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자주 넘어지거나, 종종 통증에 시달리거나, 멍이 드는 등 가볍게 다치는 일이 잦다면 자신의 움직임 습관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경우 평소 건강하고 문제가 없다고 느끼더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향후 부상이나 관절·근육통증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은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내 몸의 어디가 약한지, 어느 부위를 보상작용으로 활용하며 자세가 망가지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최근에는 운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그만큼 내 몸을 잘 모르고 운동에 나서다 부상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적잖은 게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게 ‘기능적 움직임 평가(Functional Movement Screen, FMS)’다. 7가지 수행동작과 3가지의 통증검사를 통해 움직임의 제약과 비대칭 여부를 확인하고, 부상을 방지하는 등 움직임 기능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차민기 광동한방병원 통증재활센터 원장은 “인체는 하나의 체인처럼 구성돼 있다”며 “어느 한 부분이 고장나거나 잘 움직이지 않을 경우 다른 신체가 약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작용해 어느새 몸은 고장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움직임 지도를 보여줄 수 있는 게 FMS”라며 “관절의 안정성, 가동성, 비대칭적인 부분을 찾아 교정운동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FMS는 1995년 미국의 피지컬 테라피스트 그레이 쿡(Gray Cook)과 운동선수트레이닝 교수 리 버튼(Lee Burton)이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개발한 테스트 프로그램이다. 현재 미국의 웬만한 유명 대학·프로스포츠팀은 이를 기반으로 선수별 맞춤운동을 시행한다.
초기에는 단순히 운동선수의 부상 예방을 위해 이뤄졌지만 요즘엔 미국 등 서구권에서는 적잖은 피트니스센터에서 회원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시행한 뒤 맞춤운동을 처방해주는 곳이 적잖다. 차 원장은 “통증이 이미 나타났을 때 최상의 치료를 받는 것보다 병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진단하고 예방하는 것, 즉 미병(未病)을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민기 원장은 움직임에 입각한 트레이닝 관점의 인체관에 매력을 느껴 운동·트레이닝에 관련한 다수의 해외서적을 국내에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기존 근골격계질환을 치료할 때에는 통증 제어에만 집중했던 측면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환자의 움직임 패턴을 분석하면 통증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나타나는 보상작용까지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치료는 대부분 재활 단계에서 시작하기 마련이었으나 현대인에게 잦은 허리디스크 등 척추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고 신체기능을 회복시키려면 재활 단계가 아닌 미병 단계에서부터 ‘바른 움직임’을 다시 알려주고 훈련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통증 완화를 돕는 침치료, 약침, 한약처방, 추나요법 등을 병행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차 원장은 “현대인은 움직이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한 자세를 오래 유지한 탓에 ‘바른 움직임’에서 동떨어지게 되고 통증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며 “신체를 수월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다시 각인시키면 통증을 예방하고 제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는 FMS가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FMS의 7가지 테스트는 △딥 스쿼트(Deep Squat) △허들 테스트(Hurdle Test) △인라인 런지(In line Lunge) △어깨 가동성 테스트(Shoulder Mobility) △레그레이즈(Active Straight-Leg Raise) △푸시업(Push up) △몸통 회전 안정성 테스트(Trunke Stability Rotatory) 등이다.
이들 동작마다 3점씩 점수를 매겨 총 21점을 맞으면 만점이다. 차 원장은 “미국의 프로미식축구(NFL), 소방학교, 군대 등에서 실시한 FMS 테스트 결과 낮은 점수를 얻은 선수, 소방관, 군인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에 비해 부상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북미와 유럽 등에서는 미병 단계에서 신체의 움직임 패턴을 파악해 관절기능 감소 및 통증의 원인을 찾고 운동치료로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운동치료가 재활을 목적으로 마지막 단계에서 실시하던 것과는 딴판”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람의 몸은 의학적 정보만으로는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건강관리 전문가라는 큰 줄기 아래 한의사, 정형외과 의사, 물리치료사, 피트니스 트레이너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상호 협업해 치료관리의 시야를 넓히는 게 필요하다”며 “FMS나 선택적 움직임 진단(SFMA, Selective Functional Movement Assessment) 등이 가교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