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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IQ 좋다고 공부잘한다는 것은 옛말 … 작업기억 능력 향상이 중요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8-20 17:21:22
  • 수정 2015-08-21 20: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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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릴적 수학실력 키워줘야 ‘수포자’ 안돼 … 6시간 자야 학습능력 극대화, 부모가 모범돼야

단기기억을 최소 3번 이상 숙지해야 장기기억으로 남으므로 공부할 때에는 배운 내용을 뒤돌아보는 복습이 중요하다.

지난달 15일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미국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 듀런트고를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한국과 미국의 교육에 대해 비교하며, 한국처럼 미국도 교사에 대한 존경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육 관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한국을 종종 언급한다. 불과 50년전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진입한 것은 교육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한국 부모의 교육열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가난했던 시절 자신이 굶더라도 자녀를 가르쳤다. 아직도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교육이다. 조금이라도 성적을 올리기 위해 비싼 과외를 시키고, 유명한 학원에 보내 자녀를 공부시킨다. 한국에서 ‘맹모삼천지교’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의 정신건강주간을 맞아 공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20일 오전 10시부터 원내 지하 1층 CEO강의실에서 ‘공부 왜 안되지?’를 주제로 대국민 건강강좌를 개최했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개인특성과 환경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개인특성은 지능, 발달수준, 인지능력, 동기, 작업기억, 자기조절, 주의력, 감정 등으로 나뉜다. 환경은 가정, 학교, 또래집단 등으로 구분된다. 개인특성이 뛰어나더라도 환경이 엉망이라면 공부를 잘하기 힘들어진다. 반대로 환경이 좋더라도 개인특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지능(문제해결능력, IQ)은 타고나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능 발달의 절반 이상은 주변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지능은 공부를 잘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되지 않는다. 지능보다 공부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다.

작업기억은 뇌가 여러 정보를 머릿속에 동시에 입력하여 처리하는 능력이다. 메모리가 클수록 컴퓨터가 여러 일을 동시에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모든 공부의 핵심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독해능력에 있다. 독해능력의 기초가 되는 게 작업기억 능력이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은 단어의 뜻을 파악해 문장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는 과정부터 전체 글의 주제를 이해하는 과정까지 복잡하다. 이런 과정은 작업기억에서 이루어진다.

작업기억 능력이 떨어지면 앞에서 읽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어야 하므로 읽는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글의 내용을 부분적으로 이해했더라도 글 전체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게 된다.

작업기억은 나이가 들수록 발전한다. 저학년보다 고학년일수록 작업기억을 통한 공부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작업기억만 좋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다. 작업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게 더욱 중요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최소 3번 이상 작업기억한 내용을 숙지해야 장기기억을 넘어간다. 학습 전문가들이 복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최근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기초부터 실력을 꾸준히 쌓아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단기간에 성적이 오르는 과목이 아니며, 학습진도를 잠시 놓치면 그 차이를 따라가기 힘들다. 대부분 사람들은 처음 셈을 배울 때 손가락을 이용한다. 이후 입으로 숫자를 세가며 계산을 하고, 이 단계가 지나면 눈으로만 숫자를 읽어도 셈을 한다.

정우열 생각과느낌클리닉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어릴 때부터 수학 실력이 제대로 닦이지 못하면 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부모가 자녀의 능력을 파악하고 올바르게 교육시켜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기 또한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지능이 높고 작업기억능력이 뛰어나도 공부에 대한 동기가 떨어지면 공부하기가 힘들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는 욕구위계이론을 통해 지적성취 욕구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문화나 교육에 대한 지적 욕구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잠재적인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학습능력을 올리려면 자는 것도 중요하다. 수험생 사이에선 사당오락(4시간 자면 대학에 붙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이란 말이 내려온다. 수면시간을 줄여서라도 공부시간을 늘려 남들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려는 입시위주 교육 풍토가 빚어낸 말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소한 6시간은 수면을 취해야 학습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있다고 조언한다.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뇌 기억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다.

정우열 원장은 “사당오락은 이젠 옛말”이라며 “잠이 부족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결국 인지능력 저하까지 이어져 시험을 보는 수험생에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자녀 학습에 대해 고민인 학부모들이 병원을 찾아 의사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고민 중 하나는 자녀가 스스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녀에게 채찍과 당근을 쥐어줘도 뒤돌아서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른짓을 한다고 토로한다.

신은영 연세유앤김정신과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자녀가 공부하는 환경을 만드려면 부모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부모가 평소 독서를 하거나 공부를 하면 자녀는 스스로 공부하게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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