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과 미모를 생각하는 주부들이 식탁에 자주 올리는 게 ‘카카오닙스’(cacao nibs)다. 달콤한 초콜릿 향기, 딱딱한 식감, 쌉싸름한 맛으로 독특한 건강식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닙스는 카카오열매에서 얻을 수 있다. 카카오열매를 세로로 자르면 옥수수처럼 하얀 과육이 알알이 박혀있다. 과육 속에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빈이 들어 있는데, 이를 발효하면 겉에 붙어 있던 과육 찌꺼기가 떨어지고 카카오빈만 남게 된다. 남은 카카오빈을 로스팅해 껍질을 제거하고 잘게 부순 게 카카오닙스다.
카카오닙스가 떠오른 이유는 ‘먹을수록 젊어지는’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다고 알려지면서다.
대표적인 항산화물질은 폴리페놀(polyphenol)이다. 이는 식물이 자외선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일종의 방어물질이다. 섭취하면 체내 세포를 공격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해 염증을 예방하고, 외부 유해 물질을 제거하며, 체내 DNA와 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폴리페놀은 과일과 채소의 씨앗·뿌리에 많이 분포돼 있으며 떫고 쓴 맛을 내고, 식물 고유의 색깔을 만든다. 폴리페놀은 종류만 5000여 개에 이르고, 각각의 종류에 따라 효능 효과가 다르다.
폴리페놀의 효능이 부각된 것은 1990년대 부터다. 1992년 유명 의학학술지 란셋에는 프랑스인의 와인 섭취와 심혈관 질환간의 연구결과가 소개됐으며 이후 폴리페놀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프랑스인은 육류 섭취율이 높음에도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미국인의 3분의 1수준이었으며, 한 방송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레드와인 속 폴리페놀과 연관이 깊다고 소개했다. 대표적인 폴리페놀은 카테킨(Catechin), 안토시아닌(anthocyanin),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케르세틴(Quercetin) 등이다
최근 폴리페놀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건 카테킨이다. 항산화 효과는 물론이고 집중력 증진과 혈관건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닙스에는 카테킨이 풍부하다. 100g당 8600㎎ 함유돼 있다. 녹차 대비 20배, 아몬드 대비 19배 더 많은 수치다. 이렇다보니 아로니아, 강황과 함께 세계 3대 항산화 식품으로 불린다.
카테킨은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체내 노폐물을 제거하고 내장지방 축적을 억제해 소소한 다이어트 효과를 낸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강화시켜주기도 하며, 무엇보다 혈관건강에 유익하다. 소화운동을 촉진시키고 혈관확장을 도와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카카오닙스 속에는 카테킨뿐만 아니라 항산화 물질 ‘테오브로민’(theobromine)이 들어 있다. 이는 카카오의 씨에 들어 있는 알칼로이드 성분으로 신경계를 활성화해 엔도르핀이나 세로토닌 같은 행복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우울증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 이같은 효과로 여성의 생리전증후군(PMS)을 완화시키고, 다이어트할 때 식이조절로 인한 불안감이나 우울함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단, 테오브로민 성분은 사람에게는 큰 독성이 없지만 동물에게는 뇌로 가는 혈류량을 감소시키거나 심장마비 등을 일으킬 정도로 매우 큰 독성을 띤다고 한다. 강아지나 고양이 등 애완동물에게는 독약이므로 절대 먹이지 말아야 한다.
이밖에 카카오닙스에는 마그네슘이 풍부해 혈관을 깨끗하게 청소,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건강에 여러 모로 유익한 카카오닙스는 날것 그대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견과류에 섞어 함께 섭취하는 게 좋다. 하지만 특유의 씁쓸한 맛으로 쉽게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도 적잖다. 생활 속에서 카카오닙스를 간편하고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한다.
카카오닙스 허니 요거트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요플레와 함께 섭취하는 것이다. 갈거나 볶는 등 조리과정이 전혀 필요 없다. 식사대용으로 저지방 플레인 요거트에 꿀 한스푼, 카카오닙스를 섞어 먹으면 건강하고 맛있는 다이어트 대용식이 된다.
카카오닙스 스무디
커피를 도무지 끊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대용식이 된다. 우유, 두유, 아몬드밀크, 코코넛밀크 등과 취향에 맞는 과일을 함께 넣어 스무디 형태로 섭취하는 것도 좋다. 카카오닙스는 특히 우유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2배나 증가하므로 지방 축적 감소에 더욱 효과적이다.
카카오닙스 티·워터
풍부한 향으로 차처럼 즐기는 것도 좋다. 물을 끓일 때 카카오닙스 한 스푼을 넣고 끓이거나, 따뜻한 물에 카카오닙스 한 티스푼을 넣고 희석해 마시면 간단하게 항산화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커피보다 맛이 덜 진하지만 덜 자극적이고 효능은 뛰어나다. 전문가들은 우려낸 물만 마실 게 아니라 우려낸 과육까지 함께 먹어야 식이섬유를 비롯한 영양성분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샐러드 토핑으로 뿌리고, 베이커리에도 활용
과일샐러드 등 샐러드와 함께 섭취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요거트 소스 등 달콤한 드레싱과 잘 어울린다. 쿠키나 빵을 만들 때 넣으면 향과 식감을 살리는 등 여러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견과류와 함께 달달 볶아 물엿 등을 넣고 굳혀 에너지바 형태로 섭취하는 것도 좋다.
카카오닙스를 특별히 피해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카페인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조심해야 한다. 카카오닙스 하루 섭취량이 4.5g이 넘어가면 각성효과가 심해질 수 있다. 카카오닙스 30g에는 카페인 22㎎이 함유돼 있다. 항산화물질인 카테킨은 학업을 위해 집중력을 요하는 청소년기에 챙겨먹으면 유리해 적정량을 섭취하면 분명 학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과량 섭취하면 카페인으로 인해 가슴 두근거림이나 불안감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하루 적정 섭취량은 15~20g으로, 수면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니 늦은 오후에는 섭취를 고려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