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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워커홀릭의 식사는 특별하다? … 유동식 전성시대
  • 정희원 기자
  • 등록 2015-11-20 11:38:42
  • 수정 2020-09-13 20: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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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먹는 시간도 아까워 영양소만 섭취하겠다 … 기존 미용 목적 주스열풍 넘어 ‘생존’ 문제로 이어져
주스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한꺼번에 많이 섭취할 수 있고 보관이 편리하지만, 건강한 사람은 이들 식품을 씹어서 먹는 게 가장 좋다한동안 주스 열풍이 불어닥치더니 최근엔 유동식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유동식은 건강 문제가 있는 환자나 노약자가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묽게 만들어 영양을 공급하는 음식을 통칭한다. 

최근엔 환자식을 뛰어 넘어 ‘심플한 식사’를 원하는 사람에게 각광받고 있다. 주스열풍이 다이어트 등 미용 목적이 강한 사람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면 간편 유동식은 좀더 ‘생존’과 직결된 부분에 중점을 둔다.

유동식을 찾는 사람들은 대개 워커홀릭이다. 식사 시간조차 아까워 잘 차려진 음식을 씹어먹는 대신 차라리 한번에 모든 영양소를 마셔버릴 것을 택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미 ‘유동식’을 주식으로 선택하는 사람도 적잖다고 한다. 한 끼에 섭취해야 할 영양소를 한번에 갖춘 파우더를 물이나 우유 등에 섞어 쉐이크처럼 마시는 게 ‘효율적’이라고 느껴서다. 식사 과정의 즐거움보다 결과물인 영양소를 취하려는 데 중점을 둔다. 음식이 일종의 ‘연료’처럼 작용하길 바라는 것. 

실리콘밸리서 처음 등장해 가장 히트를 친 간편 유동식은 ‘소일렌트’(Soylent) 브랜드다. 3분 안에, 한컵으로,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해 ‘생존’을 가능케 해준다는 모토를 내세우며 등장했다. 소일렌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300만달러를 투자받은 뒤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소일렌트는 애초에 ‘즐거운 한끼 식사’를 포기한 만큼 밀가루를 물에 타 마시는 듯하다는 평을 듣는다. 소일렌트 측도 식사대용식품은 화학약품 분말과 다름 없어 애시당초 맛은 기대하지 말라는 식이다. 

소일렌트를 개발한 롭 라인하트는 일반적인 식사는 1주일에 2~3회만 시행하고, 소일렌트를 하루에 3~4번 마시며 지낸다고 한다. 그는 수시로 자신의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예전보다 피부가 좋아지고 비듬이 줄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크푸드보다 건강한 끼니라는 것을 주장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복용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이들 제품을 보충제가 아닌 식품으로 분류해 식품으로서의 보편성을 인정했다. 

다만 이같은 식사대용품이 아주 획기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평도 있다. 애초에 식사를 대체해준다는 ‘파우더’나 유동식은 꾸준히 존재해 왔다. 최근 등장한 간편식품은 ‘완벽한 식사 한 끼’를 추구한다고 설명하지만 이전 제품들도 비슷한 마케팅을 해왔다. 

무엇보다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점은 인간이 음식을 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있을까다. 여러 공상과학소설 등에서는 미래 인간은 캡슐 등으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주장해왔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식사의 기쁨을 잃지 않았다. 

문화인류학자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는 “우리를 인간적으로 만드는 건 요리하는 행위”라며 “더욱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굽고 삶고 튀겨가며 요리하는 즐거움이 인류의 문명을 점진적으로 발전시켰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영양을 공급해주는 이치를 넘어 하나의 문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유동식을 오래 섭취했을 때 건강문제를 배제할 수 없다. 오한진 비에비스나무병원 노화방지센터장은 “의학적으로 필요한, 전문가가 관리하는 유동식 식이요법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열량과 영양성분을 공급해 유익하다”며 “가령 심각한 비만 환자의 체중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성인병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킬 수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이 유동식만 섭취하면서 비타민과 미네랄을 적절히 보완해주지 않을 경우 자칫 영양실조를 초래할 수 있다”며 “유동식의 칼로리 자체가 높지 않기 때문에 열량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엿다.

또 유동식 위주의 식사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비정상적으로 떨어뜨려 케톤증이 생길 우려가 있다. 이런 경우 메스꺼움, 어지럼증, 만성피로를 느끼고 몸에서 평소와 다른 시큼한 냄새가 난다. 이는 신체가 산성화되는 것으로, 자칫 노화를 촉진할 우려가 높다.

본능적인 ‘씹는 행위’ 자체도 무시할 수 없다. 오 센터장은 “저작(咀嚼)활동은 음식물을 씹고 부수어서 위장에서의 소화활동을 돕는 기본적인 목적을 가진다”며 “칼로리를 소비하도록 하고, 노화방지 호르몬을 분비하며, 근육을 이완시키는 등 ‘많이 씹을수록’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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