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1일 극지연구소와 의료진 파견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엄현돈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오는 27일 세종기지, 한경석 외과 전문의는 오는 5일 장보고과학기지로 파견돼 각각 대원 50여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기후변화 및 첨단과학 관련 연구활동을 하게 된다.
그동안 극지연구소는 의료진을 직접 채용해왔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경력 단절 등 문제로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길병원은 파견 의료진을 모집했고 남극기지 임무 수행에 적합한 후보를 선정 및 교육했다. 엄 전문의는 “남극 현지 특성상 의료진은 생존에 필요하고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몸에 익혀야 한다”며 “기존에 접해보지 못한 스케일링 방법 같은 치과진료, 잠수병 예방을 위한 감압챔버 진료 등 필요한 교육을 받았다”고 말했다.
남극은 기온이 낮고, 건조하며 하루 중 해가 한 번도 뜨지 않는 극야기간도 존재한다. 1년 중 외부활동이 가능한 시기는 몇 달에 불과하다. 워낙 열악한 환경 탓에 외상이나 동상 등 응급상황이 불시에 발생할 확률이 높다. 응급진료 대부분을 자체적으로 수행해야 하지만 심한 외상일 경우 후송이 필요하다.
후송 과정도 만만치 않다. 세종기지의 경우 인근 칠레 공군기지까지 고무보트로 이동한 뒤 다시 군용기를 타고 칠레 내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일기가 좋지 않으면 비행과 보트를 이용한 이동이 어렵다. 장보고기지는 환경이 더 열악하다. 남극대륙 깊숙이 자리해 가장 가까운 기지가 약 350㎞ 떨어져 있다.
길병원은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남극 파견 의료진과의 원격진료시스템을 구축했다. 파견 의료진이 제공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길병원 본관에 상주한 전문의가 영상과 음성을 통해 적절한 의료조치를 지도하게 된다.
최신 모바일 초음파진단기기도 남극기지에 보낸다. 모바일 초음파진단기기를 활용하면 파견 의료진은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의 초음파영상을 취득할 수 있다. 이 정보는 길병원 의료진과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이근 길병원장은 “이번 의료진 파견은 길병원의 우수한 임상·연구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파견 의료진뿐 아니라 극지 연구소 내 모든 대원들이 건강하게 귀국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