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른바 ‘레포츠 비어’로 불리는 무알코올 맥주가 주목받고 있다. 알코올 함량이 적어 레포츠를 즐기면서 마음껏 마실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운전자들도 음주운전 걱정이 적어 맥주 대용으로 선호한다.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 도수와 칼로리에 민감한 소비자에 대응해 등장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가볍게 즐기는 음주문화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무알코올 맥주 제조법은 일반 맥주와 비슷하다. 대부분 무알코올 맥주는 제조 마지막 단계에서 알코올을 빼거나 양조 과정에서 알코올량 자체를 낮추는 억제법을 사용한다. 아예 알코올 발효단계를 생략하고 탄산을 첨가해 알코올이 아예 들어가지 않는다. 알코올을 제거하는 방식의 맥주는 ‘혼합음료’(또는 기타 발효음료), 탄산을 첨가하는 맥주는 ‘탄산음료’로 분류된다. 혼합음료로 구분되는 맥주의 경우 알코올을 제로 수준까지는 제거할 수 없으며, 제품마다 알코올 함량이 0~1%까지 다양하다. 탄산음료는 알코올 도수가 거의 제로 수준이다.
국내에선 주세법상 알코올이 1% 이하인 음료는 술로 취급하지 않는다. 기준치 아래의 맥주는 알코올이 함유돼 있음에도 무알코올 맥주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해도 되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일부에서는 청소년, 임산부 등 알코올에 취약한 계층이 무알코올 맥주를 마시는 것에 대한 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무알코올 맥주라도 알코올을 함유했을 경우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조치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
무알코올 맥주는 술로 구분되지 않으니 주세가 붙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 맥주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게 장점이다. 고속도로 휴게소, 노래방 등 주류 판매가 금지된 곳에서도 인기다.
전세계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점차 성장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체 맥주 시장은 줄어들고 있지만 무알코올 맥주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반 선보인 무알코올 맥주가 지금은 전체 시장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알코올 제로, 당질 제로, 칼로리 제로 등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는 맥주가 소비자들을 찾고 있다.
지난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은 명확하게 조사되지 않았지만 전년 대비 대략 5% 커진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과일맛 소주 등 맥주를 대체할 만한 술이 열풍을 일으킨 상황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시장의 성장과 동조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이 더 확장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점차 커지자 해외 유명 무알코올 맥주 제조 회사의 진출도 활발하다. 국내 제조사를 비롯해 10여개 업체들이 관련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무알코올 맥주를 개발한 네덜란드 ‘바바리아’를 비롯해 독일 ‘에딩거프라이’ ‘크라우스탈러’ ‘웨팅어프라이’ 등이 국내에 진출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알코올 맥주가 혼합음료와 탄산음료로 분류되다 보니 온라인 전문 쇼핑몰도 생겨났다.
무알코올 맥주는 피로해소 음료로도 좋다. 독일 뮌헨기술대는 무알코올 맥주에 항산화 효능을 가진 폴리페놀(polyphenol)과 미네랄, 수분, 탄수화물 등이 함유돼 갈증과 피로해소에 좋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불면 치료에도 효과적이다. 자기 전 무알코올 맥주를 한 잔 마시면 진정제 역할을 해 숙면에 도움이 된다.
무알코올 맥주의 가장 큰 단점은 맛이다. 알코올이 들어있지 않아도 맛이 없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소리다. 국내 무알코올 맥주 제조 업체들은 맥주 특유의 씁슬한 맛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아직까진 부족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국내에 판매 중인 무알코올 맥주는 0.35~0.45%의 도수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완전한 알코올 제로 맥주가 아니라면 운전자들은 주의해야 한다. 사람마다 간 해독력이 다르기 때문에 음주량이 과도할 경우 음주 단속 대상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