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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독 제거하면 효과도 증발 … 시중 제품엔 관련 성분 미함유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6-05-20 12:27:55
  • 수정 2021-07-19 15: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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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려움증 유발, 심할 경우 호흡곤란까지 … 류마티스관절염 등 치료에 도움
옻나무 속 우루시올은 피부 면역체계인 랑게르한스세포에 흡수돼 림프관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시킨다.
여름이 되면 보신한다며 옻닭을 먹고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예부터 조상들은 옻이 피를 맑게 하고 기력을 보호하며 혈액순환을 돕는다며 옻나무 껍질과 잎사귀를 닭이나 오리와 함께 몇 시간 푹 고아 보약처럼 먹었다.  옻을 활용한 음식은 몸에 좋지만 가려움증 등을 유발하는 우루시올(urushiol)이 함유돼 주의해야 한다.

우루시올은 휘발성 페놀화합물의 일종이다. 옻나무 껍질에 상처를 내면 나오는 ‘생칠’(生漆)에 주로 포함돼 있다. 생칠은 습기에 의해 나무가 썩거나 색이 변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도료의 주재료가 되는 것으로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주로 활용한다. 옻나무는 영어로 래커 트리(Lacquer tree)로 부른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흔히 사용하는 ‘래커칠’이란 말은 래커 트리에서 유래한 것이다.

우루시올은 공기 중으로 기화하는 성분이라 옻에 민감한 사람들은 옻나무 근처에 가기만 해도 몸에 가려움증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할 경우 기도가 붓고 호흡 곤란까지 유발할 수 있다. 우루시올은 피부 면역체계인 랑게르한스세포(Langerhans cell)에 흡수돼 각종 독성 성분을 체내에서 만들어 낸다. 림프관을 타고 온 몸을 돌아다녀 알레르기 반응이 전신에 걸쳐 나타나게 된다.

대략 한국인의 3분의 1이 옻 알레르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열이 많은 소양인이 옻에 민감한 것으로 분류한다. 우루시올은 열을 오랫동안 받으면 대부분 휘발된다. 옻은 ‘본초강목’(本草綱目)이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소개돼 있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옻을 약에 넣을 때는 마땅히 짓찧어 부스러뜨려 연기가 날 때까지 볶아 써야 한다’라고 적혀져 있다. 열을 가하면 독성이 약해지는 옻의 성질을 표현한 것이다.

옻 알레르기가 있더라도 옻닭 등은 먹을 수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열을 가한다고 해도 우루시올 성분이 100%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옻을 심하게 타는 사람은 조리한 옻 음식도 피하는 게 좋다.

한방에서는 옻의 독성을 줄이기 위해 까마귀밥여름나무(칠해목, 漆解木)를 함께 넣어 달인다. 칠해목은 옻나무 근처에서 기생하며 옻이 올랐을 때 달여 먹으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이유로 이름도 옻(漆)을 푸는(解) 나무(木)다.

옻은 한방 암치료제인 ‘넥시아’를 통해 항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시아는 옻나무 진액을 이용해 만든 한약으로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이 1996년 개발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측에서는 넥시아의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항암제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옻나무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치료하는 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각종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교수팀이 옻나물 추출물을 쥐에게 투여한 결과 류마티스관절염 염증유발물질이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동 교수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유발한 쥐에게 옻나무 추출물 50㎎/㎏을 투여하자 염증 유발 물질이 80%까지 제거됐는데 이는 관절염치료제와 비슷한 치료효과”라며 “한방에서 옻은 어혈을 없내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위·관절 염증을 없애는 데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말린 옻 껍질 2~10g을 물 2~3컵에 넣고 2~3시간 달려 식후 복용하면 산후풍, 관절염, 타박상 등으로 무릎에 통증이 있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옻나무는 중국과 히말라야 산맥 경계 부근이 원산지다.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며 잎 표면에 털이 조금 있다. 꽃은 5~6월에 피며 녹황색이다. 10월이 되면 백황색의 열매를 맺는다.

국내에서 활용되는 옻나무는 개옻나무, 참옻나무 등이 있다. 개옻나무는 키가 작고 가로로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게 특징이다. 약성이 약해 한방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참옻나무는 개옻나무에 비해 키가 크고 세로로 나무껍질이 갈라진다. 약성이 강하다보니 가공해 사용하기 좋지만 야산에서는 보기 힘들다.

옻나무의 새순인 ‘옻순’은 두릅과 생김새가 비슷하다. 처음 날 때부터 초록색인 두릅과 달리 처음 돋아난 옻순은 붉은빛을 띠다가 점차 초록색으로 변한다. 옻나무엔 가시가 없지만 두릅나무엔 가시가 있다는 점도 다르다. 옻순은 살짝 데친 뒤 들기름과 된장에 버무려 먹으면 된다. 연한 식감과 고유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튀김, 무침, 부침개, 비빔밥, 장아찌 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시중에 옻나무 추출물 식품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를 먹는다고 옻이 오르지 않는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상 우루시올 성분이 식품에 함유되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식품으로 유통되는 옻나무 추출물에는 약리적인 효능이 거의 없다. 옻의 효능은 바로 우루시올에서 대부분 나온다. 따라서 옻이 오르지 않아 안전하다고 광고하는 제품들은 옻의 이름을 빌린 식품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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