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시 24시간내 사망위험, 1세미만 영아 유병률 높아 … 환자 절반, 지적·행동장애 등 후유증
수막구균(Neisseria meningitides 또는 Meningococcus)은 b형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균(Hib), 폐렴구균과 더불어 세균성 수막염을 일으키는 3대 원인균 중 하나다. 이들 균은 혈액으로 침투한 후 뇌·척수를 둘러 싸고 있는 얇은 막으로 이동해 세균성 수막염을 일으킨다. 세균성 수막염은 발열·구역·두통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하나 건강한 사람도 24~48시간 이내 사망할 수 있는 급성 질환이다. 2주내 자연 치유되는 바이러스성 수막염과 다르다. 바이러스성 수막염은 주로 장바이러스의 일종인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수막구균에 감염된 환자 중 47%는 세균성 뇌수막염에 걸리게 된다. 또 감염자의 43%는 패혈증으로 악화되며 6%는 폐렴, 2%는 관절염, 1%는 중이염을 겪는다. 수막구균감염증의 치사율은 10~14%로 다른 감염질환에 비해 높다. 매년 전세계 약 50만명이 걸려 7만5000명이 수막구균질환으로 사망한다. 생존자의 11~19%는 사지절단, 뇌·신경손상, 청각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안고 살아간다. 수막구균 패혈증은 24시간 이내 사망하는 경우가 흔하고 피부출혈이 동반되는 게 특징이다.
미국 의료진 연구결과 생후 1개월~만18세 때 수막구균감염증을 앓았던 환자 1433명을 대상으로 수막구균질환 치료 완료 후 5년 이상 지나 건강상태를 조사해보니 49.2%(705명)이 1개 이상 후유장애를 갖고 있었다. 정신지체, 낮은 지능지수(IQ) 등 지적·행동 장애를 가진 사람이 전체의 45%(455명)로 가장 많았으며, 간질·뇌성마비 등 신경장애가 있는 사람이 14.3%(145명), 신경성 난청 등으로 청력이 손상된 사람이 6.7%(68명)를 차지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은 2011년 1월 ‘국제소아감염학회지’(Pediatric Infectious Disease Journal)에 게재됐다.
수막구균은 인간의 코나 목 등(비인두)에 모여있다가 감염된 사람의 침·콧물·가래 등 분비물을 통해 전파된다. 식기나 컴퓨터를 함께 쓰는 등 일상적인 접촉으로도 감염된다. 또 △어린이집·기숙사·군대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사람 △비장을 절제했거나 기능이 저하된 환자 △아프리카 수막염벨트나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성지순례 지역 등 수막구균 유행지를 거친 여행자·체류자 △체내로 침입한 수막구균을 살균하는 보체가 결핍된 경우 △보균자가 아닌 감염자와 접촉한 후 감기 증상이 나타난 경우 등은 고위험군에 속한다.
소아·성인 중 5~10%는 비인두에 수막구균을 보균하고 있으며 청소년기에 수막구균 보균율이 소폭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군인에게 수막구균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메카 성지순례를 떠나는 사람은 적어도 여행떠나기 10일전까지 백신을 접종받아야 한다. 3년이 지나면 항체가가 떨어지므로 3년전에 접종받은 것은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
연령대별 수막구균감염증 발생 건수를 조사한 미국 보건통계 자료에 따르면 생후 만1세 이하 영아가 가장 많이 걸리고 4세까지 발생률이 높다. 10대 후반 청소년기와 20대 초반 젊은 성인에서 작은 정점을 보이다가 65세 이상에서 다시 증가한다. 국내 발병률 경향도 이와 비슷하다.
수막구균감염증은 선진국에서 10만명당 약 0.5~4명, 개발도상국에서 10만명당 10~25명꼴로 발생해 유병률은 높지 않지만 한번 걸리면 치명적이다. 국내에서는 매년 15명 이하의 수막구균성 수막염 환자가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되고 있으나 의료진 및 관련 전문가들은 환자수가 너무 적게 측정됐다고 입을 모은다. 배양검사, 뇌척수액 항원검사, 중합효소연쇄반응(PCR)과 같은 진단방법을 함께 사용해야 하는데 많은 병원에서 배양검사만으로 진단하며 검체를 채취하기 전에 항생제를 투여한 경우가 많아 배양검사 시 음성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또 질병관리본부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만 법정감염병으로 지정·감시해 수막구균으로 인한 패혈증 등 다른 증상들은 그만큼 관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의 발생빈도 데이터를 참고하면 국내에서는 매년 250~2000명이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수막구균은 세균 피막 다당의 성질에 따라 13개 이상의 혈청군으로 나뉘며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혈청군은 A, B, C, Y, W-135 등 5종이다. 지역에 따라 많이 나타나는 혈청군 종류가 다르다. A와 C군은 아시아·아프리카에서 주로 발견되며 A군은 개발도상국에서 유행한다. 유럽·미국에서는 B와 C군으로 인한 감염이 많다. W-135는 원래 아프리카에서 발생하던 혈청군이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성지순례로 2000년 세계적 유행을 일으켰다. Y혈청군은 미국·일본·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흔하다.
수막구균백신은 뇌수막염백신으로 알려진 Hib백신과 다른 종류의 백신이다. Hib백신은 첫 출시된 당시에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다른 원인균을 예방하는 백신이 없었던 까닭에 편의상 뇌수막염백신으로 불리고 있다.
A, C, Y, W-135 혈청군을 방어하는 4가 다당백신은 1982년 전후로 세계에서 처음 개발됐다. 다당백신은 면역력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수막구균감염증 발생 고위험군인 2세 이하에서 항체가 충분히 생성되지 않는다는 결점이 있다. 단백결합백신은 기존 다당백신의 단점을 보완한 제제로 수막구균 피막 다당에 T면역세포의 항원결정인자를 포함하는 단백운반체 디프테리아톡소이드(diphtheria toxoid)가 결합돼 면역원성이 높다. C혈청군을 방어하는 1가 단백결합백신은 1999년 영국에서 최초로 사용됐다. 수막구균감염증을 일으키는 주요 혈청군 5종 중 B형을 가진 수막구균 피막의 다당은 면역원성이 낮아 백신에 포함되지 않았다. 5가 수막구균백신은 개발 중이다.
국내에 시판 중인 수막구균백신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멘비오’와 사노피파스퇴르의 ‘메낙트라’가 있다. 이들 약제는 4가 단백결합백신으로 A, C, W-135, Y 혈청군 4종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혈청군에 대한 침습성 수막구균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멘비오와 메낙트라는 투여 1개월 후 각 혈청군을 방어하는 항체형성률도 83%~99%로 비슷하며 1회 접종비도 13만~15만원으로 동일하다.
접종연령 허가범위와 시장점유율은 멘비오가 더 우세하며, 투여편의성과 A혈청군 방어효과는 메낙트라가 더 뛰어나다. 멘비오는 2012년 9월 국내에 최초로 도입된 4가 수막구균백신이다. 2014년 4월 GSK는 노바티스의 백신사업부 인수하면서 멘비오에 대해 제품허가권을 획득했다. 메낙트라는 200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은 세계 최초의 4가 수막구균 단백접합백신으로 국내에는 2014년 11월 출시됐다.
멘비오는 국방부와 최근 4년 연속 수의계약 체결에 힘입어 국내 수막구균백신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1년 6월 국내 신입훈련병이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2012년 11월부터 신입훈련병에 수막구균백신 접종을 의무화하고 있다. 접종연령 허가범위는 멘비오가 2개월~55세로 메낙트라 9개월~55세에 비해 수막구균감염증 고위험군인 1세 미만 영아에서 더 넓다. 업계에 따르면 사노피는 접종가능 연령을 낮추기 위한 임상을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국내 수막구균백신시장 규모는 100억원대로 다른 백신에 비해 매우 작은 편이다.
메낙트라는 액상을 주사로 뽑은 뒤 바로 투여하는 액상 단일 바이알형로 액상을 주사로 뽑은 뒤 파우더에 넣고 섞는 동결건조 바이알 형태인 멘비오보다 투여가 간편하다. 멘비오와 달리 2세 미만 영유아에서 A혈청군에 대한 적응증도 갖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멘비오 라벨에만 2~23개월 영유아에서는 A혈청군 방어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문구를 표시해뒀다.
병원성의 디프테리아톡소이드를 그대로 사용한 메낙트라와 달리 멘비오는 비병원성의 디프테리아변이독소(CRM197)를 사용했다. 이들 약제는 1회 접종 시 0.5㎖를 근육주사로 투여한다. 멘비오는 2~6개월 영아는 2개월 간격으로 3회 접종 후 6개월 간격을 두고 1세 이후 4차 접종한다. 7~23개월 영유아는 총 2회 접종하며 1차 접종 후 3개월 간격을 두고 1세 이후 2차 접종을 한다. 24개월~만55세는 1회만 접종하면 된다. 메낙트라는 9~23개월 영유아는 3개월 간격으로 총 2회, 24개월~55세의 유아~성인은 1회 접종하면 된다.
다당·단백결합 백신은 접종 5년 후 50% 내외로 항체가 유지되며 5세 이하 소아에서는 3년 후부터 급격히 감소한다. 보균률을 줄이지는 못한다. 백신을 맞은 후에도 감염위험이 지속될 경우 2~6세 때 처음 접종한 경우 3년 후, 7세 이후로 처음 접종을 한 경우 5년 후 재접종이 필요하다. 이에 미국 보건당국은 4세 이후 감염위험이 가장 높은 연령대인 17~20세 동안 혈청방어율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11~15세 때 단백결합백신을 접종한 사람에 5년 후 1회 재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16~18세에 처음 접종한 사람은 5년 후인 21세까지 항체가 유지돼 재접종할 필요가 없다.
변정혜 고려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막구균질환 발병률이 비교적 높은 미국서도 기숙사 입학연령인 15세 전후로 백신을 맞힌다”며 “2세 미만의 국내 영유아에 국가필수예방접종(NIP)처럼 대규모·의무적으로 접종하는 것은 유병률이 낮으므로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이르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Hib백신과 폐렴구균백신은 각각 2013년, 2014년에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항목에 포함돼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수막구균감염증을 진단받은 경우 24시간 내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즉시 항생제를 투여해 치료받아야 한다. 의심되는 환자에 즉각 항생제를 투여하면 사망률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3세대 세팔로스포린계(cephalosporin) 항생제인 세프트리악손(ceftriaxon) 또는 세포탁심(cefotaxime) 성분이 1차 치료제로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