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력(精力)은 두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하나는 심신의 활동력이며, 또 다른 하나는 남자의 성적(性的) 능력이다. 둘은 서로 연관돼 있다. 심신의 활동력이 넘치더라도 성적 능력이 부족하면 정력이 떨어진다고 여길 수 있으며, 반대로 성적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심신의 활동력이 이를 받쳐주지 않으면 정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력 감퇴는 중년을 넘긴 남성들이 겪는 대표적인 고민이다. 갱년기가 찾아오면 성적인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져 남성들은 정신적인 허탈감과 노화에 의한 자괴감으로 고통받는다. 대개 정력 감퇴는 노화현상으로 위장 기능이 감소하고 활동성이 떨어지면서 소화흡수 기능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남성호르몬 약화로 귀결돼 나타난다.
최근에는 이같은 남성들의 고민을 줄이기 위한 건강기능식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품에 함유된 성분 대부분은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기능을 강화시키거나 주변 건강상태를 좋게 만들어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아연’(zinc)은 성기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미네랄이다. 건강한 정자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하는 효소의 성분이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잘 될수록 정력이 향상돼 성생활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정력가로 이름이 높은 나폴레옹과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는 매끼 식사때마다 아연히 풍부한 굴을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굴 3개만 섭취해도 하루 필요량의 아연이 보충된다.
‘셀레늄’(selenium)도 남성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채소, 곡류, 육류 등에 풍부하며 1996년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에 발표된 래리 클라크 미국 애리조나대 박사의 연구를 통해 효능이 밝혀졌다. 래리 클라크 박사팀이 평균 연령 63세의 남성 1312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200㎍의 셀레늄을 장기 복용하게 한 결과 전립선암 발생률이 약 63%, 대장암 발생률이 58%, 폐암 발생률이 43%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토스테론 분비와 관련된 전립선 강화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남성 정력 강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기가 좋다.
‘옥타코사놀’(Octacosanol)은 밀의 씨눈, 사탕수수, 사과껍질, 포도껍질, 현미 등에 함유된 성분으로 1980년대 일본에서 건강기능식품 재료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옥타코사놀은 혹독한 추위를 피해 수천㎞를 비행하는 철새의 에너지 근원을 조사하던 중 발견한 생리활성물질 중 하나다. 항스트레스, 피로회복, LDL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등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옥타코사놀 자체도 좋은 기능을 하지만 체내 글리코겐 저장능력을 늘리고 근육 내 지방세포의 유리지방산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에는 옥타코사놀이 남성의 체력 증진과 지구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천연 남성정력제와 관련 건강기능식품의 주원료 및 부원료로 활용된다. 2004년 양윤권 성신여대 체육학과 교수팀이 건강한 남자 대학생에게 옥타코사놀 40㎎을 7일간 먹이고 운동시킨 결과 최대 산소섭취량, 운동시간, 산소맥(1분 동안 폐에서 흡수되는 산소의 양을 1분 동안의 맥박 수로 나눈 값) 등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 2006년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연구용역을 통해 남자 대학생을 대상으로 6주간 10.2㎎의 옥타코사놀을 섭취시킨 결과 탈진 시까지의 주행시간(운동시간)이 섭취군에서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아몬드에 풍부한 트립토판(tryptophane)은 행복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켜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세로토닌은 성적 흥분을 일으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으로 연구를 통해 남성 갱년기 증상 완화와 발기능력 강화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립토판을 함유한 아몬드 등 견과류는 칼로리가 높아 비만을 유발할 수 있어 과다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혈관 기능을 향상시키고 혈압을 내리는 효능을 가진 L-시트룰린(L-citrulline)도 대표적인 남성 정력 강화제로 꼽힌다. 아르투로 피게로아(Arturo Figueroa)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박사팀이 고혈압 전단계인 직전고혈압(prehypertension) 남성 4명과 폐경 여성 5명(51~57세)에게 L-시트룰린을 매일 6g씩 6주 동안 투여한 결과 모두 동맥기능이 개선됐으며, 혈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L-시트룰린은 체내에 들어가면 혈압을 낮추고 산화질소를 형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L-아르기닌(L-arginine)으로 전환된다. L-아르기닌으로 인해 만들어진 산화질소는 다시 c-GMP라는 물질로 바뀌는데, 이 물질이 혈관긴장도를 이완시켜 남성의 발기능력을 향상시키는 능력을 가진다. L-아르기닌은 자칫하면 구역질, 복통, 설사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 권유되지는 않는다.
한방에서는 정력이 신장과 연결돼 있다고 판단한다. 신장은 정력뿐 아니라 탈모, 당뇨병, 고혈압 등 내부호르몬과 관련된 중요한 장기 중 하나다. 신장이 제 기능을 하면 원천적인 에너지가 발현돼 정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신장 강화 식품으로는 ‘산수유’가 꼽힌다. 산수유는 예부터 남성의 힘을 상징하는 열매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이나 향약집성방 등 약학서에는 산수유가 음을 강하게 해 신장을 보해주며 신정(腎精, 남성의 정액), 신기(腎氣, 남성의 정력)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적혀져 있다. 산수유를 오래 먹을 경우 몸이 가벼워지고 원기회복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몸에 습열(濕熱)이 있거나 소변을 볼 때 생식기가 아프면 먹지 않는 게 좋다.
이밖에 대표적인 한방 정력제로는 ‘부자’(附子)가 꼽힌다. 오두의 뿌리를 건조시켜 만든 약재로 과거엔 죄인을 독살하는 데 쓰던 사약의 재료다. 하지만 차게 먹으면 원기회복을 도와 일부 사람들은 부작용을 알면서도 정력제로 사용했다. 강심작용을 지녀 일시적으로 기운이 나는 듯 느낄 수 있고 교감신경을 자극해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전문가의 진단을 받지 않고 부자를 과량 복용하면 심장에 무리를 주고 두통, 어지럼증 등을 유발하며 심할 경우 뇌출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남성 정력에 좋다고 알려진 일부 성분의 경우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중년 남성의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쏘팔메토’가 있다. 쏘팔메토는 천연 미니 야자수 열매를 가공해 추출한 성분으로 식약처로부터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가 기능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국내 일부 의사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김준철 전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장(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은 “쏘팔메토는 전립선비대증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유럽의 유명한 임상저널인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과 미국의학협회지(JAMA) 논문이 실리 정도로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국내에는 이러한 결과가 잘 알려지지 않아 소비자만 피해를 입고 있는 셈”이라고 쏘팔메토의 효능에 대해 의문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