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환에 대한 전문용어 등 자세히 설명, 정신적 이상상태 따라하는 이들도 생겨
최근 정신건강의학과 질환과 관련된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자기 자신도 그 질환에 걸린 것처럼 따라하는 소위 ‘질병 코스프레’가 나오고 있다.
‘킬미, 힐미’, ‘하이드 지킬, 나’, ‘하트 투 하트’, ‘괜찮아, 사랑이야’ 등 최근 방영된 이 드라마들은 다중인격, 이중인격, 강박장애, 조현병(정신분열증) 등을 다룬 작품이다 .
정신질환이나 정신과에 대한 소재를 드라마에서 쓰기 시작하자 정신질환이라는 낯설고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 사실에 대해 대중들은 무섭다기보다 호기심 어린 시선이나 주인공에 대한 이미지 투사를 하기 시작했다. 정신과 관련 검색어가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기사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 중요 장면에서 엘리베이터나 전철을 못 타는 폐쇄공포증 등이 묘사된다. 시청자는 다중인격을 가진 사람에게 당황해한다. 이런 장면에 강한 인상을 받은 일부 네티즌들이 자신이 그런 사람이 아닌지 투사해보기 시작했다.
실제 사례인지 확인하기 어렵지만 네이버 지식인에 ‘다중인격’으로 검색하면 자신이 다중인격자같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한 네티즌은 “저를 미친 사람으로 볼 수도 있는데 최근에 킬미힐미를 보고 갑자기 저도 다중인격장애가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어렸을 적에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백하는 글도 올라온다.
실제 다중인격의 사례여서 치료를 받고 좋아진다면 상관이 없겠지만 대부분 관심을 받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라는 게 정신과 전문의들의 말이다.
한 네티즌은 채팅방에서 “저 고백할 게 있는데 외상후유장애와 공황증이 있어요”라며 “어릴 적 놀이터에서 불을 질러 경찰서에 끌려가 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이런 병에 걸려 15년간이나 약을 복용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네티즌은 앞뒤가 안맞는 자신의 말을 주위에서 지적하자 “그럼 전 어떤 걸까요? 저는 무슨 병이죠?”라고 반문해 그 채팅방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어이없게 만든 뒤 아무일 없다는 듯 채팅방을 나갔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대부분 이런 질환코스프레를 하는 사람들은 다중인격장애나 공황장애 등을 다룬 드라마에서 이들 질환을 겪는 주인공을 주위에서 따뜻하게 안아주거나 포용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면책특권을 얻기 위하려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현병 같은 질환은 따라하지 않아 외로움의 투사라고 추측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