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시달리며 부족해진 기력을 채울 건강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말복을 맞아 삼계탕, 육개장, 추어탕 등 따뜻한 보양식을 통해 원기를 회복하는 것도 좋은 건강관리법이 될 수 있다.
여름과 관련된 사자성어 중 ‘두량복온(頭凉腹溫)’은 ‘머리는 서늘하게, 배는 따뜻하게’, 즉 속 기운을 보호하고 머리로 열이 잘 소통되도록 하라는 의미다. ‘찬 기운은 올라가고 더운 기운은 내려가야 건강하다’는 한의학의 ‘수승화강(水乘火降)’ 원리와 상통한다.
여름철의 가장 대표적인 보양식인 삼계탕은 닭의 따뜻한 성질로 원기를 더해주고 위장을 따뜻하게 해 소화력을 키운다. 부재료인 인삼과 황기는 기운을 보충하고, 생강과 마늘은 속을 따뜻하게 덥혀 준다. 땀이 나고 체력이 떨어졌을 때 소모된 양기를 보충하는 데 효과적이다.
육개장과 추어탕도 삼계탕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 육개장의 주재료인 쇠고기는 소화를 편안히 도와주며 기운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고사리는 단백질 함유량이 높아 무더위로 인해 떨어진 기운을 회복시키는 데 좋다. 파, 마늘 역시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다. 추어탕은 기력보충과 갈증해소에 좋으며 위를 따뜻하게 해 줘 원활한 신진대사를 돕는다.
음식뿐 아니라 생활방식도 중요하다. 머리에 열이 많으면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느끼기 쉽다. 오랜 시간 어떤 일에 집중하다 보면 머리가 무겁고 몽롱해지거나, 화가 날 때 얼굴이 붉어지고 두통이 나는 게 이 때문이다. 피가 머리로 몰리면 열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여름철에는 머리가 과열되기 쉬워 늘 시원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이와 반대로 배는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 배가 찬 기운에 노출되면 소화 불량으로 인한 복통, 설사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여성은 자궁질환, 생리통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복부·허리에 냉기가 오래 머물면 주변 근육이 경직돼 요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더위를 피해 냉방은 하되 배를 드러내는 일을 피하고, 복부에 이불을 덮고 자는 등 두량복온식 생활습관을 익히도록 한다.
엄국현 자생한방병원 원장은 “한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뱃속 기운은 차가워져 소화기 계통이 약해지기 쉬우므로 신체 균형을 맞추려면 열기를 듬뿍 머금은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더위를 식히겠다고 차가운 것만 찾다보면 오히려 잔병 치레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