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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동공 크기로 거짓말 탐지? … 설거지만 하면 화장실 달려가는 이유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3-31 22:57:40
  • 수정 2020-09-13 15: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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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장하면 교감신경 우위, 동공 확대 … 부교감신경 활성시 방광 이완돼 요의 느껴
. 눈 홍채 중앙에 위치한 까만 동공은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커졌다 작았다를 반복하는데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크기가 변한다.
첩보영화나 범죄수사물을 보면 범죄 용의자가 거짓말탐지기로 심문을 당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짓말탐지기는 의자 형태이거나 손바닥을 올려놓을 수 있는 타원형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이런 기기는 호흡, 혈압, 맥박, 피부 전기반사 등 생리적 변화현상을 감지해 위증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엔 기존 거짓말탐지기에 동공의 크기 변화를 감지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눈 홍채 중앙에 위치한 까만 동공은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커졌다 작았다를 반복하는데 감정 상태에 따라서도 크기가 변한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동공 크기가 작아지고, 흥분하거나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동공이 확대된다.

임희진 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인간의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뉜다”며 “대체로 교감신경은 흥분제, 부교감신경은 진정제와 유사한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운동 같은 활발한 운동을 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하고 긴장한 상태에서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다. 반대로 잠을 자거나 편하게 휴식을 취할 땐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긴장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동공이 확대되는 것처럼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여러 신체 현상과 깊게 연관된다. 한여름에 공포영화를 보면 더위가 가시는 느낌이 드는 게 대표적인 예다.
뇌 부위 중 편도체는 두려움을 느끼고 위험을 회피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공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인간이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면 편도체에서 신경전달물질인 아드레날린 분비가 늘어 교감신경이 극도로 흥분한다. 이러면 근육과 혈관이 수축되면서 피부에 혈액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전반적인 체온이 떨어진다. 반대로 부교감신경은 억제돼 수축된 혈관이 금방 원상복구되지 않는다.

또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심장이 빨리 뛰고 땀샘이 자극받아 땀이 흐르게 된다. 피부 표면 온도가 낮은 상태여서 보통 식은땀이 나게 되고, 흘러내린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피부 표면 온도가 더 내려가 한기를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공포감을 느꼈을 때 오싹한 기분이 들거나, 닭살이 돋거나,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을 받는 것도 교감신경 활성화로 피부 입모근(털을 세우는 근육)이 수축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또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부교감신경보다 우위에 놓여 침 분비가 잘 되지 않고 입이 바싹 마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쏴’ 물소리를 들으면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지는 것도 자율신경과 연관된다. 물소리가 들리면 뇌는 조건반사적으로 배뇨와 관련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이럴 경우 소변을 볼 때와 비슷하게 방광근육이 이완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신체는 물소리가 들리는 것을 배뇨 과정의 일부로 인식해 소변을 내보낼 준비를 한다. 과민성반광 환자는 이런 반응에 더 예민해 설거지를 하다가도 소변을 보고 싶어 하고, 심할 경우 물 소리를 듣는 것뿐 아니라 물이 몸에 닿을 때에도 요의를 느낄 수 있다. 

물 소리가 요의(尿意)를 유발하는 원리를 이용해 전립선비대증 환자나 출산 후 여성처럼 소변을 잘 못 보는 사람에게 물 소리를 들려줬더니 소변을 잘 보게 됐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원래는 안 그랬는데 물소리를 듣거나 몸에 물이 닿을 때 요의가 느껴지면 나이 탓으로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과민성방광 여부를 진단해보는 게 좋다.

집중력을 높이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백색(白色) 소음도 자율신경계와 연관된다. 인간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되면서 교감신경이 과활성화돼 쉽게 예민해지고 장기적으로는 심장질환 등에 걸릴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일부 소음은 오히려 편안함을 주고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를 나타낸다. 대표적인 게  빗소리, 바람소리,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냉장고 작동 소리 등이다. 조용한 독서실보다 적당히 시끄러운 카페 등에서 공부가 더 잘된다는 사람은 이런 백색소음에 대한 적응력이 높은 편이다. 백색소음은 일반 소음과 달리 교감신경이 줄고 편안함을 느끼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 게 특징이다.

임 교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주로 한쪽이 활성화되면 한쪽이 위축되는 ‘길항 작용’을 한다”며 “두 신경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만 지나치게 과활성되면 여러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으면 동공이 커진 상태에서 줄지 않아 자외선이 눈으로 과도하게 들어와 눈부심이 심해진다. 녹내장이나 백내장 등 안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또 심장이 늘 빨리 뛰어 협심증이나 급성 심근경색 등 심장질환에도 잘 걸리게 된다. 이밖에 교감신경은 눈물샘, 침샘, 귀밑샘, 턱밑샘 등에서 점액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 안구건조증, 구취(입냄새), 충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있으면 위액과 침 분비과 억제돼 소화불량에 쉽게 걸린다. 장운동과 방광운동이 저하돼 변비와 요실금 위험도 높아진다. 성기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남성은 발기부전, 여성에선 질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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