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열대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간은 일생의 약 30%를 차지하는 수면을 통해 낮시간 동안 쌓인 신체적·정신적 피로를 푼다. 이로 인해 잠을 제대로 못자면 피로가 쌓여 면역력이 떨이지고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잠을 못자는 것도 문제이지만 적정 수면시간인 7~8시간보다 더 오래 자는 것도 역효과를 볼 수 있다.
김민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팀은 9시간 이상 수면하는 여성은 7~8시간 수면하는 여성보다 뇌졸중 유병률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5~6기 국민건강영양조사(2010~2014년) 자료를 토대로 자가 설문지를 통해 뇌졸중 진단 여부와 수면시간에 응답한 1만7601명의 자료를 수집했다. 이어 대상자를 수면시간에 따라 △하루 평균 6시간 이하 7369명(42%) △7~8시간 8918명(51%) △9시간 이상 1314명(7%) 등으로 분류하고 수면시간과 뇌졸중 유병률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9시간 이상 수면군은 7~8시간 수면군보다 뇌졸중 발생 가능성이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성에서 연관성이 더 커 9시간 이상 자는 여성의 뇌졸중 유병률은 7~8시간 자는 여성의 3배나 됐다.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가 정서적 취약성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성은 모든 변수를 조정해도 수면시간에 따른 유의미한 뇌졸중 위험도 차이는 없었으나 여성은 그렇지 않았다. 수면시간에 따라 여성의 뇌졸중 위험이 좌우되는 것은 여성이 난소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스트레스 반응 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여성은 난소호르몬이 시상하부·뇌하수체 부신축(Hypothalamic-Pituitary-Adrenal axis, HPA축)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 반응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 이는 수면장애 혹은 과다수면으로 이어져 뇌졸중 유병률을 높일 수 있다. 다른 연구에서도 과도한 긴 수면 시간이 뇌졸중 위험을 50%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민영 자생한방병원 한의사는 “이번 연구는 대규모 데이터를 토대로 국내 성인의 수면시간과 뇌졸중 위험의 관계를 성별에 따라 밝혀냈다”며 “뇌졸중에 취약한 중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종합적인 수면 상태와 생활 요소가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영국의학저널오픈(BMJ Open, IF= 2.369)’ 6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