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유모 씨(30)는 얼마 전 운전을 하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증상을 발견했지만 피곤해서 그럴 것이란 생각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3일 뒤부터 손떨림이 심해져 계약서에 사인하거나 밥을 먹을 때 실수하는 등 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시작했다. 최근 고객으로부터 ‘젊은 분이 왜 이렇게 손을 떠세요’라며 농담 아닌 농담을 들은 뒤부터는 떨림 증상이 더 악화됐다. 고민 끝에 인근 한방병원을 찾은 결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수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전증은 손의 일부나 전체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것으로 초기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지만 심할 경우 심리적 압박감까지 동반돼 삶의 질이 떨어진다. 노인층에서 발병률이 높지만 최근 시험이나 직장생활 등으로 정신적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해 젊은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외관상 좋지 않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나이가 어릴수록 손떨림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가 심하다.
문병하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 대표원장은 “손떨림은 발병 원인에 따라 생리적 손떨림, 본태성 손떨림, 심인성 손떨림으로 구분되고 파킨슨병, 중추신경계질환, 갑상선기능항진증, 커피 등 카페인음료, 음주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동의보감은 수전증의 발병 원인을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심허(心虛)와 음주에서 찾는다”고 설명했다.
전체 환자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본태성 손떨림은 신경계 등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데 손이 떨리는 것을 의미한다. 발현 시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40세 이후에 나타날 때가 많다. 생리적 손떨림은 정상인이 흥분, 불안, 피곤한 상태이거나 술 또는 커피를 마신 뒤에 나타난다. 주로 양쪽 손이 떨리며, 정신적 흥분 상태나 피로가 해소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가라앉는다.
보통 글씨를 쓰거나 술을 따를 때 손이 떨리는 운동성 떨림과 양팔을 가슴 앞으로 쭉 뻗은 자세에서 팔꿈치를 살짝 굽혔을 때 증상이 심해지는 자세성 떨림이 나타난다. 1초당 4~8회 빈도로 손, 머리, 목소리가 떨린다.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해 혼자 있을 땐 괜찮다가도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증상이 심해진다.
술은 수전증 증상을 유발 및 악화시키는 주요인 중 하나다.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스페인 내 65세 이상 3300여명을 대상으로 음주 습관과 신경 증상을 비교한 결과 하루에 세 잔 이상 술을 계속 마시면 수전증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전증은 파킨슨병 등 다른 신경계질환과 손떨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거나, 헷갈리기 쉽다. 물건을 집을 때 손이 떨리면 수전증, 가만히 있을 때 증상이 나타나면 파킨슨병일 확률이 높다. 아직 나이가 젊은데 손떨림 증상이 지속되면서 체중감소 및 가슴 두근거림이 동반되면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수전증은 정확한 발병원인을 찾아 초기에 치료하면 충분히 치료될 가능성이 높다. 광동한방병원 뇌기능센터의 양·한방 통합진료는 뇌혈류검사(TCD), 전정기능검사, 혈액검사, 동맥경화도 검사 등을 실시해 소뇌와 대뇌 등 중추신경계의 기능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이어 한약, 침, 약침, 테이핑요법, 추나요법 등으로 증상을 개선한다.
문 원장은 “수전증은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치료될 가능성이 높지만 증상이 오래될수록 회복이 쉽지 않고 치료기간도 길어진다”며 “손떨림 증상이 부끄러워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과도하게 신경 쓰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스스로 떳떳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잠을 충분히 자고 명상 등으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스트레칭을 포함한 유산소운동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