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이 3D프린팅기술을 이용해 환자 맞춤형 골반뼈(천추)를 제작 및 교체하는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골반뼈에 악성종양이 생겨 골육종을 앓았던 강모 양(16)은 지난 3월 23일 수술을 받은 후 1주일 만에 걷기 시작했고, 지난 5월 8일 외래 정기 검진 때 부모와 함께 걸어 들어와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다.
강양은 지난해 7월 체육활동을 하다가 심한 허리의 통증을 느꼈다. 패치형 소염진통제, 물리치료, 진통제 등으로 버티머 학교 수업을 받았지만 같은 해 11월 중순부터 학업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매우 심해졌다.
지난해 11월 2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첫 진료 후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골반뼈에 골육종이 생긴 것으로 진단됐다. 이후 수술 전 항암치료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감소시켰으며 지난 3월 23일 수술을 받았고, 한 달 후 퇴원했다.
신 교수팀은 수술 전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정형외과 골종양 전문의들과 함께 수술법에 대해 논의했다. 골반뼈에 있는 신경을 모두 자를 경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반신이 마비되고 대소변 가리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의료진들은 수술 후 강양의 삶의 질까지 고려해 골반뼈의 왼쪽 절반만 제거하고, 최대한 신경을 살리기 위해 왼쪽 골반뼈의 1·2·3번 신경만 자르기로 결정했다.
이식되는 맞춤형 골반뼈가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3D프린팅 제작업체와 여러 차례 회의를 가졌다. 앉았을 때 척추가 상체의 무게(성인기준 약 30~40㎏)를 충분히 지탱하고, 수술하지 않는 오른쪽 골반뼈와 무게가 거의 비슷해 좌우의 균형이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수술 전 의료진은 플라스틱 모형을 먼저 제작해 모의수술 과정을 거쳤다. 이후 세 번이나 다시 모형을 뽑아 강양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골반뼈를 만들었다. 신 교수는 “3D프린팅은 기존 모형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때 수정이 가능해 강양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골반뼈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존 골반뼈절제술이 8~9시간 걸린 것에 비해, 3D프린팅을 활용한 수술은 6시간 정도만 소요됐다. 또 기존 수술법은 환자의 골반뼈 대체물이 정확하게 맞지 않을 경우, 수술 중간에 다시 재단해 맞춰야 했다. 반면 3D프린팅을 활용하면 수술 중 재단하는 과정이 없어 시간이 단축됐다.
강 양은 수술 후 1주일 후부터 걷기 시작했고 3주차부터 항암제를 맞을 정도로 회복이 빨랐다. 기존 수술법은 최소 한 달은 지나야 보행이 가능했다.
강 양은 수술 후인 지난 5월 8일 부모와 함께 외래진료실로 걸어들어왔다. 그는 “통증이 전혀 없어 이제 불편한 발목을 빨리 재활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수술 환자들은 이렇게 빨리 재활을 생각할 수 없다. 걷는 동작에만 한 달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대소변을 가리고 통증이 없으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삶의 질을 더 높이기 위해 발목 재활치료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의료진은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악성종양이 발생했던 부위의 재발 및 전이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신 교수는 “3D프린팅이란 환자의 척추모양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즉 환자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 만드는 맞춤정장과 같은 개념”이라며 “제작업체에 환자에 맞게 다양한 요구를 하면 그대로 반영돼 원하는 골반 모양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디자인을 통해 수술을 진행하니 수술 후 골반뼈가 안정돼 환자의 회복도 빨랐다”며 “종양이 있었던 골반뼈를 제거하고 3D구조물을 채워 기존에 척추가 가지고 있었던 안정성을 그대로 유지했다”고 덧붙였다.
골육종은 뼈에 발생하는 악성 종양 중 가장 발생빈도가 높으며 수술을 하더라도 완전히 절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주로 10대 후반에 많이 발생하고 통증, 관절운동장애, 붓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