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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 한번 했다고 ‘좀비’ 취급 … 메르스 비하인드 스토리
  • 현정석·박정환·정희원 기자
  • 등록 2015-06-08 15:54:02
  • 수정 2015-06-09 18: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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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에 바셀린 바르면 예방? 유언비어 난무 … 분당제생병원, 유령 환자 소문 낸 병원에 법적 대응

메르스 발생 초기 감염 매개체로 지목됐던 낙타

얼마전 사촌언니의 결혼식장을 찾은 김모 씨는 하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신랑과 신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 일명 메르스)로 인해 하객이 절반도 오지 않아 결혼식장이 텅텅 빈데다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김 씨의 사촌언니는 괜찮다고 했지만 일생의 한번뿐인 결혼식을 전염병 때문에 망쳤다는 슬픔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첫 감염 환자가 확인된지 3주가 지난 현재 메르스는 국내의 의료체계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버스에서 기침을 하자 주변 사람들이 성경의 홍해 갈라지듯 비켜섰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웃고 넘길 문제가 아니다. 메르스 발병 후 한국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피소드들을 들여다본다.

유통업 직격탄, 12만원짜리 와이셔츠 3만원에 판매
메르스 발병 후 서울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텅 비었다. 지난달 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하고 약 20일이 지나도 사태가 악화되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주말마다 인파가 넘처나는 서울 강남 지역은 평소와 다른 분위기를 띠었다.

일요일인 지난 7일 자가용을 이용해 서울 종로구에서 서초구까지 도착하는 데 약 15분이면 충분했다. 교통체증 없는 서울이 어색하기만 하다는 느낌이다. 택시기사 이모 씨(52)는 “지난 주말 통틀어 총매출이 4만원이었다”며 “토요일 새벽 강남역이나 이태원역은 클럽에서 나오는 손님이 많은 곳인데 이번 주말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도 말 그대로 ‘파리만 날리는’ 상황이다. 북적여야 할 저녁 장볼 시간 무렵 롯데백화점 강남점,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등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이 때 백화점을 방문했다가 ‘득템’한 경우도 있다. 직장인 정모 씨(47)는 지난 주말 백화점에 들렀다가 평소 12만원 정도에 사야 하는 L브랜드의 와이셔츠를 3만원에 구입했다. 그는 “운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여러 브랜드가 이례적으로 세일을 하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국가적으로 심각한 상황에 매상이 오르지 않자 백화점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파격적인 세일을 감행하는 것이다. 같은 백화점에서 R브랜드는 기존 36만원짜리 핸드백을 반값에 판매하기도 했다.

코에 바셀린 바르면 메르스 예방? 근거없는 속설 난무
SNS에서는 흉흉한 분위기에 힘입어(?) 각종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 최근 ‘바셀린을 콧속에 바르면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는 웃지 못할 소문들로 바셀린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다. 지용성 비타민이 메르스 예방에 좋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지만 바셀린이 지용성이기 때문에 유효하다는 주장은 우스꽝스럽기만 하다. 전문가들이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지적하면서 사그라들었지만 문제는 이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데 몇몇 성형외과의 SNS도 일조했다는 것이다.

성형외과 홍보와 소통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SNS는 의료인이 직접 관리하지 않는 등 게시물을 하나하나 체크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메르스를 막는 ‘꿀팁’이라며 바셀린을 코에 바르라는 내용을 포스팅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 공유하는 정보인 만큼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해서인지 이를 따라하는 사람이 적잖았다. 최근 이같은 게시글은 대부분 삭제된 상태다.

하지만 ‘나만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인지 정작 메르스 예방수칙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도 의외로 많았다. 지난 주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보고 나오던 직장인 김모 씨(28·여)는 가만히 서 있다가 찝찝한 일을 당했다. 한 할아버지가 재채기를 참기 힘들었는지 갑자기 친구와 김 씨의 얼굴에 그대로 기침한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았겠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괜히 마음이 불안하다. 이날 공연장에서 매표소 직원을 제외하면 마스크를 낀 관객은 거의 없었다.

메르스 피해 병원들, 근거없는 루머에 법적 대응
메르스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병원이다. 메르스 감염 환자가 입원한 것으로 알려진 병원의 경우 외래 환자 수는 평균 10~30%, 병상가동률은 20% 가량 급감했다.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다.  가뜩이나 낮았던 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정부로부터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감염 환자 진료에 매달렸던 병원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국가적 재난 대응을 위해 합심해야 할 병원들 사이에서도 감염자 확산 책임을 두고 불신과 반목이 빚어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정부가 메르스 감염 병원 명단을 늦게 공개하면서 확인할 수 없는 정보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병원과 환자들에게 전가됐다.

분당제생병원은 근거없는 루머에 직격탄을 맞았다. 루머의 출처는 강원도 소재 모 대학병원이었다. 분당제생병원은 3일 “강원도 소재 대학병원이 우리병원을 메르스 발생병원인 것처럼 병원 내부에 자료를 게시해 손실을 끼쳤다”며 “병원 게시물은 SNS를 통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고 거명된 병원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메르스 괴담 확산 이후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문의 전화가 폭주했으며 외래환자가 급격히 줄었다. 수술을 연기하는 사례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메르스로 의심되는 환자가 경기도 성남 분당제생병원 응급실에 실려왔지만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병원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천성모병원도 메르스 관련 허위사실 유포에 법적 대응키로 했다. 최근 인터넷에는 ‘부천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2명 나왔으며, 이와 관련해 부천시장이 언론 발표할 예정’이라는 속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지금까지 메르스와 관련된 어떠한 확진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단지 경유한 사례라며, 현재 메르스 확진 환자는 부천시 어느 병원에서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백신 없는 이유는? 결론은 ‘돈’
메르스 백신은 왜 아직 개발되지 않았을까. 에볼라바이러스 백신이 없었던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속된 말로 돈벌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대형 다국적회사들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메르스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환자가 많지 않고 전파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다. 즉 백신을 개발해도 사용할 대상자가 적으니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중동이나 아시아가 아닌 북미, 서유럽 지역에서 발병했다면 진작에 백신이 나왔을 것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최근 브리핑을 갖고 “보통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에만 10~15년의 기간과 약 1조원의 비용이 소모되는데, 메르스는 돈이 되는 분야가 아니다”며 “공공부문에서 백신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감염자가 워낙 적어 임상시험을 충분히 시행하기 어려운 것도 백신 개발이 늦어지는 이유다.

새로운 스타 교수 탄생? 고대 라인 주목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등 고려대 출신 의료진이 방송이나 학회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기존 강자였던 서울대 및 연세대 의대 교수들의 활동이 뜸한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계에서는 전문 분야의 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연세대 감염내과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 서울대병원은 독감이나 기생충에 중점을 두고 있어 메르스 분야에선 다른 대학 출신 교수들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아수라장 … 집값·학교 성적 영향 미칠까 전전긍긍
서울 강남·송파구는 메르스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입은 지역이다. 삼성서울병원(강남구 일원동)에 이어 서울아산병원(송파구 풍납2동)에서도 첫 메르스 감염자가 나오자 강남·송파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다.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전라도로 골프를 치러 간 ‘대치동 골프장녀’로 몸살을 앓은 강남 한복판 A아파트단지 일대는 물론 대치동 학원가에 ‘메르스 확진 학생이 다녀간 학원’명까지 떠돌면서 동네 전체 분위기가 침체됐다.
논현동에 거주하는 주부 오모 씨(50)는 “방과 후 학습을 담당하던 학원이 잠정 폐쇄돼 학원에 의지하던 고3짜리 딸아이가 불안해 한다”며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메르스 때문에 집값까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진 지역 제약회사 영업사원들 딜레마
메르스 확진 지역을 담당하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보령제약 등 몇 회사는 영업사원들에게 확산이 멎을 때까지 출입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내부방침이 없는 회사 영업사원들은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거래처를 다녀야 해 불만이다.
평택 소재 한 내과 원장은 “벌써 발길 끊은 것으로 생각되는 몇몇 회사가 있다”며 “혼자 살겠다고 안 오는 것처럼 보여 솔직히 기분 나쁘다”라고 말했다.
외국계 제약사의 한 영업사원은 “이번주가 확산 고비라고 해 본사에서 영업회의와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솔직히 가기 겁나지만 이럴 때 가서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는 것도 방법”이라고 밝혔다.

마스크 도매상들, 울며 겨자먹기 판매
메르스는 의료계 및 유통여행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지만 마스크업체는 예외다. 약국 등에 납품되는 마스크 가격이 평균 1300원에서 1800원까지 올랐지만 의료기기 도매상이 약국에 납품하는 가격은 약 2000원대로 유지돼 울며겨자먹기로 납품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는 마스크를 오히려 인하해서 팔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는 실정이다. 약국도 마스크 가격을 인상하면 고객들의 항의를 들을 수 있어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인터넷은 가격은 싸지만 물량이 달려 배송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품질이 기대에 미달할 수 있다. 약국의 경우 환자가 약사를 직접 보고 설명을 들을 수 있어 구매를 선호하는 경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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