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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잠은 무조건 보약? 과다 수면도 건강에 해롭다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6-03-02 13:30:28
  • 수정 2020-09-13 19:3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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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면부족, 대사증후군·심장병·뇌혈관질환 위험 높여 … 8시간 이상 수면, 뇌졸중 위험 146%↑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 과다수면증, 수면부족, 기면증, 대사증후군, 기면증, 주민경 한림대 성심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수면욕은 식욕, 성욕과 함께 인간의 3대 욕구로 꼽힌다. 제대로 숙면을 취하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체온조절의 항상성이 유지돼 몸이 근본적으로 건강해진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경쟁사회에 돌입하면서 인간의 수면시간은 점차 감소했고 인터넷과 스마트기기의 발달은 컴퓨터와 TV를 끄고 침대에 누운 뒤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었다.

수면부족이 건강에 여러 악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주말에 잠을 과도하게 몰아자거나, 시도때도 없이 잠이 몰려오는 과다수면증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건강, 특히 뇌 건강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평균 수면시간이 7시간 14분으로 가장 짧았고 한국은 7시간 50분으로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반대로 중국은 평균 9시간으로 수면시간이 가장 길었고 프랑스, 인도, 뉴질랜드 등이 뒤를 이었다.

자는 동안에는 부교감신경이 교감신경보다 활발히 작용한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서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진다. 이런 경우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불안과 분노가 반복되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티솔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혈당 수치가 올라 당뇨병에도 영향을 준다.

또 교감신경이 긴장하면 고혈압, 심장병, 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엔 지속적으로 늦게 자는 수면습관을 가진 사람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1.87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최근 국제학회에서 수면부족이 수명을 60% 이상 단축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며 “수면시간이 5시간 미만이거나 8시간 이상인 경우 각종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하루 4시간 수면에 ‘절대 잠들지 않는 총리’로 유명했던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수상은 말년에 뇌졸중과 치매로 고통받았다.

한국은 영유아의 수면시간도 짧은 편이다. 국내 영유아의 하루 평균 총 수면시간은 11시간 53분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의 12시간 19분, 서양의 13시간 1분보다 짧았다. 이는 TV시청 등으로 부모가 늦게 자고,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자며, 밤중에 수유하는 습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에선 또 30.6%가 부모의 방에서, 63,9%는 부모의 침대에서 함께 자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구에서는 부모의 방이나 침대에서 함께 자는 영유아는 각각 21.3%, 12.5%였다. 영유아가 부모와 같이 자야 그렇지 않을 때보다 발육이나 정서발달에 도움되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신철 교수는 “제 시간에 먹는 식습관이 소화기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처럼 수면건강을 돕는 시간도 존재한다”며 “늦은 수면이 반복되면 신진대사 전반에 많은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자정을 넘기기 전 정시에 잠자리에 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잠은 무조건 오래 잘수록 좋은 것일까. 불면증으로 인한 고통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반대되는 증상인 과다수면은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잠이 많고 게으른 사람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잠을 너무 많이 자도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오히려 수면부족인 경우보다 뇌졸중 등 질병의 위험을 높아지기도 한다.

미국 뉴욕대 의대 연구팀이 2004~2013년 29만여명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뇌졸중 간의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 하루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사람은 적정 수면시간인 7~8시간 수면군보다 뇌졸중 위험이 1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7시간 이하 잠을 잔 군은 뇌졸중 위험이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뇌졸중에 한해서는 수면과다가 수면부족보다 독약인 셈이다.
 
과도한 수면은 일상생활의 질은 물론 자신감과 의욕도 떨어뜨린다. 과다수면증은 전날 밤 충분히 잠을 잤는데도 계속 졸음이 밀려와 생활에 지장을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용하고 어둡거나, 뭔가 집중하다가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잠이 들어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과다수면증의 원인은 스트레스 인한 정신적, 육체적 피로로 인한 압박과 중압감, 체력저하 등을 꼽을 수 있다. 밤에 늦게 자는 잘못된 습관으로 피로가 누적되면 발생률이 높아진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앓으면 자신은 잠을 잤다고 생각하지만 뇌는 밤새 각성된 상태가 유지돼 피로가 해소되지 않는다. 코를 골게 되면 취침동안 이루어져야할 충분한 산소공급이 줄어들고, 교감신경이 자극돼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

이 질환은 단순히 수면시간으로 진단하지 않는다. 적정 수면시간에는 개인차가 있어 평균적인 7~8시간보다 조금 많이 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9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고도 낮에 쏟아지는 잠을 주체할 수 없다면 과다수면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과다수면증 같은 것으로 오인받는 기면증(Narcolepsie)은 잠에 빠지는 것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고 갑작스러운 수면발작이 나타난다. 감정적으로 심하게 동요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힘이 빠지거나, 가위눌림처럼 잠이 들거나, 깰 때 몸에 마비가 오는 증상이나 환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일반인은 낮에 얕은 수면에서 깊은 수면 단계로 바뀐 후 꿈을 꾸는 렘(REM) 수면이 나올 때까지 보통 80~90분 걸리지만, 기면증 환자는 잠이 들고 나서 15분 이내에 렘 수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각성 상태를 조절하는 호르몬을 생산하는 세포가 손실돼 일어난다. 이밖에 유전, 두부 외상, 시상하부 기능부전, 스트레스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주민경 교수는 “기면증은 전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주요 증상이 대개 10대 중·후반에 처음 나타나기 때문에 10∼20대 환자가 많다”며 “유병률은 0.002∼0.18%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면증은 ‘마비’와 ‘혼수’를 뜻하는 그리스어 ‘narke’와 ‘발작’을 뜻하는 ‘lepsis’의 합성어로 프랑스 약사 젤리노가 처음 사용했다. 의학계에서는 1979년 이 질환을 수면장애의 일종인 과다졸림질환으로 분류했다. 국내에서도 이를 ‘발작성 수면 및 탈력발작’으로 등록, 2009년 5월부터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국내 기면증 환자는 8만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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