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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중독자들이 성형외과·피부과 찾는 이유?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7-05-01 17:54:19
  • 수정 2020-09-13 16: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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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가 ‘통증 예민’ 호소하면 수면마취에 관대 … 최근 구설수 오를까 중독 환자 거부
프로포폴을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소량 주입해 환각작용을 극대화하려는 중독자가 늘어 사회문제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미용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A모 원장은 최근 당황스러운 손님이 내원해 진땀을 뺐다. A 원장은 “환자는 첫눈에 보기에도 무척 불안해보였고, 이런 저런 시술을 과도하게 받은 상태였다”며 “그는 자신의 성형실패 히스토리를 늘어놓으며 여름을 앞두고 손발에 땀이 많이 나니 손가락, 발가락 사이사이에 보톡스를 놔 달라는 당황스러운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통증에 민감해 반드시 프로포폴로 수면마취를 하고 시술받겠다고 우겼다”며 “아니나 다를까 정맥주사 흔적이 보여 ‘저는 보톡스 시술은 자신이 없습니다’라고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환자를 돌려보냈다”고 털어놨다. 

최근 프로포폴에 중독된 사람들이 즐겨찾는 병원은 성형외과·피부과·미용클리닉 등이다. 아프지 않아도 찾아가는 데 부담이 없고, 통증에 약하다고 말하면 어느 정도 수면마취를 용인하는 분위기 탓에 시술 문턱이 낮은 편이다. 

이에 성형외과·피부과 등에서 고객에게 수면마취를 최소화하려는 분위기다. 엉겁결에 의료사고 중심에 끼일까봐 알아서 환자를 거르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B모 원장은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불필요한 시술을 구태여 찾는 의료소비자도 종종 내원한다”며 “이럴 경우 무조건 되돌려 보낸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의 팔뚝 등에 주사자국이 나 있고 멍든자국이 보인다면 거의 100% 프로포폴이 목적인 환자”라고 덧붙였다. 

프로포폴은 다양한 오남용 사건·사고로 대중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된다. 하지만 정확한 용법과 용량을 준수하면 유용하고 안전한 정맥주사 마취제라는 게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평가다. 

이 주사제는 1977년 영국 화학회사 ICI가 화학합성으로 개발한 수면마취제다. 페놀을 작용기전으로 하는 ‘페놀기’가 붙어 있는 화합물로 물에 녹지 않아 대두유에 약품을 녹여 주사해야 한다. 이 탓에 뿌연 흰 색으로 보여 ‘우유주사’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기존 수면마취제는 주사 후 약물이 근육 등으로 흘러가거나 체내에 쌓일 수 있어 마취에서 깨는 시간이 더디거나 개운하지 못했다. 반면 프로포폴은 마취 유지시간이 짧고 각성이 빨라 골치 아프지 않고 깨끗하게 회복된다. 보통 2~8분이면 마취에서 깰 수 있고, 약물이 간에서 대사돼 소변으로 모두 빠져나와 몸에 남지 않는다. 다른 마취제를 사용할 때처럼 구역질을 일으키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제대로 쓰면 안전한 약물이지만 초기엔 ‘중독증상’이라는 부작용이 간과됐다. 프로포폴은 다른 수면마취제와 달리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오르가슴을 느끼거나, 코카인을 맞을 때와 비슷한 만족감을 유도하기도 한다.

프로포폴을 맞으면 뇌기능이 억제되며 수면신호를 보내는 ‘감마아미노부틸산’(γ-Aminobutyric Acid, GABA) 수치가 높아져 의식이 사라진다. 이 때 뇌의 도파민 조절기능도 마비돼 기존 수면마취제에서 발생하지 않던 ‘도파민 다량 분비 효과’가 나타난다. 이 과정이 프로포폴 중독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로포폴에 중독될까봐 위내시경이나 미용시술을 받을 때 수면마취를 배제한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약물에 중독되는 경우는 흔한 게 아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남궁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프로포폴로 마취돼 잠든 경우 도파민이 주는 ‘도취감(euphoria)’을 느끼지 못한다”며 “마치 술을 마신다고 모든 사람이 전부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도취감을 느끼기 위해 마취되지 않을 정도로 양을 줄여 맞는 사람에서 나타난다. 이럴 경우 마취되는 동안 묘한 환각작용을 겪고, 마취가 깬 후에는 피로가 해소된 듯 개운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같은 방식으로 오랫동안 프로포폴을 쓰다 보면 결국 중독될 우려가 높아진다. 건강한 사람에게 프로포폴을 마취 용량 이하로 투여했을 때 의존성을 보인다는 임상시험 결과도 이를 뒷받침 한다.  

주변의 누군가가 과도하게 반복적으로 마취를 요하는 이런저런 시술을 받고 있다면 한번쯤 프로포폴 중독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나도 모르게 프로포폴을 투여 받고 싶은 갈망이 느껴지는 것도 중요한 위험신호이다. 이밖에 평소 우울감·불안 등 정서적 증상이 있거나, 밤낮이 바뀐 생활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약물의 유혹’에 넘어갈 우려가 높아 주의해야 한다.

프로포폴은 다른 마약류처럼 눈에 띄는 부작용을 내는 것은 아니지만 오남용하는 경우 자칫 기도가 막혀 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고, 저산소증·저혈압도 올 수 있다. 

프로포폴은 호흡을 억제하기 때문에 시술 시 의사는 환자가 호흡을 제대로 하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프로포폴을 투여할 때 산소, 기도유지에 필요한 장비, 응급약은 필수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제대로 사용할 경우 대부분 안전하지만 남용자나 중독자들은 대개  혼자 몰래 주사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무호흡증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프로포폴이 의존성을 일으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마약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미국에서 2009년 이를 통제물질로 지정한 적은 있지만 마약류로 지정한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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