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연예인, 유력 정치인, 스포츠 스타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즐겨 찾는다는 ‘공진단(拱辰丹)’을 한번쯤 접해봤을 듯하다. 방송 드라마나 신문 기사를 통해 적잖이 알려진 때문이다.
모 일간지 5월 15일자에 문재인 대통령이 피로 회복 등을 위해 틈틈이 공진단을 복용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중 ‘체력 보충’을 위해 ‘공진단’을 복용했다는 기사가 떴다.
지난 6월 17일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에서는 주인공 김희선이 체력이 떨어진 남편을 위해 공진단을 처방받아 오겠다고 언급했다. 2016년 KBS 최고 인기 드라마였던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주인공 박보검이 김유정의 질병을 치료해 주기 위해 몰래 선물했던 약도 바로 공진단이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공진단의 효능을 “품부허약(稟賦虛弱) 단고천원일기(但固天元一氣) 사수승화강(使水升火降) 백병불생(百病不生)”이라고 표현했다. 즉 허약한 체질로 태어난 사람이라도 공진단을 꾸준히 복용하면, 원기를 아주 단단하게 해줌으로써, 신수(腎水)는 올라가게 하고 심화(心火)는 내려나게 되니, 결국 온갖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는 의미다.
공진단이란 한자 이름을 풀어보면 ‘받들 공(拱)’에 북극성을 의미하는 ‘별 진(辰)’이다. 여기서 북극성은 다름 아닌 황제다. 공진단은 다시 말해 ‘황제에게 바치는 명약(名藥)’이란 뜻을 담고 있다. 실제로 중국 원(元) 제국 시절, 위역림(危亦林)이라는 어의(御醫)가 당시 원 황제에게 직접 약을 지어 바쳤다. 몽고 제국 황제들이 먼 원정과 전쟁에도 지치지 않고 잘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임금들도 공진단을 자주 복용했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왕명의 출납을 관장하던 승정원에서 매일의 궁중 일상을 세부적으로 기록한 ‘승정원일기’에 공진단이 꽤 자주 등장한다. 특히 숙종과 장희빈 사이에 태어난 경종은 어릴 때부터 매우 병약해 체력보강과 원기회복을 위해 공진단을 꾸준히 복용하였다는 기록이 종종 목격된다.
33세에 승하한 강화도령 철종도 정력 향상을 위해 공진단을 많이 복용했다. 정조와 순조는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공진단을 상복했다. 특히 성군(聖君)으로 칭송되는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 화병을 심하게 앓아 공진단을 여러 번 복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순조 또한 안동 김씨의 세도정치로 생긴 화병과 소화불량을 다스리기 위해 공진단을 꾸준히 복용했다.
공진단의 원래 처방명은 보간환(補肝丸)이다. ‘간(肝)’의 기운을 보강해준다는 약이다. 한의학에서는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간의 기운이 약해져서 생기는 질환으로 보고 그 치료에 쓴다. 잦은 음주로 숙취가 만성화됐거나 간기능이 저하됐을 때 이를 개선하는 목적으로도 처방된다.
2009년 12월는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급 해외 의학저널(IF 2.2)인 ‘뉴로사이언스 레터스(Neuroscience Letters)’에 ‘공진단 복합 성분 한약 처방의 신경성장인자(NGF, Nerve Growth Factor) 조절을 통한 기억력과 학습능력 증진’이란 한의학 논문이 게재돼 공진단의 또다른 효과가 입증됐다. 긴 수험생활에 지친 학생이나 취업준비생의 체력증진 및 학습력 개선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황만기 서초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공진단은 피로에 지친 수험생과 학생들의 기력을 올려 집중력을 향상시킨다”며 “왕성한 체력이 요구되는 운동선수, 체력저하와 스트레스로 기가 소진된 중장년층, 큰 수술이나 질병·사고로 원기보충이 필요한 사람, 건망증이나 조기치매를 보이는 노년층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매사에 우울증·불안감을 토로하는 갱년기 여성과 음주과다로 간기능이 약해진 남성 등이 꾸준히 복용하면 무더위로 초래된 ‘저질체력’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