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을 진단받고 ‘왜 하필 나지,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칠 수 없었는데 이번 힐링갤러리 아트클래스에 참여함으로써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를 느꼈어요. 우리끼리 공감대를 형성한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됐습니다”
지난 27일 원자력병원에서 유방암 환우를 위한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 ‘힐링갤러리 시즌8,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의 하나로 아트콘서트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번 프로그램은 ‘오늘부터 날마다 좋은 날, 늘 새로운 날’을 주제로 환우가 수술 후 삶의 행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선 지난 달 24일부터 매주 토요일 2시간가량 총 5회에 걸쳐 캘리그라피 수업을 받은 환우의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싱어송라이터 심현보 씨, 캘리그라피 전문단체 감성붓다,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 권신아 씨 등이 강의에 참여해 재능을 기부했다. 캘리그라피는 자신의 생각을 문장과 글씨로 함축해 표현하는 예술이다.
개그우먼 이성미 씨는 지난 시즌에 이어 유방암 환우의 멘토로 나서 재치있는 입담으로 희망을 나눴다. 그는 “환자가 의사선생님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내 말 좀 들어주세요’이고,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그래요, 같이 해냅시다’에요”라는 멘트를 시작으로 자신의 유방암 치료경험을 공유했다.
환우들은 밝은 표정으로 힐링갤러리 수업에 참여한 소감을 씩씩하게 말했다. 내가 옳다고 생각한 길을 향해 앞만 보고 살아왔다는 환우 A씨는 “이번 캘리그라피 수업으로 글씨는 빗나가면 빗나간 대로 예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부드러운 마음을 갖고 옆과 뒤,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유방암 수술을 받고 거울 앞에 서기까지 1년, 마후라를 걸치고 외출하는 데 2년이 걸렸다는 B씨는 “아트클래스에 참여하는 동안은 아픔을 잊을 수 있었어요. 병원은 제게 힘들고 착잡한 공간이었는데 힐링갤러리를 통해 다음 수업이 기다려질 만큼 병원 오기가 즐거웠습니다”라며 프로그램 운영 관계자에 감사를 표했다. 보호자의 마음도 헤아리게 됐다는 C씨는 “남편이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줬어요. 당신을 위해 더 힘낼게요”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수 심현보 씨와 성악가 김동규 씨 등이 노래했다. 심 씨는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함을 포착한 가사와 따뜻한 음색으로 청중에게 힐링을 줬다. 김 씨는 우렁찬 목소리와 유쾌한 멘트로 환우에 건강한 에너지를 전했다.
심현보 씨는 캘리그라피 수업 중 ‘나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표현하는 법’을 주제로 특강, 콘서트 공연·사회 등을 맡아 이번 행사 전반에 참여했다. 그는 “자신보다 남편과 자녀 등 다른 가족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환우가 대부분이라 자기를 표현하기 어려워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과 달리 수업이 진행될수록 여성 특유의 풍부한 감성이 여지없이 드러났다”며 강의 소감을 밝혔다.
심 씨는 이들 환우에게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 오히려 제가 힘을 얻고 감동받았다”며 “하루빨리 완쾌해 아프기 전엔 알지 못한 삶의 숨은 행복을 발견하며 즐거운 생활을 이어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또 “수술·약물 등 물리적 치료로 몸이 나은 후에도 마음의 병은 남을 수 있다”며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를 치유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 지원이 더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달 3일엔 이대여성암병원에서 2차 아트콘서트가 개최된다. 김동규 씨가 환우와 라틴댄스 합동무대 등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