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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국내 최초 공공정자은행 설립 추진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9-03-24 23:59:28
  • 수정 2020-09-23 0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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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라이오스·공공정자은행연구원 협력 …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 실무자 협력방안 모색 예정

올레 스코우 크라이오스 설립자
약 100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막대한 예산 투자에도 심각한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초의 공공정자은행 설립이 추진된다. 세계 최대 규모의 덴마크 국제정자난자은행 기업인 크라이오스,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부산경제진흥원은 24일 고려대 구로병원 신관 3층 세미나실에서 ‘2019 제1회 국제정자은행 학술대회(The 1st International Conference for Sperm Bank)’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덴마크 수교 60주년을 맞아 오는 5월 양국 외교부·보건부와 함께 크라이오스 공공정자은행의 국내 진출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크라이오스 설립자인 올레 스코우 박사는 “전세계 불임 환자가 5000만명에 이르고 덴마크의 경우 부부의 15~20%가 난임으로 치료받는 등 난임과 저출산은 전세계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에선 공공정자은행이 효과적인 저출산 및 난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떠올라 관련 정책적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세계 정자은행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크라이오스는 1981년 덴마크 오르후스에 설립된 공공정자난자은행 기업으로 인종·유전적으로 다양한 형질의 정자를 기증받아 전세계 100개국 클리닉과 회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공공정자은행은 정부 지원을 받아 난임 부부가 기증받은 제3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결혼을 늦게 하거나 항암치료 등으로 정자를 미리 보관하는 시설을 말한다. 추출한 정자는 -196℃에서 액체질소를 써서 급랭시키는데, 한번 얼리면 수백년 뒤에도 해동시켜 인공수정에 사용할 수 있다. 올레 스코우 박사는 “남성요인에 의한 불임과 난임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정자은행은 난임 해결을 위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며 “추출한 정자는 영하 196도에서 액체질소로 급랭시킨 뒤 차후 해동시켜 인공수정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자는 난자와 달리 구조가 단순해 냉동시 생존율이 높고 더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선별된 정자로 인공수정할 경우 임신성공률은 1회 20%, 2회시 40%, 3회시 60% 정도다.

국내에서는 법률상 부부만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다. 법률상 부부만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는 국가는 한국 외에 프랑스·중국·태국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영국·일본·호주·독일 등은 다른 사람의 정자를 기증받을 물론 레즈비언커플과 미혼모도 합법적으로 정자를 기증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민간병원 차원에서만 소규모로 정자기증 및 보관이 이뤄지고 있다. 한 해 정자냉동 건수는 300여건 정도로 추정된다. 워낙 규모가 작다보니 병원에 없는 정자를 구하기 위해 난임부부가 직접 정자 제공자를 찾아 나서고 이로 인해 대리부 같은 불법적인 정자매매까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저출산 문제 극복과 불법적인 정자매매 억제를 위해 ‘공공정자은행’을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이미 정자 관리를 위한 법률이나 지침을 제정해 운용 중이다. 미국은 1986년 미국생식의학회에서 정자의 선별, 동결보존과 비배우자 인공수정에 관한 표준운용지침을 제정했다. 영국은 1900년에 제정된 인간수정 및 배아에 관한 법률로, 프랑스는 1994년에 만든 생명윤리법에 따라 각각 정자은행을 운영 중이다.

일본도 일본산부인과학회, 후생노동성, 일본생식보조의료표준화기구 등이 관여하는 표준작업지침을 근거로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시행 중이고, 중국은 2001년 정자관리법을 제정한 이후 기증 정자를 국가 자원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비영리공익재단인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이사장 박남철 부산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이 출범해 공공정자은행 설립 기준과 운영지침 등을 마련 중이지만 아직 갈길이 먼 상황이다.

박남철 이사장은 “정자기증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여전해 민간 대 민간이 아닌 국가 대 국가 차원으로 공공정자은행 설립을 추진하게 됐다”며 “정자기증 및 방출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으로 부산 지역에 공공정자은행을 유치해 한국이 중국, 일본 등을 잇는 공공정자은행 허브로 발돋움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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