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타는 사람들에게 여름은 고역이다. 아무리 시원한 복장으로 생활해도 열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흔히 여름철 습열로 인해 진액과 원기가 손상된 것을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한다. 이는 ‘서병’(暑病)으로도 불린다. 기운이 소모돼 힘이 없고 몸에 열이 나며 입이 말라 물을 많이 찾는 증상을 뜻한다.

과거 조상들은 서병을 예방하기 위해 맥문동을 즐겨 먹었다. 정확히 맥문동, 인삼, 오미자 등을 물에 넣고 차처럼 달인 ‘생맥산’(生脈散)을 마셨다. 평소 열이 많은 사람은 인삼 대신 황기를 넣어도 좋다.

중국 최초의 약물학 전문 서적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는 ‘맥문동을 오래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장수하며 양식이 떨어져도 굶주림을 느끼지 않는다’고 적혀져 있다. 맥문동을 여름철 천연 자양강장로 활용한 것이다.

맥문동(Broadleaf Liriope, 麥門冬)은 백합과 백합목 식물이다.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 도심 아파트나 빌딩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7월이 되면 보라색 꽃이 피고 10월에 검은색 씨앗이 열린다. 겨울에도 웬만해선 죽지 않는다.

맥문동은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넓게 분포한다. 국내에서는 경남 밀양, 충남 부여·청양이 주산지로 꼽힌다. 맥문동은 하천 양쪽에 넓고 평탄한 하성평탄지 또는 곡간지(계곡 가장자리)나 선상지(강하류 퇴적지)에서 잘 자란다. 물 빠짐이 좋고 100㎝ 이상 깊이의 흙으로 구성된 곳이 최적의 재배지다.

맥문동이란 이름은 보리와 비슷한 뿌리 모양과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맥문동 종류로는 참맥문동, 개맥문동, 소엽맥문동 등이 있다. 국내에서 사용한 맥문동은 참맥문동으로 보면 된다. 중국에서는 참맥문동을 활엽맥문동으로 부른다.

개맥문동은 참맥문동과 생김새가 유사하다. 하지만 잎맥이 7~11개로 11~15개인 참맥문동과 구분할 수 있다. 꽃대가 잎 위에 나오면 참맥문동, 잎 밑으로 들어가면 개맥문동이다. 소엽맥문동은 참맥문동에 비해 잎이 작아 이름이 붙여졌다. 국내에서는 제주도나 울릉도 지역에서 주로 자라 내륙에서는 보기 힘들다. 한국보다는 일본, 중국에서 약재로 사용한다.

맥문동은 덩이뿌리를 약재로 사용한다. 맛이 달고 성질이 서늘하며 호흡기가 약하고 인후가 건조해 마른 기침을 할 때 달여먹으면 좋다. 사상의학에서는 피부가 하얗고 행동이 느린 태음인 체질 처방에 맥문동을 처방한다. 평소 소화력이 약해 설사를 자주하거나 아랫배가 차가운 사람은 과다 섭취는 피해야 한다.
 
맥문동에는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베타시토스테롤(beta-sitosterol), 스티그마스테롤(stigmasterol) 등이 함유돼 있다.
베타스토스테롤은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켜주고 혈당강화, 면역력 증진 등 효과를 가진다. 최근에는 각종 연구를 통해 전립선비대증 치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진택 한국식품연구원 박사팀이 베타시토스테롤을 위암세포가 이식된 쥐에게 투여한 결과 종양 크기가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티그마스테롤은 식물성 스테롤의 일종으로 각종 스테로이드호르몬 합성재제로 사용된다. 암을 억제하는 효능이 밝혀졌는데 특히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결장암 등 세포 억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맥문동을 약용으로 사용하려면 먼저 뜨거운 물에 넣고 펄펄 끓인 뒤 눅눅하게 만들어야 한다. 식으면 속 심지를 뺀 뒤 말려 활용하면 된다. 맥문동 심지를 빼지 않으면 약효가 약해지므로 반드시 이를 제거하는 게 좋다. 한 번에 4~20g 달여 복용하거나 알약 또는 가루약 형태로 먹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