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술의 대명사인 위스키는 특유의 향미를 바탕으로 각별한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하지만 최근 독주(毒酒)문화가 주춤해지면서 40도 이하의 저도수 위스키가 소비자들을 찾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높다고 고품질 위스키로 분류되는건 아니지만 위스키라는 제품이 정통성을 중요시하는 만큼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스키는 보리(Barley), 호밀(Rye), 밀(Wheat), 옥수수(Corn), 귀리(Oat) 등 곡류를 주원료로 사용한다. 곡물을 발효시킨 뒤 증류 및 숙성의 과정을 거쳐 만든다. 무색 투명한 알코올을 참나무(Oak) 등 목재 통에 수년간 저장하면 나무의 성분이 우러나와 짙은 호박색의 훌륭한 맛과 향기를 지닌 완숙한 위스키가 완성된다.
오늘날 위스키의 원형은 12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다. 위스키와 같은 증류주는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연금술사들에 의해 제조됐다. 중세 십자군전쟁에 참여한 가톨릭 수도사들이 연금술사로부터 알코올 증류법을 전수받아 유럽 각지로 소개하면서 위스키의 고향 아일랜드에도 전해졌다. 초창기 위스키는 술이 아닌 치유 목적의 약으로 제조됐다. 위스키가 ‘생명의 물’이란 의미를 갖게 된 것도 이같은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대맥아를 이용해 만든 알코올이 주성분인 지금과 달리 사프란(saffron), 너트메그(nutmeg, 육두구 열매), 설탕, 향신료 등을 넣어 맛을 냈다.
위스키(Whisky, Whiskey)의 어원은 라틴어 ‘아쿠아 비테’(aqua vitae, 생명의 물)다. 이 단어가 고대 켈트족 언어인 게일어로 ‘우스개 바하’(uisge beatha)로 번역됐고 우스개(uisge), 우스키(uisky) 등으로 변하면서 지금의 위스키가 됐다. 아일랜드나 미국에서는 whiskey로 부르며 스코틀랜드, 캐나다, 일본 등에서는 e를 빼고 whisky로 칭한다.
위스키는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원료, 제조법, 산지 등에 따라 다른 특징을 보인다. 흔히 원료에 따라 몰트 위스키(malt whisky), 그레인 위스키(grain whisky) 등으로 나뉜다. ‘몰트 위스키’는 발아시킨 대맥아만으로 제조한 것으로 향미가 풍부한 게 특징이다. 전체 위스키 위스키 시장에 5%만 차지할 정도로 귀하다. ‘그레인 위스키’는 대맥, 호맥, 소맥, 옥수수 등에 대맥아를 첨가해 당화시킨 것으로 몰트 위스키와 달리 알코올 이외의 휘발 성분이 소량 함유돼 있어 향미가 약하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흔히 위스키를 싱글 위스키(single whisky), 블렌디드 위스키(blended whisky) 로 분류하는 것은 증류소에 따라 나뉘는 것이다. ‘싱글 위스키’은 한 곳의 증류소에서 나온 것이며 ‘블렌디드 위스키’는 두 곳 이상의 증류소에 나온 위스키를 섞은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싱글 몰트 위스키는 한 곳의 증류소에서 대맥아만으로 제조한 것을 뜻한다.
전세계적으로 스카치 위스키, 아이리시 위스키, 아메리칸 위스키, 캐나디안 위스키 등을 4대 위스키로 꼽는다.
‘스카치 위스키’는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된 것이다. 과거엔 몰트, 그레인, 혼합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졌지만 최근에는 블렌디드식 혼합주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대표적인 스카치 위스키 브랜드로는 발렌타인, 시바스 리갈, 조니 워커, 맥캘란 등이 있다.
‘아이리시 위스키’는 아이랜드산으로 2번 증류하는 스카치 위스키와 달리 단식 증류기에서 3번 증류하는 게 특징이다. 증류액을 3년 이상 저장 및 숙성시킨 것을 아이리시 스트레이트 위스키라고 부른다. 향이 깨끗하고 맛이 부드러워 처음 위스키를 접하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 대표적인 브랜드로 제임슨, 부시밀즈, 미들턴 등이 꼽힌다.
‘아메리칸 위스키’는 미국이 고향으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에서 종교적 박해와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옥수수를 주원료로 연속식 증류기를 사용해 만든다. 흔히 알려진 버번 위스키(Bourbon whisky)는 미국 켄터키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짐빔, 메이커스마크, 와일드터키, 잭다니엘 등이 대표적인 아메리칸 위스키다.
‘캐나디안 위스키’는 1920년대 미국에서 금주법이 실시되며 빛을 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위스키를 생산할 수 없게 되자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위스키가 미국으로 몰래 들어온 것이다. 캐나디안 위스키는 다양한 종류의 그레인 위스키를 혼합한 것으로 블렌딩 기술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4대 위스키 중에서 가장 순하며 부드러운 향미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캐나디안 클럽, 크라운 로얄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1960년대 이후 위스키가 제조됐다. 풍한발효(지금의 서영주정)가 처음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개발에 나섰지만 상품화에 이르지 못했다. 1970년대 천양산업이 군납을 목적으로 기타재제주(국산 주정에 위스키 원액을 20% 미만으로 섞은 술) 위스키를 처음 만들었다. 1974년 백화양조와 진로가 수출조건부로 외국 위스키 원주를 수입, 이를 바탕으로 인삼 위스키를 선보였다.
1976년 정부는 국민소득 증대를 이유로 고급주류 개발정책을 수입하고 백화양조, 진로, 오비씨그램, 롯데칠성음료, 해태산업 등에 위스키 제조면허를 발급했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위스키 원액을 수입해 국산 주정과 혼합한 위스키를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숙성에 따른 재고 증가로 자금 부담이 커지고 가격 경쟁력 문제로 국산화가 어려워지자 1991년부터 국내 위스키 생산이 중단돼 지금은 전량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