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불필요한 메디컬 코스트를 줄여 환자가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술받을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게 목표이자 꿈입니다.”

김영후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인공관절센터장(정형외과 전문의)은 1983년 이후 약 40년간 2만건 이상의 인공관절수술을 집도해 온 슬관절·고관절질환 치료 권위자다. 2000년대 중후반 ‘척추·관절병원 전성시대’의 막이 오른 뒤 항상 과잉진료 논란에 휩싸였던 인공관절수술의 가격 거품을 걷어내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인구고령화로 인공관절수술 건수가 급증하고, 척추·관절 병원간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정도(正道)를 걷고 있는 김영후 센터장을 만나 그동안의 연구성과, 인공관절수술 분야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 향후 계획 등을 들어봤다.

양쪽 슬관절·고관절 동시수술로 환자 부담 최소화
 

김 센터장은 양쪽 슬관절(무릎관절)과 고관절을 동시에 수술하는 고난도술기로 인공관절수술 환자의 입원 기간과 비용 부담을 크게 줄였고, 혈전용해제 사용과 컴퓨터내비게이션 시스템의 무용론을 입증해 불필요한 의료비용 발생을 억제하기도 했다.


직접 개발한 고관절 인공관절인 ‘IPS(Immediate Postop Stability)’와 ‘프록시마(Prozima)’는 인공관절과의 접촉면에 있는 뼈의 골 손상과 마모가 적고, 내구성이 우수하며, 인체공학적 디자인으로 합병증을 줄여 인공관절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국내는 물론 영국, 독일, 프랑스 등 16개국에서 그가 개발한 고관절을 사용하고 있다.


인공관절수술은 노화로 뼈와 인대가 심각하게 손상된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손상된 관절을 제거한 뒤 이를 대체할 새 관절을 삽입하는 치료법이다. 인구고령화로 관절염 환자가 늘면서 수술 건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무릎 인공관절수술 건수는 6만6800건, 고관절 인공관절수술은 2만3938건에 달했다.

인공관절수술 비싼 이유? “첨단치료·맞춤수술 빌미로 비용 상승”
 

인공관절수술 건수가 늘면서 과잉진료 논란도 불거졌다. 김영후 센터장은 “맞춤수술, 첨단수술 등 그럴듯한 명목으로 아직 임상근거가 확립되지 않은 치료법을 과도하게 홍보하고, 마치 임상시험하듯 환자에게 실시하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는 기존 전통적인 수술법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입증하는 연구를 집중적으로 실시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젊은 환자에서 세라믹 관절면을 사용해 시행한 슬관절 인공관절수술이 우수한 결과를 보이는가’(Does Ceramic Bearing Articulation Improve the Clinical Outcomes of Total Knee Arthroplasty in Young Patients?)라는 주제로 연구논문을 발표해 미국슬관절학회 학술상을 받았다.

 
이 연구는 가격이 30% 정도 비싼 세라믹 관절면과 일반적인 금속 관절면을 이용한 인공관절수술의 환자 예후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음을 입증, 의료비용 절감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후 센터장은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인공관절수술시 정맥혈전증 발생률이 0.6%에 불과해 굳이 혈전용해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컴퓨터내비게이션·혈전용해제 무용론 입증


2017년엔 컴퓨터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슬관절 인공관절수술과 일반 슬관절 인공관절수술의 결과가 차이가 없다는 논문으로 미국 정형외과학회 슬관절학회 3대 학술상을 수상했다. 이 연구에서 환자의 한쪽 무릎은 내비게이션으로 수술, 한쪽 무릎은 의사가 수술해 15년 동안 추시한 결과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김 센터장은 “‘첨단 기계를 사용하면 수술정확도가 높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달리 컴퓨터 내비게이션이나 로봇수술은 의학적 측면보다 상업적인 측면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컴퓨터나 로봇 장비를 들여오는 데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수술비도 비싸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07년엔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사람에선 인공관절수술 후 발생하는 정맥혈전증 예방을 위한 항응고제 및 혈전용해제 사용이 필요하지 않다는 내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의학계에서는 인공관절수술 후 정맥 내 혈액이 응고돼 정맥을 막고 폐색전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항응고제와 혈전용해제 사용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김영후 센터장의 연구결과 혈전용해제를 사용하지 않은 서양 환자는 70%에서 정맥혈전증이 발병한 반면 한국인 환자는 발생률이 0.6%에 불과했다. 또 한국인은 인공관절수술 후 정맥 혈전증과 폐색전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혈전용해제 시장은 약 1조원 규모로 제약회사들의 매출과 직결된다”며 “제약회사들의 로비로 의료진이 불필요한 혈전용해제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환자는 인공관절수술시 굳이 혈전용해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 없이 수술받는 의료환경 조성이 목표


이처럼 김 센터장이 수술과 연구 분야에서 ‘의료비용 감소’에 집중해 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인공관절수술 환자 중 돈 많은 환자는 드물다”며 “수술 환자 10명 중 9명은 젊을 때부터 중노동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다 무릎이 망가져 병원을 찾는데, 넉넉치 않은 주머니 사정과 비싼 수술비 탓에 가족들의 눈치를 보며 수술을 망설이는 사례가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한 평생 고생해 온 환자들이 이제라도 양질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가급적 저렴한 비용으로 새 관절을 선물해주고 싶어 연구에 매진했다”고 말했다.


양쪽 슬관절이나 고관절을 한 번에 수술하는 술식을 도입한 것도 입원 기간과 기타 의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수술 환자의 절반이 지방에서 찾아오기 때문에 하루라도 입원 기간을 줄여야 숙박비나 입원비 등 경제적 부담을 낮출 수 있다”며 “흔히 양쪽 관절을 동시에 수술하면 환자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예후나 안전성 면에서 별다른 차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환자 더 길게 진료하고 싶어 공공병원 行 선택
 

단순히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항상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김 센터장은 “병원에 들어서면 일단 마음이 크게 위축되고, 거기에 수술이라는 단어까지 듣게 되면 환자가 받는 정신적 충격이 상당하다”며 “환자와 충분히 상담해 마음의 짐을 덜어주고 싶었지만 한 명당 2~3분씩 밖에 진료하지 못하는 현 의료시스템에서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가 2015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서울시 서남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김 센터장은 “서남병원은 공공병원이라 민간 대학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출에 대한 압박이 적어 양심진료를 펼치기 좋은 환경인 데다 환자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며 “부단히 아픈 사람의 입장에 서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환자가 알아 들을 수 있도록 자세히 그리고 알기 쉽게 질병과 치료법을 설명해야 의사와 환자 사이의 ‘신뢰’가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캐나다 토론토대 부속 토론토웨스턴병원 및 소아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정형외과 레지던트, 미국 시카고대 정형외과 레지던트, 미국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인공고관절 및 슬관절 전치환술 펠로우(Fellow), 미국 남가주대(USC) 의대 정형외과 강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조교수 및 부교수, 미국 텍사스테크(Tech)대 의대 정형외과 부교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교수 및 인공관절센터 소장 등을 지냈으며 2015년부터 서울시 서남병원 인공관절센터장으로 의술을 펼치고 있다.

임상 연구 교육 세 마리 토끼 잡을 것 


40년 의사 인생 동안 어려운 의료환경에서도 수술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도전정신과 열정이었다. 그는 “1985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 정형외과학회에서 발표했던 6분 남짓의 가슴 떨리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미국 연수 중 두 평 정도의 좁은 연구실에서 논문을 구상하고 쓰면서 ‘열정’을 품고 ‘세계’를 꿈꿨다”고 회상했다.

  

끊임 없는 연구 성과로 그는 2011년 미국인명정보기관(ABI, The 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으로부터 미래의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11 히포크라테스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매년 정치·경제·종교·과학 등 각 분야 발전을 이끈 10명의 인물에게만 수여돼 의미가 크다.


김 센터장은 남은 의사 인생 동안 임상, 연구, 교육의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의료선진국과 경쟁하려면 단순히 수술 건수 등 눈에 보이는 지표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기초연구 활성, 질병 관련 빅데이터 확보, 의료진의 술기 개선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내 인공관절수술 술기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수술교육시스템을 구축하고, 수술 술기 발전을 위한 다양한 임상정보를 축적하는 데 힘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후(金永煦) 서울시 서남병원 인공관절센터장 프로필


연세대 의예과 및 의대 졸업
미국 토론토대 부속 토론토웨스턴병원 및 소아병원(Hospital for  Sick Children) 정형외과 레지던트
미국시카고대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
미국 하버드대 부속 메사추세츠종합병원 인공고관절 및 슬관절 전치환술 펠로우(Fellow)
미국 남가주대(USC) 의대 정형외과 강사
미국 정형외과 전문의 취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형외과 조교수 및 부교수
텍사스 테크(Tech)대 의대 정형외과 부교수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정형외과 임상교수
차병원 포천중문의대 교수 겸 한국인공관절센터 소장  
세병원 한국인공관절센터 소장 
혜민병원 원장 겸 한국인공관절센터 소장
이화여대 의대 교수 및 한국인공관절센터 소장
現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인공관절센터 센터장 

2007년 미국정형외과학회(AAOS Meeting) 산하 고관절학회 3대 학술상 수상(인공고관절 전치환술후의 혈전’에 관한 논문)
2015년 17회 대한고관절학회에서 최우수 학술상(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들 중 최우수 논문 1편에만 수여하는 최고상).
2017년 미국정형외과학회 슬관절학회 3대 학술상 수상
2018년 미국정형외과학회 슬관절학회 3대 학술상 2년 연속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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