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한정민 씨는 여름철이면 외출하기가 두렵다. 회사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만큼 하루에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머리에서 비가 내리는 것처럼 계속 땀이 흐르면서 ‘건강이 좋지 않냐’는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 식사 시간에 밥을 먹으면 정수리에서 시작된 땀이 목을 타고 흐를 정도라 매운 음식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머리카락이 흠뻑 젖을 뿐만 아니라 상의까지 적시다 보니 더운 날씨가 달갑지 않다.
땀은 우리 몸의 체온 조절을 비롯해 항균, 보습, 각질 제거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시도때도 없이 땀이 흐르면 일상생활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게 된다. 다한증은 땀 조절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반응하면서 과도하게 땀이 나는 것을 말하는데, 전신다한증과 신체 일부분에 나타나는 국소다한증으로 나뉜다. 국소다한증 중 특히 얼굴과 머리에서 땀이 나는 ‘두한증’은 더운 여름에 특히 심해지면서 일상생활의 큰 불편함과 함께 대인기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다한증이 ‘신체의 허약’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몸을 보하는 한약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원인을 ‘호흡기능’에서 찾고 있다. 우리 몸은 폐로 숨을 쉬고 내뱉는 호흡과 피부호흡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고 있는데, 이 기능이 약해지면 몸의 체열 발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땀이 많이 나게 된다.
정희재 경희대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교수는 “두한증 환자의 경우 몸의 허약보다 열의 발산이 문제를 일으킨다”며 “특히 코 안의 상태가 좋지 않아 코로 호흡하기보다 입으로 호흡하거나, 체지방률이 높은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경희대한방병원이 두한증과 수족다한증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코내시경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한증 환자의 비염점수가 상대적으로 더 높고 코 점막이 건조하고 부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입으로 호흡하는 두한증 환자의 코호흡 기능을 개선했더니 머리에서 땀이 나는 증상도 좋아진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다한증클리닉은 체성분, 체열, 수양명대장경 등 세 가지 검사로 다한증 환자를 습담형(濕痰型), 열형(熱型), 기허형(氣虛型)로 분류한다. 코 내시경을 실시해 기능 상태를 파악하고 침과 한약치료를 실시한다. 몸에 열이 많은 경우 백호탕, 전신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는 육미지황환, 심혈이 부족할 땐 보혈안신탕, 상하기도의 염증 정도에 따라 형개연교탕과 쌍화탕 등을 투여한다.
여름철 과도한 땀을 예방하는 방법은 ‘면역력 증강’이다. 면역력을 높이려면 평소 충분한 숙면을 취하고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불규칙한 식습관과 운동부족은 체중을 늘고 몸의 불순물인 습담(濕痰)이 쌓이는 원인이 다. 습담이 쌓이면 신체의 기혈순환이 떨어지면서 체열의 불균형이 일어나므로 지속적인 체중 관리를 해야 한다.
더불어 땀을 줄이겠다고 에어컨, 선풍기 등 찬 바람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고 기온이 낮은 아침, 저녁에는 얇은 겉옷을 챙겨입는다. 체온이 1도 낮아지면 신진대사와 백혈구 활동이 저해돼 면역력이 30% 이상 낮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