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신경성퇴행질환인 헌팅턴병의 발병기전을 밝혀 조기진단 및 치료가능성을 높였다. 서인석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팀은 헌팅턴 동물모델과 환자의 선조신경세포를 이용해 산화스트레스와 신경세포의 사멸 사이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칼슘 항상성 이상을 일으키는 원인인자인 ‘TRPC5 칼슘이온통로’를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은 일종의 상염색체 우성(Autosomal dominant) 신경성 퇴행질환(Neurodegenerative Disease)이다. 대표적인 형태는 운동장애, 인지장애, 정신혼란이며 보통 발병 후 10~15년내에 사망한다.
이 질환의 병리특징은 대뇌 선조신경세포(Striatal neurons)의 점진적 손실이다. 하지만 헌팅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선조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메커니즘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전 연구에서 헌팅턴병 환자는 대뇌 선조신경세포의 산화스트레스(oxidative stress) 수준이 현저히 높고, 칼슘 항상성에 이상이 발견됐다. 즉 산화스트레스를 제거하거나 칼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게 실현가능한 대체치료법이다.
정상 세포상태는 산화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항산화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산화스트레스가 과다 생산되면 세포내 항산화물질인 글루타치온(GSH)이 산화형 글루타치온(GSSG)으로 전환돼 세포내에 축적된다.
이렇게 증가된 산화형 글루타치온이 TRPC5 칼슘이온통로를 산화 손상시키면 이온통로의 활성이 증가하면서 세포 안에 과도한 칼슘이 유입된다. 다양한 신호전달을 유도할 수 있는 세포내 칼슘이 증가되면서 칼슘 항상성 조절에 문제가 생기고 신경세포의 사멸과 기능장애가 유도된다.
연구팀이 헌팅턴 쥐모델을 대상으로 TRPC5 칼슘이온통로의 유전적 억제와 약물적 기능저하를 실시한 결과 정상 선조신경세포가 증가하면서 전형적인 행동장애가 개선됐다. 헌팅턴 환자에서도 유의하게 산화 손상된 TRPC5 칼슘이온통로의 증가가 일치했다.
연구에 참여한 홍찬식 서울대 의대 박사는 “헌팅턴질환이 유전적질환임에도 성인 이후에 늦게 발병하는 것은 TRPC 이온통로의 발현 양상 변화가 증상과 발병시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라며 “이는 헌팅턴병에 대한 조기 진단법의 진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서인석 교수는 “신경세포 사멸의 상위조절인자를 발견해 새로운 헌팅턴질환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제시했다”며 “헌팅턴질환 병증의 이해는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의 신경성 퇴행질환 치료에도 도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영국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학술지 ‘뇌(Brain)’ 지난 1일자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홍찬식 박사와 서혜명 한양대 교수가 제1저자,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교수와 서인석 교수가 교신저자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한국연구재단과 BK21 플러스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