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돼 발생하는 질환으로 떨림이나 경직 등 운동기능장애가 동반된다. 하지만 통증이나 우울증 등 운동과 관련되지 않은 증상으로 고통받는 환자도 상당히 많다.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파킨슨병 진료 환자는 2010년 6만1565명에서 2014년 8만5888명으로 5년새 40%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는 1265억원에서 262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질환의 국내 유병률은 10만명당 약 166명 정도로 알츠하이머병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통증은 파킨슨병 환자에게 매우 흔하면서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는 비운동 증상 중 하나다. 박성욱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내과 교수팀이 파킨슨병 환자 235명의 통증 양상을 분석한 결과 174명(74%)이 만성통증으로 생활에 불편을 겪었다. 통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위는 허리 55%, 어깨 35%, 다리 33%, 팔 22%, 머리 21%, 무릎 19% 순이었다.
박성욱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통증은 근골격계 통증, 신경병증성 통증, 근긴장 이상에 따른 통증, 파킨슨병과 직접 관련된 중추성 통증 등으로 구분된다”며 “근육의 긴장도가 증가하고 움직임은 감소하면서 허리·어깨·다리 등이 아픈 근골격계 통증과 신경 압박에 따른 신경병증성 통증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통증은 파킨슨병 치료제를 복용해도 제대로 조절되지 않을 때가 많아 환자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주원인 중 하나다. 통증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수면장애나 우울증까지 동반돼 치료 예후를 악화시킨다.
한의학에서는 침과 봉독약침으로 파킨슨병 환자의 통증을 조절한다. 침치료는 최근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NCCN)의 가이드라인에서 암으로 인한 통증을 조절하는 치료법의 하나로 채택되기도 했다.
봉독약침은 여러 선행연구를 통해 근골격계 통증은 물론 신경병증성·중추성 통증 개선효과를 입증했다.
통증 조절을 위한 한약으로는 작약과 감초로 제조된 작약감초탕이 대표적이다. 이 한약은 근육의 긴장 이상을 조절하는 동시에 진통효과를 나타낸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떨림이나 경직을 조절하는 데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박성욱 교수는 “파킨슨병 환자의 만성통증 유병률이 다른 만성질환자보다 2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환자가 가장 힘들어 하는 증상은 쥐가 나고 뒤틀리는 근육경련성 통증과 신경 압박에 따른 신경병증성 통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침, 봉독약침, 한약 등 한방치료를 주 1~2회씩 4주간 받으면 통증을 경감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걷기와 자전거타기 등 유산소운동 및 스트레칭은 몸 전체의 혈류를 촉진하고 근육의 긴장을 이완시켜 통증을 개선한다. 책상에서 작업을 하거나 운전할 때에는 1시간마다 자세를 바꾸고 휴식을 취한다. 반신욕은 전신의 혈류 순환을 증가시키고 긴장된 근육을 풀어준다. 복식호흡은 부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고 근육긴장도를 줄이며, 마사지와 지압 뭉친 근육을 풀어줘 통증 개선에 도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