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피부에 뭔가 났는데, 여드름처럼 짜지지 않아 답답하다. 피부 속에 작은 몽우리가 만져지고, 동그랗고 붉은 자국이 올라온 데다가, 열감·통증이 동반돼 내리 신경쓰인다. 여드름처럼 속 시원히 짜면 해결될 것 같은데 그조차 쉽지 않다. 몽우리는 단단하게 피부 속에 싸여 가라 앉을 때까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분명 여드름인데, 여드름 같지 않은 답답한 존재가 ‘결절성 여드름’이다. 여드름의 기본 병변인 면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모낭 주위가 딱딱해지는 각화현상이 유발된다. 이는 모공 속에 상주하는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아크네스라는 박테리아로 인한 것으로 염증성 여드름이 생성되며 염증 정도에 따라 구진(papule), 농포(pustule), 결절(nodule), 낭포(cyst) 순서로 악화된다.
이 중 결절성 여드름은 쉽게 말해 붉은 여드름을 말한다. 고름이 심해져 모낭벽이 파열돼 혈액이 몰리면서 붓고 열이나며, 통증이 생긴다. 응괴성여드름이라고도 불린다. 만져보면 피부 겉에서는 통증이 적지만 피부 깊숙한 곳에서 아픔을 느낄 수 있다.
결절은 피부 병변 중 구진과 같은 형태이지만 직경이 약 5~10㎜ 정도로 더 크거나 깊이 존재한다. 쉽게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흔히 ‘왕 여드름’으로 불리는데 진피층, 피하지방층 등 피부 깊은 곳에서 염증이 진행돼 검붉은 색을 띠고 크기도 일반적인 농포성 여드름보다 큰 편이다. 여드름균이 피부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속에서 굳어지는 경우가 흔하며, 고름집이 생기면서 염증이 동시에 진행돼 압출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미 염증이 커져 피부조직을 상당히 손상시킨 상태로 여드름자국과 여드름흉터를 동시에 남기기 마련이다. 특히 켈로이드형 흉터가 많이 남는 경향을 보이므로 치료가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무엇보다 혼자 억지로 짜내면 안 된다. 오히려 상처가 깊어질 우려가 있어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결절성 여드름은 부위(병소)의 중증도와 양상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안규중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여드름 치료의 기본은 피지의 과잉생성을 막고 원인이 되는 세균 증식을 억제해 염증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며 “어떤 형태의 여드름이든 짜내야 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병원에서 소독된 면포 압출기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결절성 여드름은 단순히 압출이 어려워 약물치료와 피부외과적 치료 중 필요한 것을 선택하거나 병행한다. 약물치료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바르고, 외과적치료로는 면포압출·스킨스케일링·화학박피·광선치료·레이저치료 등을 활용한다. 간혹 스테로이드제제 성분이 포함된 ‘염증주사’를 시술하기도 한다.
김정은 순천향대 천안병원 피부과 교수는 “경구약으로는 항생제와 비타민A유도체인 레티노이드가 주된 치료제로 사용된다”며 “항생제는 염증성 병변에, 비타민A유도체는 비염증성 여드름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한 결절성 여드름이 발생했다면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먹는 테트라사이클린 계통의 항생제를 병행한다”며 “하지만 항생제는 속쓰림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약을 먹는 동안에만 효과가 있어 여드름에 대한 근원적 치료가 어려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경구항생제의 치료효과를 판정하려면 보통 6~8주 기간을 두고 봐야 한다. 전반적인 치료기간은 3~6개월 정도다. 일부 항생제는 소아와 임산부에서의 사용이 제한적이고, 개인에 따라 치료반응이 다르며, 약물을 장기복용 시 항생제에 내성균이 발생할 수 있어 경과 관찰을 하면서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결절여드름이 심하지 않다면 ‘스킨스케일링’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 시술은 글리콜린산, 제스너용액, 살리실산, 젖산, TCA(trichloracetic acid) 등을 사용해 피부 표면의 각질과 피지를 녹여 낸다. 모공을 막고 있는 각질, 찌꺼기들을 제거하는 동시에 피부염증을 완화시켜 여드름을 치료한다. 또 세균 증식을 막고 지방분해효소 생성을 억제해 피부를 깨끗하게 해준다.
이 시술은 불필요한 피지를 조절하고 막힌 모공 입구의 각질과 노폐물을 제거한다. 시술 후 바로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으며 피부톤까지 개선되는 효과를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피부 상태에 따라 1~2주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시행하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빛에 반응하는 물질인 광과민제를 피부에 침투시켜 원하는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PDT’시술을 쓰기도 한다. 광과민제는 피지선에 선택적으로 흡수돼 적정한 파장의 빛을 받아 활성화된다.
이로 인해 피지선과 모공 속의 여드름균을 파괴시키고, 피지선을 억제해 피지분비를 감소시켜 여드름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광과민제 도포 30분~1시간 후에 적색광이나 청색광, 혹은 혼합광선, 레이저 등을 조사한다. 시술 전 스킨스케일링으로 각질과 피지를 정리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시술은 2~4주 간격으로 3~5회 받으면 말끔한 피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