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분석기업 BGI, 생물학적제제 CRO업체 우시앱텍 … 최대규모 자랑 항체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은 아직 … 3S바이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현지서만 인정
제네릭 제조회사 항서제약, 항암제 R&D 강화
지난 4월 10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이 많이 이뤄져 주요 생산지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합성의약품 대부분은 여전히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생명공학 분야를 육성해 값싼 복제약 공급자라는 이미지를 벗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국립보건·계획출산위원회(National Health and Family Planning Commission)는 2014년 헬스케어 지출액이 3조5312억위안(약 586조8850억원)으로 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딜로이트는 중국 헬스케어 시장이 기존 성장속도를 이어가 2020년엔 6조2147억위안(약 1032조883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야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업체로는 △면역항암제 등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기업인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항암제 파이프라인이 강한 제약회사인 장쑤성(江蘇省) 장쑤항서제약(JiangSu HengRui Medicine, 江苏恒瑞医药股份有限公司) △바이오시밀러기업인 3S바이오(3SBio) △유전자분석기업인 베이징지노믹스(BGI, Beijing Genomics Institute) △임상시험대행(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회사인 우시앱텍(WuXi AppTec)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 최대 바이오기업인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는 초기 임상을 진행 중인 면역항암제 3종이 2015년 3월 글로벌 상위 20위 이내에 드는 제약사인 미국 일라이릴리와 라이선스아웃돼 화제를 모았다.
이 계약으로 cMET 및 CD20을 타깃으로 한 단일클론항체 2종과 전임상 단계의 면역항암후보물질 1종 관련 중국 상용화는 이노벤트가, 중국 외 지역 상용화는 릴리가 맡기로 했다. 이노벤트는 계약금 5600만달러(약 630억원)에 마일스톤(개발단계에 따른 기술료)으로 최대 4억달러(약 4560억원)을 받게 됐다.
cMET은 간세포성장인자(hepatocyte growth factor, HGF)에 작용하는 티로신인산화효소(tyrosine kinase)이며, CD20은 B림프구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지난 5월 한미약품은 이노벤트를 이중항체 플랫폼기술인 ‘펜탐바디(PENTAMBODY)’를 활용한 면역항암제를 공동개발할 파트너로 선정했다. 펜탐바디는 하나의 항체가 서로 다른 두 타깃에 동시에 결합하는 이중표적 항체기술로 이를 적용하면 면역 및 표적 항암치료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양사는 2019년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연구 중이며, 한미약품이 중국 외 지역의 상업화를 주도하기로 했다.
항서(항루이)제약은 김해영·김현태·김승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팀이 지난해 5월 발간한 ‘중국 헬스케어 산업 걸어온 길과 나아갈 길, 우리나라의 데자뷔’ 보고서에서 제네릭 생산을 넘어 신약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로 소개됐다.
항서제약은 중국 제약회사 중 최초로 항암제와 마취제 제네릭을 유럽 및 미국으로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범용 항암제인 시클로포스파미드(cyclophosphamide), 직장암치료제인 옥살리플라틴(oxaliplatin), 경구용 마취제인 세보플루란(sevoflurane) 등을 2012년부터 유럽에 공급한 데 이어 2014년부터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항서제약은 부광약품이 미국 LSK바이오파트너스와 공동개발한 경구용 말기 위암 표적치료제인 아파티닙메실레이트(apatinib mesylate)의 중국 판권을 확보해 2014년 11월 현지 시판허가를 받았다. 중국 흥업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매출이 약 8억위안(약 1330억원, 비급여)에 달했다. 항서제약은 말기 폐암, 간암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한 3상 임상을 진행 중이다.
항서제약의 2015년 매출액은 93억2000만위안(약 1조5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5억6000만위안(약 4260억원)으로 44.4% 증가했다. 전체 매출 중 항암제가 38억4000만위안(약 6390억원)으로 약 41.2%를 차지했다.
2015년 9월 개발 중인 항PD-1(programmed cell death receptor-1, 프로그램된 세포사멸 수용체-1) 면역항암제인 ‘SHR-1210’을 임상 1상 단계에서 미국 바이오의약품회사인 인사이트(Incyte)에 계약금 2500만달러(약 280억원) 및 추후 마일스톤 최대 7억7000만달러(약 875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인사이트는 일라이릴리에 야누스키나제(Janus Kinase) 억제제 계열 먹는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인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 개발명 ‘INCB28050’)를 기술이전한 회사로 알려져 있다.
티피아오는 2013년 현지에 출시된 유일한 사람유전자 재조합 트롬보포이에틴 제제로 지난해 혈소판감소증(thrombocytopenia) 치료제 시장에서 IMS헬스데이터 기준 중국내 시장점유율 45.6%를 차지했다.
이새푸는 2005년에 현지 시장에 출시된 암젠의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인 ‘엔브렐’(성분명 에타너셉트, etanercept)의 바이오시밀러로 임상연구 결과가 부족해 중국 외 지역에서는 인정을 못받고 있다. 지난해 TNF-α억제제 중국 시장에서 62.7%를 점유해 오리지널 품목인 엔브렐, 애브비의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 adalimumab)’, 얀센의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infliximab)를 압도했다. 3S바이오는 지난해 성과보고서에서 연매출 279억위안(약 4조6590억원) 중 이들 치료제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고 밝혔지만 품목별 매출액은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인 ‘베네팔리’(국내·미국 상품명 ‘브렌시스’)와 셀트리온의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가 허가가 까다로운 유럽·미국에서 판매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에 비해 중국은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BGI는 중국개발은행(China Development Bank)으로부터 2010년부터 10년간 총 15억달러(약 1조7110억원)를 투자받아 연간 1만5000명의 유전자를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 2013년 3월에는 세계적 수준의 DNA분석기술을 보유한 미국 컴플리트지노믹스(Complete Genomics)를 1억1760만달러(약 1340억원)에 인수해 질적인 측면을 보강했다.
국내 유전체분석기업 한 임원은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전체분석 시장의 규제를 풀고 투자 규모도 한국보다 약 10배 커 BGI 등 현지 업체가 국내 기업의 기술력을 다 따라잡은 상황”이라며 “미국·중국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암·유전질환 진단 및 치료에 활용되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next-generation sequencing) 기반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병원 의료진을 통해서만 제공할 수 있어 유전체분석 전문가 중심의 국내 관련 업체가 시장을 주도하지 못해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우시앱텍은 영국계 글로벌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생물학제제 관련 현지 연구개발·생산 독점권을 가진 파트너사로 2015년 12월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인터루킨-6(IL-6) 항체인 ‘MEDI5177’을 공동연구하고 있다. 모회사인 우시파마텍(WuXi PharmaTech)은 2008년 미국 독성시험(GLP, Good Laboratory Practice)기관인 앱텍(Apptec)을 인수해 중국과 미국에서 CRO 서비스를 하고 있다. 연매출은 7000억~1조원으로 직원 수는 9000명에 달한다.
이밖에 인슐린 생산기업 중에서는 통화동보제약(Tonghua Dongbao Pharmaceutical), 혈액제제(알부민·면역글로불린 등) 생산업체로는 상해래시(SHANGHAI RAAS Blood Products)가 오랜 역사와 현지 최대 생산규모를 갖췄다.
백신사업은 국영 중국바이오기술그룹(China National Biotec Group, CNBG)에 속하는 베이징미곡생물의약유한공사(Beijing Vigoo Biological)·상하이생물제품연구소(Shanghai Institute of Biological Products) 등 6곳이 이끌어 민영기업의 진출이 더딘 편이다.
김해영 애널리스트는 “중국 헬스케어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 현지 기업의 경쟁력은 아직 열악한 편”이라며 “중국 바이오산업은 △혁신신약 우선심사제(지난해 2월 시행) 및 의료보험 우선적용(지난해 3월 시행) 등 자국기업 보호·육성정책 △고령화 △소득증가 등에 힘입어 머지 않아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