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 치료가 영구적인 청력상실을 초래하고 전신감염이 있는 경우 항생제로 인한 난청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자원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팀과 피터 스테이저(Peter S. Steyger) 미국 오리건청력연구센터(Oregon Hearing Research Center) 교수팀은 이같은 연구결과를 4일 발표했다.
달팽이관의 청각세포를 손상시켜 난청을 초래할 수 있는 약물을 이독성(耳毒性) 약물이라고 한다. 대표적인 이독성 약물인 아미노글리코사이드계열 항생제는 가격이 저렴하고 박테리아에 대한 항생능력이 우수하다. 하지만 신장기능과 청력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뇌수막염, 결핵, 신생아패혈증, 낭성섬유증 등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생쥐실험을 통해 아미노글리코사이드 계열 항생제인 ‘겐타마이신’이 난청 발생에 관여하는 기전을 규명했다. 겐타마이신과 같은 이독성 약물은 세포 사이에서 이온들이 이동하는 통로(Ion Channel)로 움직인다. 이 통로를 통해 이동한 겐타마이신이 달팽이관 청각세포에 축적되면 세포가 파괴돼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한번 손상된 청각세포는 재생되지 않으므로 약물을 계속 사용할 경우 청력이 영구적으로 손상된다.
연구팀은 전신감염 증상이 있는 경우 내이에 축적되는 약물의 양이 증가해 난청이 심해지는 것을 증명했다. 여기엔 감염시 증가하는 염증매개물질이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자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가 가역적인 청력소실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며 “이같은 약물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과 급성난청의 예방 및 조기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는 난청 기전과 이독성 약물 분야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아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