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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째 이어진 ‘넥시아’ 논란, 임상효과 검증은 언제?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11-05 15:42:11
  • 수정 2020-09-13 20:2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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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원철 교수 “3·4기 암환자 52.7% 5년 이상 생존” … 의료계 “대조군 없는 후향적연구 그쳐 신뢰도 의심”

옻 추출물을 주성분으로 한 한방항암제 ‘넥시아’를 개발한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환자 단체들이 정부에 한방 암치료 ‘넥시아(Nexia)’의 효능을 검증하라고 촉구하면서 10년 째 이어진 넥시아 효능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주무 부처가 넥시아의 과학적·임상적 검증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수만 명의 말기 암환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 환자는 한 달에 300만~400만원이 소요되는 고가의 넥시아를 복용해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하고, 다른 일부는 효과가 없었고 검증되지 않은 항암제 때문에 고액의 의료비만 낭비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4일 서울 종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나서서 과학적·임상적 검증을 해야 10년 동안 계속된 ‘넥시아’ 효능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넥시아는 옻나무 진액을 이용해 만든 암 치료제로, 1996년 개발돼 이듬해부터 환자에게 처방되기 시작됐다. 원래 ‘Nexia Intervention Agent’로 불리는 한의학적 암치료 연구프로젝트의 명칭이었다가 자연스럽게 치료제 명칭으로 불리게 됐다. 세종대왕 재위 당시 편찬된 ‘향약집성방’에 실린 이성환(二聖丸)이 모태다. 이성환은 예부터 발육부전이 있는 여성의 생리통, 남성의 원기부족과 아랫배 냉증과 복통에 사용했다. 다만 옻을 타는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넥시아는 이성환의 원료 성분을 아세톤으로 추출해 양약처럼 만든 것이다. 이 약이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크게 암세포가 혈관을 뻗어가며 증식하는 혈관신생 과정 억제, 체온상승 등을 통한 면역력 강화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방의 관점에서 암은 체온이 낮을 때 면역력이 떨어져 발생한다. 암을 본격적으로 치료하진 못해도 기(氣) 보강 및 면역력 강화를 통한 재발 방지나 말기암 환자의 통증 경감 등에선 꽤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상당수 한의사들의 입장이다. 

개발자인 최원철 교수는 원광대 한의대 출신으로 경희대에서 한의학 석·박사,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 대학원에서 약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인천에 한의원을 개원한 뒤 1994년 광혜원한방병원으로 명칭을 바꿨다. 개원 초기엔 중풍과 당뇨병 치료에 집중하다가 1997년부터 암 치료에 눈을 돌려 자신만의 독특한 치료법을 환자에게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중 하나가 넥시아다. 
최 교수는 2012년 10월까지 강동경희대병원에서 근무하다 단국대 특임부총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넥시아 관련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넥시아글로벌의료센터를 건립하려 했다. 이에 의료계는 “옻나무 추출물을 이용한 암 치료방법은 뚜렷한 의학적 근거가 없으며 넥시아센터 건립을 중지하지 않을 경우 범의료계가 대응할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결국 2014년 2월 단국대 죽전캠퍼스에 넥시아나노암연구소 및 융합의료센터가 문을 열었다. 

최원철 부총장과 이영작 한양대 석좌교수는 2006년 9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암치료 근거중심의학(EBM) 심포지엄‘에서 넥시아의 말기 암 치료성적을 발표했다. 당시 연구에 따르면 1997년 3월부터 2001년 5월까지 넥시아로 치료한 3·4기 암환자 216명 중 114명(52.7%)이 5년 이상 생존했다. 4기 말기 암환자의 경우 22.4%가 5년 이상, 혈액암(백혈병 포함)은 73.1%가 5년이상 생존했다. 

하지만 상당수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 연구결과는 암환자 대부분이 일반병원에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장기이식 등 표준적인 치료와 병행하거나 치료가 끝난 뒤 단독으로 넥시아를 복용했기 때문에 넥시아만의 독자적인 효과로 보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 연구는 실험군과 대조군을 전제로 하는 전향적인 임상시험이 아닌 대조군이 없는 사후적 통계분석기법 연구인 후향적 연구(retrospective study)로 이뤄져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혜원한방병원에서 처음 진료를 받은 환자 6명을 제외하고 넥시아 치료를 받은 말기 암환자 210명 중 의사소견서나 의무기록사본 등의 명확한 근거자료로 분석한 경우는 78명(37%)에 불과했다”며 “나머지 132명(63%)은 환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분석한 결과이기 때문에 ‘넥시아’의 효능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자료로는 부족하고, 추가적인 과학적·임상적 연구를 통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지속되자 최원철 부총장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급 학술지인 ‘외과학연보(Annals of Oncology)’를 통해 넥시아의 말기 암 치료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해당 저널엔 항암치료에 실패했던 말기 전이성 신장암 환자가 넥시아 처방 후 ‘암 완전 소실 상태’를 유지하며 다시 건강해진 사례를 소개한 정식논문(전이된 신장암 치료를 위한 가능성 있는 치료법으로서의 RVS 추출물: 임상 2례)이 실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 교수가 근거로 제시한 논문만으로는 임상적 효능을 입증하지 어렵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 대표는 “해당 논문은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는 전향적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식 논문이 아니라 편집장에게 보내는 독자편지 형태로 두 가지 증례를 소개한 것에 불과하다”며 “저자들도 넥시아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생물학적 연구와 전향적 임상시험을 통해 성분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기술해 넥시아의 임상적 효능을 입증한 근거자료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부총장은 2009년 11월 25일과 2013년 2월 7일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넥시아’의 양방항암제 버전인 ‘아징스75(AZINX75)’에 대한 2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아 전국의 병원에서 실제 임상시험 2상을 진행했지만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단체연합은 ‘환자단체넥시아검증위원회’ 발족해 진실 확인에 나섰지만 최 부총장 측과 한의계의 비협조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6월 12일 최원철 부총장을 포함한 단국대 넥시아센터 소속 한의사 6명이 검증위원회 위원장인 안기종 대표를 ‘넥시아 피해환자 상대 검증작업 및 피해사례 파악 계획 취지의 인터뷰, 넥시아 피해환자 모집 사이트 개설 등으로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를 했다’는 이유로 형사고소했다.

환자단체연합은 “보건복지부는 ‘넥시아’의 효능과 관련한 객관적 검증을 위해 보건의료정책실장 산하에 ‘넥시아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은 최원철 부총장으로부터 현재까지 ‘넥시아’로 치료받은 말기 암환자들의 자료들을 받아 관련 연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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