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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피부 잠시라도 가만두지 못한다? 강박장애 의심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6-01-06 10:55:28
  • 수정 2020-09-13 19: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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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마톨로마니아, 4분의 1이 신체기형장애 갖고 있어 … 환자일기쓰기·상담·항우울제 등 치료

피부강박증은 일종의 정신장애로 손톱, 핀셋, 족집게로 얼굴을 반복적으로 쥐어 뜯게 되고 피가 나거나 감염이 되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얼굴의 작은 좁쌀 여드름을 습관적으로 뜯어내거나, 무의식적으로 목뒤·허벅지·팔목 부위를 긁어 상처를 만들어오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피부를 뜯어내는 행위를 도저히 못 참는 사람들, 더마틸로마니아(Dermatillomania)라는 말이 영국에서 유행하고 있다. 주요 증세를 살펴보면 남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사람이 제법 있을 것이다. 피부에 생긴 잡티를 그대로 두지 못하고, 만지고 뜯어내는 등 신경증적 강박장애에 대해 알아본다.

누구나 얼굴에 난 작은 여드름, 각질, 팔다리의 매몰모(Ingrown Hair, 피부 안쪽으로 자라면서 박힌 털)를 뽑아내거나 뜯어내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최근엔 점점 더 많은 여성이 한 단계 더 심한 증세를 보인다. 더마틸로마니아란 이런 피부 잡티를 제거하는 데 너무 집착한 나머지 흉터와 상처를 만드는 사람들, 혹은 그런 증세를 일컫는 말이다.

‘강박적 피부 뜯기’로도 불리는 더마틸로마니아는 피부 상태를 개선하겠다는 생각으로 점이나 딱지, 각질, 매몰모 등을 반복적으로 뜯어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런 피부 뜯기는 오히려 피부에 큰 흉터를 남길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부위를 가리지 않고 잡티를 뜯어낸다.

얼굴이 주된 타깃이며 손톱, 핀셋, 족집게를 사용하는 바람에 피가 나거나 감염이 되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피부를 뜯는 행위가 반복적으로 계속되면서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고, 이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이는 잡티 하나도 참지 못하는 신경증적 강박장애, 혹은 신체의 결점을 스스로 극대화시키는 신체기형장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개 여성들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의 약 86%가 여성이다. 주로 2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영국의 정신장애학회지에서는 처음으로 이 증상을 장애라고 판정했다.

증상은 청소년기 여드름에서 시작된다. 스트레스성 피부 뜯기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은 여드름이 자연스럽게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거울 앞에서 오랜 시간 온 신경을 집중해 여드름을 짜거나 뜯어낸다. 이들은 ‘피부 개선을 위한 행위’라고 합리화하며, 숨어 있는 여드름이나 잡티까지 찾아내고야 만다.

박 모씨(29·여)는 어릴 적부터 피부에 생긴 작은 상처나 각질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피부과 전문의와 가족들은 만지지 말고 자연스럽게 아물도록 두라며 타일렀지만, 어느새 피부를 뜯기 일쑤였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무언가에 집중할 때 상태는 더 심해졌고, 고2 겨울에 생겼던 깨알만한 손등의 사마귀는 결국 흉터로 남았다. 습관은 쉽게 변하지 않아 성인이 돼서도 얼굴이나 가슴, 팔다리에 생긴 작은 잡티를 가만두지 않았다. 손이 닿는 곳이면 팔을 격하게 꺾어서라도 기어이 뜯어내야 직성이 풀렸다. 그 자리는 빨갛게 부어오르고 감염이 돼 따끔거리거나 딱지가 생겼다. 하지만 딱지를 또 만지고 뜯어내니 상처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여름엔 팔에 생긴 상처를 가리기 위해 소매가 긴 옷을 입어야 했고, 주변 사람들은 심각한 피부질환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런 ‘이상한 버릇’이 신경증적 강박장애의 일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건 불과 몇 달 전이었다.

인터넷 검색 결과 영국 베들레헴 로열병원의 분노조절장애 전문가 사이먼 단리(Simon Darnley) 박사는 “피부뜯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그것이 하나의 ‘병세’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자동적으로 반복한다”며 “마치 영화관에서 팝콘보다 영화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된 나머지 팝콘을 자동적·습관적으로 먹어 비만이 오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피부 뜯기는 손톱 물어뜯기나 머리카락 뽑기와 마찬가지로 반복적인 신체기형장애와 연관성이 있다. 짐 볼턴(Jim Bolton)영국 왕립대학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피부 뜯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 중 약 4분의 1 가량은 신체기형장애를 가지고 있다”며 “피부 뜯기에 대한 일기를 써보면 환자 자신이 지루하거나 외로울 때 증상이 더 심해진다는 걸 발견하고, 이를 인지화시켜 스스로 통제하는 게 훨씬 수월해진다”고 조언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박증클리닉 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다양하고 누구나 여드름을 짜는 데 집착하게 되지만, 문제는 이것이 멈출 수 없는 습관이 되는 임계점에 도달할 때”라며 “이로 인해 피부에 상처와 흉터를 남기고 삶과 직업·가족·연애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면 강박적 피부 뜯기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상처 혹은 잡티가 없는 데도 피부를 긁거나 뜯는 것은 스트레스나 강박적인 생활 방식과 연관이 있다”며 “자신이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되면 정신과 전문의에게 모든 것을 솔직히 털어놓는 상담과 항우울제 처방 등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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