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두통과 함께 가장 흔한 신경계 증상 중 하나다. 고령층은 약 50% 이상이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75세 이상 노인이 병원을 찾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인체는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전정신경계, 여러 가지 감각기관, 시각 등이 상호 보완작용을 하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어지럼증을 느끼게 된다. 원인은 귀에서 뇌에까지 이르는 전정계 이상, 심혈관계 이상, 정신과적 문제, 약물중독, 안구이상, 당뇨병, 생리적인 현상 등 가벼운 것에서부터 심각한 질환까지 다양하다.

주변이 빙글빙글 도는 것처럼 느껴지는 어지럼증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반대로 오랜 기간 지속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하진 않은 데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을 만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환자는 ‘머릿속이 띵하다’ 혹은 ‘바닥이 흔들리는 것 같다’ 등 주관적인 느낌을 호소하지만 신경과나 이비인후과에서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을 발견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심리적인 원인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박성욱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만성 어지럼증은 편두통, 외상 후유증, 스트레스 및 우울증 등 심인성, 자율신경조절장애 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원인에 따른 뚜렷한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 어지럼증은 현훈(眩暈)이라고 한다. 현은 눈앞이 깜깜해지고, 훈은 주변이 빙빙 도는 것을 말한다. 나이가 들면 균형을 유지하는 신경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시각·청각·체성감각 기능 및 혈압조절 기능이 약해지면서 어지럼증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땐 단순한 신경기능 개선이 아니라 인체의 전체적인 기혈 부족을 보충해주는 한약을 처방하게 된다. 대표적인 처방은 백출, 진피, 반하 등 15가지 한약재가 들어간 자음건비탕(滋陰健脾湯)이다. 허약해진 기혈을 보충해주고 신경계를 안정시킨다. 침 치료는 정수리에 있는 백회혈이나 귀 뒤쪽에 위치한 풍지혈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박성욱 교수는 “자음건비탕은 기혈보충 외에도 국소 뇌혈류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며 “만성적인 어지럼증이 발생할 때 백회혈이나 풍지혈을 자주 지압해줘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어지럼증 증상을 완화하려면 스트레스 노출을 최소화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 스트레스가 쌓이면 신장 위쪽에 부신의 기능이 떨어져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고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적당한 운동은 증상 개선에 도움된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여야 한다. 땀이 가볍게 날 정도로만 운동해도 자율신경계를 정상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충분한 잠은 필수다. 신장기능이 왕성해야 뇌로 가는 기혈이 원활하게 유지된다. 한의학에서 오후 11시부터 오전 1시 사이는 신장기능이 회복되는 시간으로 이 때 잠을 자야 신장기능이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