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에는 큰 일교차 탓에 면역력이 떨어지고 미세먼지 등 각종 알레르기 유발물질이 신체 내부로 들어와 ‘종합병동’이 되기 쉽다. 환절기에 자주 발병하는 질환들은 면역력 저하와 깊이 연관된다. 일교차가 5~10도 이상 벌어지면 높은 기온에만 익숙해졌던 신체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피부, 근육, 교감신경 등이 과부하가 걸려 망가지기 십상이다.
얼굴 한쪽이 잘 움직이지 않는 안면마비(구안와사)는 대표적인 환절기 질환 중 하나다. 국민 10만명당 30명꼴로 모든 연령층에서 발생하며 학업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이나 취업과 결혼을 앞둔 젊은층에서 발생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보통 뇌의 12개 신경 중 7번째 신경이 마비돼 발생한다. 이 신경은 표정, 눈썹 움직임 등 얼굴 부위의 운동을 주관하기 때문에 마비될 경우 뇌에서 얼굴로 전달되는 신호체계에 문제가 생겨 얼굴 근육을 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한방에서는 과로나 스트레스를 받은 뒤 몸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찬바람을 맞아 담이나 어혈이 생기고, 이로 인해 얼굴 쪽 경락에 기혈이 제대로 순환되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원장은 “안면마비는 입 주변 근육에 증상이 나타나 ‘입 돌아가는 병’으로도 불린다”며 “얼굴 전체가 마비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한쪽에만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증상으로 눈이 꽉 감기지 않고 뻑뻑하면서 시큰거리는 느낌이 든다. 또 한쪽 이마의 주름이 잡히지 않고 눈썹과 눈꺼풀이 처진다. 물을 마시거나 양치질 할 때 입 한쪽으로 물이 새거나, 혀의 미각이 떨어져 식욕을 잃는 것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명처럼 한쪽 귀에 소리가 크게 울리면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안면신경마비를 중풍으로 오해하는 환자도 종종 있다. 중풍은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생기는 심각한 질환으로 얼굴뿐만 아니라 팔·다리 마비가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보통 스트레스나 면역력 저하 등으로 발생하는 안면마비를 말초성, 중풍이나 뇌종양 등 기저질환이 원인이 되는 것을 중추성 안면마비라고 한다.
안면마비는 초기 2주간의 치료가 후유증 여부를 결정한다. 대부분 1~2개월이면 완치 가능하지만 증상이 심해질수록 치료 기간이 6~12개월로 연장될 수 있어 빠른 진단 및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엔 양방과 한방의 장점을 모은 통합진료가 도입돼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먼저 침과 약침, 한약, 양약을 적절히 처방해 안면마비 부위의 염증과 부종을 개선한다. 이후 급성기가 지나면 침, 약침, 안면수기요법, 안면물리치료, 컬러테이프요법, 한약 등으로 마비된 부위의 기혈을 순환시켜 신경을 재생시키고, 위축된 근육을 풀어준다. 증상이 심하면 1~2주간 입원치료가 필요하고 심하지 않아도 입원하면 치료기간을 단축할 수있다.
치료 중엔 아픈 쪽 얼굴을 따뜻하게 하고 바람이 많이 불 땐 마스크를 착용해 찬 공기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마비된 부위에 온찜질을 해주는 것도 도움된다. 또 눈이 잘 감기지 않아 안구건조증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틈틈이 인공눈물을 넣어주고 흡연, 음주, 과로, 스트레스 등을 피해야 한다. 문 원장은 “갑자기 혀의 감각이 둔해지거나, 귀 뒤쪽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을 찾아 안면마비 여부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며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갖는 것은 치료를 앞당기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