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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행복강박증’ 현대인 … 슬픔 쫓고 행복만 좇다 자존감 추락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8-03-05 16:58:59
  • 수정 2020-09-13 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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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NS로 행복 과시, ‘카·페·인’ 우울증 등 부작용 … 기쁨·슬픔 공존이 중요
남보다 더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감은 미래보다 현재에 충실하고 소비를 지향하는 ‘욜로’나 SNS 등을 통해 적당히 허세를 부리는 ‘있어빌리티’ 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스트레스, 절망감, 우울함의 늪에 빠져 지내는 현대인은 자연스럽게 작은 행복에도 집착하게 된다. 남보다 더 많은 곳을 여행다니고, 고급스러운 음식을 먹어야 자존감이 높아지고 스트레스도 해소되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내가 더 행복해야 한다는 경쟁심리와 불안감은 자칫 성격장애의 일종인 강박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행복을 과도하게 좇다 오히려 우울증, 자존감 하락, 대인관계 기피 등 부작용이 동반되는 것을 ‘행복강박증’이라고 한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행복강박증을 유발 및 악화시키는 주요인이다. SNS는 원래 목적인 소통은 뒷전이고 누가 더 행복한지 자랑하는 경쟁의 장이 된지 오래다. 현실은 박봉에 집세 내기도 벅차지만 SNS에는 비싼 음식이나 명품 사진을 올리며 행복을 과시한다. ‘부럽다’, ‘예쁘다’는 다른 사람들의 댓글과 반응에 행복감을 느끼고 점점 더 SNS에 심취하게 된다.
또 친구나 지인이 올린 사진을 보다보면 나도 더 행복해져야 한다는 욕구와 강박감이 강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행태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고 저축 대신 소비를 지향하는 ‘욜로(YOLO)’나 ‘있어빌리티’ 등과 일맥상통한다.

남보다 더 행복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오히려 삶을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 행복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자신의 삶을 각색하다보면 어느새 현실의 나와 SNS에서의 나 사이에 괴리감이 생긴다. 그러다 여행이나 모임 등 SNS에 올려야 할 특별한 일상이 생기지 않고 자랑거리가 모두 소진되면 행복했던 감정은 점차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이런 심리 상태에서 SNS를 통해 올라오는 다른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계속 보게 되면 ‘나만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상대적 박탈감과 자존감 하락에 빠지게 된다. 

최근 한 구인·구직포털이 전국 20대 성인 남녀 616명을 상대로 ‘자존감이 가장 낮아지는 순간’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가장 많은 170명(27.6%)이 ‘행복해 보이는 지인의 SNS를 볼 때’라고 답변했다. SNS로 인해 느끼는 행복강박증, 박탈감, 자존감 하락 등을 통틀어 ‘카·페·인 우울증’이라고도 한다. ‘카’는 카카오스토리, ‘페’는 페이스북, ‘인’은 인스타그램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SNS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는 과장되고 좋은 면만을 편집해 보여줄 뿐이다. 인간은 자신보다 더 나은 조건을 가진 사람을 동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SNS 속성을 깨닫고보면 타인의 행복해함을 보고 부러움, 우울감을 느낄 이유가 없다.

‘행복은 좋고, 슬픔·고통은 나쁘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도 버려야 한다. 2015년 개봉해 역대 최고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 미국 픽사의 ‘인사이드아웃’은 인간의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은 ‘기쁨’과 ‘슬픔’의 상호공존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다.

미국 마취과 의사이자 정치학자인 로널드 드워킨도 저서 ‘행복의 역습’에서 맹목적으로 행복만 추구하는 ‘인공행복’은 삶의 근본적인 진실을 무시하거나 회피하게 만들고 결국 인간사회를 ‘디스토피아(유토피아의 반대말, 어두운 미래)’로 변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적으로도 슬픈 감정과 눈물은 일종의 해독 작용을 한다. 눈물을 흘리면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호르몬인 카테콜아민이 함께 밖으로 배출돼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된다. 노대영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정한 행복은 희노애락을 복합적으로 느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불안감·슬픔 등 부정적인 감정을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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