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아삭한 식감이 일품인 쌈밥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난다. 한국인들의 쌈 채소에 사랑은 대단해 관련 개량종도 많다. 특히 1998년 이관호 한국농업전문학교 교수에 의해 개발된 ‘쌈추’는 양배추와 배추의 종간 교잡종으로 쌈밥 시장에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두툼하고 달짝지근한 양배추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소도 풍부한 채소다. 서양인들은 양배추를 ‘가난한 자들의 의사’로 칭하기도 한다. 식이섬유, 엽산 등과 함께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양배추 150g(양배추잎 2장)을 먹으면 비타민K는 하루 필요량의 92%, 비타민C는 하루에 필요한 50%를 충당할 수 있다.
양배추의 고향은 지중해 연안과 소아시아다. 아직도 일부 야생종은 지중해 연안에 자라고 있다. 과거엔 원산지 주변 토착민들만 활용했지만 기원전 600년경 유럽 중서부에 살던 켈트족에 의해서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그들은 자신들의 발자취를 남기는 곳마다 양배추를 전파했다.
양배추는 하우스 재배를 하지 않아도 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수확할 수 있다. 단 봄에는 고랭지 지역, 가을에는 남부 이남 지역에서 키우는 게 좋다. 여름에는 6~8월에 파종해 11월부터 다음해 4월까지 수확한다. 양배추는 발육 과정과 품종의 분화 및 발달이 복잡해 국내에서는 자체 개발한 품종보다 외국에서 육성된 것을 수입한다. 최근 국내 개량종도 개발됐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최근 양배추의 영양학적 효과가 알려진 것은 위 관련 질환 치료 및 예방에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면서부터다. 일부 제약사에서는 양배추 추출물을 활용한 위장약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질환 중 하나인 위염은 맵고 짠 음식을 자주 먹거나 과도한 음주를 할 때 발생한다. 평소 굶는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에게도 자주 나타난다. 양배추에는 위점막을 보호해주는 비타민U와 황화염소가 풍부하다. 이들 성분은 과도한 위액 분비를 막아줘 위쓰림 등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양배추즙을 하루에 한 잔 정도 먹거나 살짝 데쳐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양배추는 위뿐만 아니라 장에도 좋은 식품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속 노폐물과 각종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장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하도록 도와 소화를 촉진하고 변비를 개선한다.
전문가들은 양배추에 함유된 항암 성분인 ‘인돌-3-카비놀’(indole-3-carbinol)과 ‘설포라판’(Sulforaphane)도 주목한다. 인돌-3-카비놀은 양배추, 콜리플라워 등 십자화과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성분으로 독을 제거하는 효소를 자극해 항산화 및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 치료보다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설포라판은 1992년 폴 탤러리(Paul Talaley)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에 의해 관련 작용이 밝혀졌다. 설포라판은 위암 발생의 주요 인자로 꼽히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 활성을 억제한다.
미국 미시간주립대와 폴란드 국가식품연구원의 공동연구 결과 양배추를 1주일에 최소 3회 이상 섭취한 여성이 1회만 섭취한 여성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경찬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와 김동석 중앙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팀 연구에서도 인돌-3-카비놀이 자외선과 복합적으로 작용,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오히려 외선에 의한 피부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엔 양배추가 위 관련 질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이 되지만 소화불량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신철민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양배추 속 식이섬유는 위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내 세균이 발효시켜 소화시키는 데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 등이 발생해 더부룩함을 초래할 수 있다”며 “양배추는 위 점막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어 위염 완화에 도움이 되지만, 소화불량 증상에는 효과가 없으며 가스 때문에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양배추를 구입할 때엔 잎이 손상되지 않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비타민C는 공기와 수분을 만나면 쉽게 파괴되기 때문이다. 보관할 때는 통째로 플라스틱백에 넣어 냉장실에 넣는 게 좋다. 구입한 즉시 먹는 게 양배추의 영양분을 고스란히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
양배추의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찬물에 담궈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양배추 속 영양소를 날리는 짓이다. 따라서 양배추는 10분 이상 물에 담궈두면 안된다. 치아가 건강한 사람은 생으로 먹어도 좋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아 섭취하면 된다. 삶을 때 나는 양배추 특유의 냄새는 식초를 넣으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