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유아 경우 ㎏당 복용 기준 어려워 … 병원 도입 시급하지만 넘어야 할 산 많아
3D프린터가 개인별 맞춤 인공뼈, 인공장기, 맞춤형 수술연습 조직에 이어 맞춤형 약품까지 만들어내 의료발달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지난 3일(현지시간) 3D 프린터로 제작한 경구용 약물을 세계 최초로 승인했다. 미국 아프레시아제약의 뇌전증 치료제인 ‘스프리탐’(성분명 레비티라세탐, levetiracetam)은 성인과 소아 환자에서 부분발작, 간대성근경련발작 및 일차 전신강직성간대성발작에 대한 보조요법제로 허가됐다. 3D 프린터로 첫 허가를 받은 이 약물은 ‘집도스(ZipDose) 테크놀로지’를 적용, 구멍이 많은 제형(porous formulation)으로 제작해 일반 약보다 용해속도가 빠르다는 이점을 갖는다. 이 회사는 다양한 제품을 개발예정이다.
기존의 소아용약과 차별화되는 것은 정확한 용량을 복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레비티라세탐의 경우 20㎎/㎏/일의 복용량을 지켜야 하는데 14㎏의 소아환자일 경우 첫복용은 140㎎, 이후부터 280㎎을 복용해야 한다. 이 환자가 1㎏ 체중이 증가할 경우 20㎎을 더 추가해야 한다. 뇌전증 치료제는 이런 문제 때문에 시럽이나 츄어블, 스프링클(뿌려먹는 과립형 제제) 등으로 제작되지만 정확한 용량을 맞추기 힘들었다. 대학병원 약제과는 약물을 믹서기에 갈아 그 양을 나눠 고형제에 다시 넣고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큰 데다 정확한 용량을 나누기도 어려웠다. 아직 허가를 받기 위한 난관은 많지만 3D 프린터를 이용한 방식의 의약품 제조가 대학병원에서도 가능해진다면 시간과 노동력의 절감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신장암환자를 수술하기 전 3D 프린터로 암 및 주변조직과 똑같은 모형을 만든 후 시뮬레이션과 수술 계획을 세워 환자의 암조직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코가 없는 기형을 갖고 태어난 몽골소년에게 3D프린터로 맞춤형 지지대를 제작해 이식을 성공했다.
일본의 시호넨스사는 종합병원, 전문병원, 응급실 등 다양한 의료환경에 따라 요구되는 기능과 침대 사양에 맞추기 위해 3D프린트 기술로 부품을 제작해 제작 시간은 물론 비용을 줄였다. 일본의 모노타로사는 3D 프린터를 활용해 환자별 맞춤형 휠체어를 개발했다. 기존 공정보다 작업속도가 개선됐고, 완성도도 올라갔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약제과장은 “이런 제품이 대학병원에 도입된다면 약제과의 시간 및 경비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환자들의 복약순응도도 높아질 것”이라며 “한 가지 약물만 아니라 여러 가지 성분을 복합 제조할 수 있게 된다면 환자에게 여러모로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약회사 생산방법에 대한 허가에서 더 나아가 병원 약제과의 조제방법 개선으로 3D 프린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 사용 범위가 넓어지겠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며 “이런 문제는 선진국을 뒤늦게 따라가기 보다 한국이 먼저 앞장섰으면 한다”고 밝혔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3D프린터의 속도보다 제약공장에서 생산하는 속도가 빨라 큰 의미는 없다”며 “이 제품이 대학병원으로 들어가는게 허용될 경우 제약회사가 원료판매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