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대상으로 9가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을 접종한 결과 기존 4가 백신보다 감염 예방 범위가 넓어져 최대 92%까지 커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MSD는 27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HPV 백신 ‘가다실9’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및 전세계 HPV백신 접종현황 및 임상시험 결과, 향후 과제 등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HPV 6,11,16,18 혈청형을 커버할 수 있는 기존 HPV 4가 백신 ‘가다실’ 과 여기에 5가지 혈청형을 추가해 HPV 6,11,16,18,31,33,45,52,58형 등 총 9가지 혈청형을 예방할 수 있는 HPV 9가 백신 ‘가다실9’을 공급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전세계 여성에서 다발암 중 두번째, 한국 여성암 중 일곱번째를 기록하는 치명적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궁경부암 환자수는 2018년 6만2071명으로 2009년과 비교해 연평균 2.1% 증가했다.
HPV 감염률은 만 25세 이전에서 약 30%로 가장 높은 유병률 보이며 지난해 3500명이 감염돼 1029명이 자궁경부암으로 사망했다. 주로 성관계를 통한 HPV 감염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HPV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18~29세 여성의 49.9%가 HPV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HPV 감염과 관련된 질환은 자궁경부암 외에도 외음부암, 질암, 항문암, 생식기 사마귀 등이 있다. 항문암은 74~100%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생식기 사마귀는 약 90%의 연관성을 보였다.
김영탁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날 지난 1월 국제인유두종바이러스협회(International Papillomavirus Society, IPVS) 인유두종 리서치(Papillomavirus Research) 저널의 ‘한국인 대상 HPV의 질환 부담과 유형별 빈도 조사’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높은 빈도로 발견된 형질은 HPV 16형이었고, HPV 52·58형의 감염률이 각각 2.3%, 0.9%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국내 자궁경부암에서 HPV 백신의 잠재적인 영향으로 봤을 때 HPV 16형, 18형의 기여도가 74%였고 HPV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감염을 모두 포함한 기여도를 예측했을 때는 약 92%까지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미국 감염학회지(The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된 가다실9 임상 후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추적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가다실9 임상 참여자 중 아시아인 1717명(한국인 307명)을 약 4.5년간 추적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결과 가다실9 접종군에서 기존 가다실에서 추가된 5가지 HPV유형인 HPV 31형, 33형, 45형, 52형, 58형 관련한 자궁경부, 외음부, 질 관련 질환 케이스는 0건이었다. 한국인 대상 접종군에서 지속감염 케이스가 0건이 보고돼 100%에 가까운 효과를 입증했다.
김 교수는 “자궁경부암 발병 감소가 세계적 트렌드인 반면 국내 발병률은 여전히 높다”며 “한국 여성은 HPV 52·58형의 유병률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HPV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백신접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발제에 나선 곤잘로 페레즈 MSD 글로벌 메디컬 디렉터는 전세계의 HPV 백신으로 인한 영향 및 접종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곤잘로 박사는 가다실9에 포함된 HPV유형 확대로 자궁경부암, 항문암, 외음부암, 질암 등 HPV 관련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가다실9에 포함된 추가 5가지 유형(HPV 31, 33, 45, 52, 58)으로 인한 HPV관련 질환 예방효과는 6년간 진행된 임상연구의 추론 결과(primary outcome)에 따라 약 97%로 확인됐다.
HPV 백신 접종을 국가예방접종프로그램(NIP)로 도입한 국가는 2019년 2월 기준 총 116개국이며 호주, 미국 등 27개국이 NIP에 가다실9를 채택하고 있다.
HPV 백신은 과거 자궁경부암 주사로 불리며 여성에게 필수적인 백신으로 소개돼 남성은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발병원인인 HPV가 성관계를 통해 전파되고 남성이 면역체계 상 HPV에 감염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성도 필수 접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곤잘로 박사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감염이 쉽게 일어나 질환 부담이 더 크다”며 “여성은 30세 이후 HPV 감염 확률이 10% 남짓이지만 남성은 70세까지 50~65%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성애나 백신프로그램이 없는 해외에서 다른 형의 바이러스를 옮겨오는 경우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남성의 접종이 필요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질병에 대한 부담을 가지도록 접종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