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양·건조 과정서 숱한 시행착오 끝 성공, 누적 7000만병 판매 … 성인용 수요 확대 중
가수 김윤아 씨가 모델로 출연한 일동제약 유산균제제 ‘비오비타’ 광고
일동제약이 1959년 첫선을 보인 유산균 소화·영양·정장제 ‘비오비타’는 순수 국내기술로 탄생한 대한민국 최초 활성유산균제다. ‘백일부터 매일매일’이란 일관된 구호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비오비타는 세대를 뛰어넘는 장수브랜드이자 명실상부한 대표 유아용 유산균제다.
비오비타의 개발은 일동제약의 창업주 고(故) 윤용구 회장이 1957년 중앙공업연구소가 개최한 한 전시회에서 우연히 유산균 연구 결과를 발견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유산균 자체가 생소해 대량 배양할 수 있는 기술과 지식은 물론 자재나 장비도 부족했다.
시설 부족으로 인해 대부분의 연구와 실험은 윤용구 회장의 사택에서, 배양은 서울대 약대나 중앙공업연구소의 시설을 빌려서 진행해야 했다. 약 2년에 걸친 개발 끝에 활성유산균의 대량 배양에 성공해 1959년 8월 특허를 등록하고 같은 해 10월 발매에 들어갔다. 최초 발매된 비오비타는 과립 형태인 지금과는 달리 정제, 산제, 과립제 등 다양한 형태로 발매 당시 가격은 300정, 60g 1병에 600환이었다.
이 제품은 건조 기술이 미흡해 균이 사멸되기도 했고, 배양 과정에서 다른 잡균이 침투하는 바람에 내용물을 모두 버리기 일쑤였다. 열악한 포장 재질이나 잘못된 보관으로 인해 과립이 떡처럼 뭉쳐지거나 변질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품질 개선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감압건조기를 새로 주문 제작해 유산균 사멸을 막았고 건조도 완벽도를 높였으며 포장재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갔다.
1960년대 후반 비오비타에 사용하는 유산균을 활성 유포자성 유산균(락토바실루스 스포로게네스, Lactobacillus Sporogenes)으로 개선하면서 품질 혁신을 가져왔다. 활성 유포자성 유산균은 자체적으로 포자를 형성해 뜨거운 분유에 타도 살아서 장까지 도달해 번식할 수 있다.
독특한 마케팅 전략도 비오비타의 성장에 한 몫을 담당했다. 1960년 입사해 아로나민 개발에 집중하던 이금기 회장이 아로나민 개발이 완료된 뒤 곧바로 영업부장으로 발령을 받아 아로나민과 비오비타의 영업과 마케팅에 주력했다. 새로운 영업부장 주도 하에 진행된 다양한 광고와 마케팅 전략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었다.
육아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육아 시리즈를 연재하며 광고에 공익성을 더했고, 여성 잡지와 함께 진행한 사랑의 육아 일기 공모를 통해 가족과 건강의 소중함을 일깨우기도 했다. 당시 일동제약 본사에는 이런 광고에 감동을 받은 고객들의 감사 편지가 쇄도했고, 비오비타 복용 후 식욕 증진과 발육 촉진의 효과를 얻었다는 애용자 카드도 연일 접수됐다고 한다.
1960년부터 약 10년에 걸쳐 동양방송과 함께 베이비 콘테스트를 개최하기도 했다. TV에서 아버지들이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은 당시로서는 이채로운 장면이었다. 과감하고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비오비타는 세상에 널리 알려져 비오비타의 매출은 급성장을 거듭해 1969년에는 시장점유율 33.9%의 톱 브랜드로 우뚝 섰다. 지난 50년간 판매된 비오비타는 대략 7000만병. 현재 포장규격 기준으로 세로로 길게 줄을 지으면 1만㎞가 넘는다.
일동제약 중앙연구소는 유산균 개발팀을 별도로 구성해 자체적으로 구축한 유산균 라이브러리를 바탕으로 고기능성 유산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콜레스테롤 저하 유산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저해 유산균, 면역 활성 유산균 등에 대한 특허를 등록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소아 인구의 감소로 인해 매출이 줄긴 했지만 아직도 유아용 정장제의 대표 브랜드는 비오비타”라며 “성인을 위한 제품들도 적극적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유산균 제제 시장은 한독약품, 동화약품, 종근당, 한미약품, 국제약품, 동국제약, 조아제약 등 제약회사뿐만 아니라 CJ제일제당 한국야쿠르트 등 식품회사, 아모레퍼시픽화장품회사까지 가세해 시장이 점점 과열되고 있다. 2013년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1조8600억원 수준으로 이 중 10% 안팎을 유산균제제가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