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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지카바이러스 극성’, 태교여행 줄줄이 취소하는 산모들
  • 정종호 기자
  • 등록 2016-02-22 18: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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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아에 감염시 소두증 유발 우려 … 백신은 아직, 발병 국가 방문하지 않는 게 최선

.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원인이라고 100%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바이러스로 특정 부분이 손상을 입기 쉽다.

임신 4개월 차에 접어든 교사 박모 씨(여·32)는 3월 괌 태교여행을 앞두고 고민하고 있다. 최근 성행하는 ‘소두바이러스’로 불리는 지카바이러스(Zika virus) 때문이다. 비행기, 리조트예약을 모두 마쳤지만 아기를 생각하면 취소 수수료가 아깝지 않다. 중남미 국가는 아니지만 전 세계에서 유행할 우려가 있다는 경고에 여행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최근 산모들이 태교여행을 줄줄이 취소하고 있다. 지카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해외 출입을 자제하자는 의미에서다. 아직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보건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할 정도로 경계심이 커지는 추세다.

지카바이러스는 뎅기열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동일한 ‘플라비바이러스(Flavivirus)’ 계열로, 1947년 우간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후 숲 이름을 따 지카바이러스로 명명됐다. 이집트숲모기를 비롯해 주로 바이러스에 감염된 숲모기에 물리면 사람에 감염된다. 

WHO에 따르면 보통 2~3일, 최대 2주간 잠복기를 거친 뒤 발열·발진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한 사람이 감염되면 감기처럼 살짝 앓다가 지나간다. 증상이 없는 경우도 80%에 가깝다. 문제는 임산부가 감염됐을 때다. 태아에게 바이러스가 전이되면 신경계 세포를 공격, 머리둘레가 32㎝ 이하로 태어나는 ‘소두증’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카바이러스는 현재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브라질에서만 4000건이 넘는 사례가 보고됐고, 이 중 270건이 소두증으로 확인됐다. 소두증 태아 가운데 숨진 아이는 12명이나 된다. 중남미 20여 개국으로 퍼진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 스웨덴, 이탈리아, 영국 등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오는 8월에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이 열려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브라질 의료진 및 보건당국은 확실한 원인이 파악되고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임신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김태준 호산여성병원 산부인과 원장은 “소두증 태아는 임신 중이나 출생 직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생존하더라도 뇌성마비, 시각·청각 장애 등을 겪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태아는 성인과 달리 면역체계가 떨어져 바이러스에 취약하다. 모체로부터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 태아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카바이러스가 소두증의 원인이라고 100%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바이러스로 특정 부분이 손상을 입기 쉽다. 뇌와 관련된 부분이 다치면 소두증이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준 원장은 “현재 효과적인 백신이 개발돼 있지 않아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지역으로 여행을 피하는 등 보건당국의 지침을 따르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가 여행 경고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볼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브라질,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프랑스령 가이아나, 과테말라, 온두라스, 멕시코, 파나마, 파라과이,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14개국이다. 이들 국가뿐만 아니라 모기가 많은 따뜻한 지역으로 여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백신은 지난해부터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개발되고 있다. 임상시험 등을 거치려면 최소 5년 이상 걸리는 게 현실이다. 지카바이러스가 발병한 국가를 방문하지 않는 게 최선이다. 

모기가 걱정돼 살충제를 뿌렸을 때 태아에게 이상이 없을지 고민하는 산모도 있다. 김 원장은 “살충제 사용은 바이러스 매개 모기를 박멸하는데 효과적이고 임신 및 수유 중 사용해도 태아에게 큰 영향은 없다”며 “가능하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증을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임신을 준비하는 사람이 지카바이러스에 감염된다면 이후 태아에게 문제가 생길까. 전문가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지카바이러스는 감염된 후 혈액 내에서 약 1주일 존재하며 이후 사라지므로 감염 당시 임신한 상태만 아니라면 태아는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웬만해서는 여행을 자제하고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아직까지 국내 감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지만 바이러스가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만큼 안심할 수 없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었듯 전염병의 특성상 환자가 단 한 명만 유입되더라도 대응에 실패하면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자생하는 흰줄숲모기도 지카바이러스의 매개체라고 밝혔다. 해외에서 감염된 사람이 걸러지지 않고 입국한 뒤 모기에 물리면 다른 사람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사람은 통제해도 모기는 통제가 불가능한 만큼 전파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함께 풍진이나 사이토메갈로바이러스도 소두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임신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여성은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풍진백신 등 예방접종에도 각별히 신경 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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