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질환은 서구 선진국에서 높은 유병률을 보여 흔히 선진국병이라고 불린다. 서구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알레르기질환의 유병률이 최고점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알레르기질환 발생률의 증가 추세가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2009~2014년 아토피피부염, 알레르기비염, 천식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국민건강보험공단 기록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아토피피부염 발생 건수는 19건, 알레르기비염은 133.1건, 천식은 36.3건으로 나타났다.
지난 6년 동안 아토피피부염의 증가율은 -2.6%, 천식은 -5.8%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알레르기비염은 3.2%로 늘어났다. 연령별로는 10세 이하에서 증가폭이 컸다. 10세 이하의 알레르기비염 증가율은 8.2%로 10세 이상의 2.1%보다 컸다. 또 10세 이하 인구 1000명당 384.1명에서 알레르기비염이 발생해 천식(132.1명)이나 아토피피부염(36.3명)보다 높은 유병률을 기록했다.
지난 수십년간 알레르기질환 발생률은 급격히 증가했지만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반대로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경우 발생률이 여전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연구는 한국도 미국 등 선진국처럼 주요 알레르기질환 발생률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보고했다. 강혜련 교수는 “1960~2000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의해 한국인의 생활패턴과 위생이 급격히 변하면서 알레르기질환이 증가했다”며 “2000년대 들어 국내의 도시화 및 산업화가 완료 단계에 접어들어 발생률이 정체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천식과 아토피피부염은 증가세가 한풀 꺾였지만 알레르기비염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알레르기질환의 발생은 유전적인 소인뿐만 아니라 꽃가루, 기후, 공해와 같은 환경 요인, 감염, 식이, 경제수준 등 여러 인자가 작용한다.
강혜련 교수는 “최근 대기오염과 함께 기후변화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런 인자들은 알레르기질환 발생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