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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이르는 주문 ‘긍정적인 사고’ … 특정 생각하면 뇌구조 바뀌어
  • 정종우 기자
  • 등록 2015-05-27 11:25:09
  • 수정 2015-05-28 15: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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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긍정적 학생이 졸업후 1만5000달러 연봉 높아 … 적절한 스트레스는 인간 발전 원동력

신경가소성의 원리에 따르면 인간은 특정 생각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뇌가 구조적으로 바뀐다. 낙관, 열정, 활력 등 긍정적 감정을 느끼면 왼쪽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된다.

2013년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 긍정심리학자로 꼽히는 소냐 류보머스키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 교수는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이며, 행복한 사람이 생산성이 높고 면역체계도 건강하며 돈도 더 많이 번다”고 주장해 세인의 관심을 모았다. 그는 행복이란 50%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기질 등 유전적 요인, 10%는 환경에 좌우되지만 40%는 의지와 노력에 달렸다며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려 애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사람의 강연을 듣다보면 그들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긍정적인 사고다. 긍정적인 사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거나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필수적이고 중요한 것으로 취급된다. 사업가 등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원하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강조하며 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에드 디에너 미국 일리노이드대 교수팀은 ‘긍정이 개인성과에 미치는 영향’이란 연구 논문을 통해 긍정적 성격이 인간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신입생을 대상으로 대학입학 당시 성격의 긍정도와 대학졸업 19년 후 개인수입에 관한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긍정적인 학생과 부정적인 학생간 연봉차이가 평균 약 1만5000달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신경과학계에서는 ‘신경가소성(神經可塑性, Neural Plasticity)’이란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뇌의 신경회로가 외부의 자극, 경험, 학습 등에 따라 구조 및 기능적으로 변화하거나 재조직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으로 분석해 보면 음악과 언어적 기능을 담당하는 브로카란 영역이 일반인보다 더 크다. 점자를 익힌 시각장애인들은 집게손가락을 지배하는 뇌 부위가 확장돼 있다.

신경가소성의 원리에 따르면 인간은 특정 생각을 지속적으로 할 경우 뇌가 구조적으로 바뀐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기존의 생각에 관련된 뇌세포들 간의 연결은 약해지고, 새로운 생각과 관련한 뇌세포들 사이의 연결은 더욱 강화되고 공고하게 되기 때문이다.

리처드 데이비슨 감성뇌과학연구소장은 2006년 뇌파측정(EEG)과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감정을 지배하는 뇌 반구 결정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실험에서 사람들이 불안, 분노, 우울 등 부정적 감정을 느낄 때 우뇌 전전두피질(뇌의 맨 앞쪽에 있는 전전두엽)이 활성화됐다. 반면 낙관, 열정, 활력 등 긍정적 감정을 느끼면 왼쪽 전전두피질이 활성화됐다.

그는 중국 티베트를 찾아가 승려 175명의 뇌 활동(좌우 전전두피질의 활성 상태)을 측정했다. 연구결과 승려의 섬피질, 감각피질, 전전두피질의 두께가 일반인에 비해 0.10∼0.20㎜ 더 두껍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피질들은 감각에 집중하고 한 가지 생각을 지속하며 연민과 공감을 느끼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려들은 명상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숨기고 긍정적이고 매사에 감사는 태도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명상을 하면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을 생성하는 신경세포체의 밀도가 높아진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2012년 미국 예일대 연구팀은 70세 이상의 노년층 약 600명을 대상으로 11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활기차고 긍정적 사고를 가진 그룹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그룹보다 심각한 장애에서 회복될 가능성이 약 44%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에 참여한 베카 레비 교수는 “나이가 들면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며 “긍정적인 생각을 북돋아 주는 게 장애를 가진 노인들을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모든 참가자에게는 장애가 없었다. 가벼운 장애의 경우 긍정적 사고를 하는 사람이 완전 회복될 가능성이 약 15% 높았다.

긍정적인 사고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플라시보(Placebo) 효과다. 이는 18세기 이전부터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틴어로 ‘마음에 들도록 하다’는 의미로 흔히 약효가 없는 약을 진짜 약으로 속여 환자가 복용했을 때 환자의 병세가 나아지는 것을 말할 때 사용된다. 2007년 미국국립보건원은 평소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드는 사람이 가짜 약을 먹어도 어느 정도 심리적 안정을 느껴 수면에 이르는 것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플라시보 효과는 실제로 우울증 등 마음의 병을 고치는 데 적합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명확한 과학적 기전이 밝혀지지 않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반대로 치료효과가 있음에도 믿음이 없으면 효능이 전혀 발휘되지 않은 노시보(Nocebo) 효과도 나타나기도 한다. 독일 함부르크대 올리베 빙겔 박사는 진통제 정맥주사를 계속 주사하면서 환자에게 진통제 투여가 끝났다고 말하자 환자의 통증이 급상승하고 뇌에도 관련 반응이 일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지나치게 긍정적 사고는 긴장을 완화시키고 동기를 잃게 만들기 쉽다. 가브리엘 외팅겐 미국 뉴욕대 심리학교 교수는 “낙관적인 생각만 하는 사람은 미래에 꿈이 이뤄질 것이라는 판타지 때문에 성취욕이 오히려 약해지고 목표달성에 필요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된다”며 “긍정적 사고를 갖되 꿈을 생각하고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장애물을 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외팅겐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체중 감량에 성공할 거라고 맹신한 과체중 피실험자들이 그런 환상을 품지 않은 이들에 비해 체중 감량이 10㎏ 적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비즈니스 기술 수업을 듣는 학생 중 긍정적 환상에 빠진 이들이 수업시간에 더 많이 결석했고 결국 성적도 더 낮게 나왔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뇌의 신경을 각성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미국의 심리학자 스펜서 레서스(Spencer Rathus)는 “일부 스트레스는 건강에 이로우며 당면한 문제에 집중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여러 연구결과 대다수 사람들은 낮거나 중간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일의 성과가 가장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930년대 유스트레스(eustress, 삶에 동기를 부여하는 좋은 스트레스)라는 단어를 창조한 스트레스 연구의 개척자로 꼽히는 한스 셀리(Hans Selye)는 스트레스를 삶의 소금으로 간주했다. 역사적으로 스트레스가 인류를 인간답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의 삶에서 변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를 걱정하는 것은 인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보이는 행동은 성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여성은 애인이나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게 된다. 이때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oxytocin)이 분비돼 스트레스 반응을 억제한다. 남성은 대부분 혼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가 많아 옥시토신의 분비가 적어 장기적으로 뇌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사랑 등 뇌의 긍정적 기능을 담당한다 알려진 이른바 착한 뇌뿐만 아니라 산만함, 망각, 왜곡 등 뇌의 부정적 기능을 맡는 나쁜 뇌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며 “두 기능을 적절하게 균형있게 사용해야 건강한 뇌를 지킬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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