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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을지대, 서울·경기북부 진출 ‘빅뱅’ 예고 … 누가 주도권 잡나
  • 박정환 기자
  • 등록 2015-04-25 23:25:23
  • 수정 2015-04-29 15: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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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정부성모병원 706병상, 지역 맹주 군림 … 을지병원·상계백병원 환자 감소 가능성 커

을지대 의정부캠퍼스 조감도

을지대가 경기도 의정부내 대학캠퍼스 및 병원 설립을 구체화하며 서울·경기 북부지역에 도전장을 냈다. 많은 인구에 비해 의료시설이 부족하다고 느껴왔던 의정부 시민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지만 의정부성모병원과 상계백병원 등 주변 병원들은 새 경쟁자의 출연이 부담스럽다. 대형 종합병원이 들어설 경우 환자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게 뻔하고, 이는 재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을지대의 의정부 진출이 과잉진료를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월 교육부 승인을 받은 을지대는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안에 의정부캠퍼스와 부속병원을 착공할 계획이다. 성남·대전에 이은 제3캠퍼스는 2007년 반환된 미군 에세이욘캠프 부지 8만9660㎡에 들어서게 된다. 간호학과, 임상병리학과, 대학원 등으로 구성되며 약 700여명이 재학하게 된다.
함께 건립되는 대학병원은 1028병상 규모로 경기도 전체에서 아주대병원에 이어 두 번째로 병상 수가 많다. 특히 경기 북부에서는 가장 많은 병상수를 보유하게 된다. 대학 측은 의과학연구소, 비임상시험센터, 의료관광지원센터 등을 갖춘 ‘헬스케어 테크노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주민들은 새 병원이 의정부 일대 의료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경기북부 지역에서 500병상 이상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은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706병상)뿐이다. 이밖에 의정부백병원(영동의료재단, 200여병상), 경기도의료원(220병상) 등이 자리잡고 있지만 43만명의 의정부 시민이 이용하기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의정부시의 인구 1000명당 병상수는 2.82병상으로 가까운 서울 노원구의 3.35병상에 비해 적다.
게다가 의정부 인근 연천, 양주, 동두천, 포천 일대에는 대형병원이 전무해 의정부로 환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결국 의정부 시민 중 상당수가 가까운 서울에 상계백병원(710병상), 을지병원(639병상), 원자력병원(546병상) 등으로 원정진료를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박준영 을지재단 회장은 “캠퍼스와 부속병원은 의료와 교육 불균형을 해결할 것”이라며 “의정부를 비롯한 경기북부지역의 균형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부시 관계자도 “의정부를 포함한 경기 북부에 대학병원이 한 개에 불과해 지역주민들이 서울로 나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며 “의정부 을지대병원이 설립되면 의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근 병원들은 새 병원 건립이 서울·경기지역내 병원들의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주변 대학병원 관계자는 “서울 진관동에 들어설 예정인 은평성모병원(800병상)만 해도 외곽순환도로를 타면 의정부에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환자 이탈을 우려했었다”며 “인근에 700병상 이상 병원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또다시 1000병상 규모의 대학병원이 건립되면 병원간 경쟁이 과열되고 의료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지금처럼 대중교통이나 도로시설이 잘 돼 있는 상황에서 의료접근성을 핑계로 병원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며 “서울 안이나 경기도 남부는 이미 병원 수가 포화 상태에 달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만만한 경기북부 지역을 선택한 것 아니겠는가”라고 추측했다.

새 병원 건립이 병원간 과잉경쟁을 부추겨 공공의료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을지대 부속병원이 들어서면 의정부 시민들은 돈벌이 의료에 몸살을 앓을 게 뻔하다”며 “지금 의정부시는 새로운 대형병원을 유치할 게 아니라 경기도의료원의 병상을 확충하는 등 공공의료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역 유일한 공공병원인 경기도의료원은 지난 2월 배기수 원장이 ‘내부 조직원 통솔력 부족’ 등을 이유로 사임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말이 자진 사퇴지 사실상 강제 퇴임이라는 의료계 대부분의 반응이다. 재임 당시 직원 및 가족에 대한 지나친 의료비 감면 혜택 등 방만경영을 지적받는 등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왔다.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의정부성모병원의 경우 최근 병상가동률 100%를 달성하는 등 좋은 분위기에 제동이 걸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최근 가톨릭학원이 5개 직할병원 특화 운영을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을지대 부속 병원과의 경쟁은 향후 병원 운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부는 지리적으로 남북을 잇는 요지이기 때문에 정부의 통일의료 정책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려면 을지대 부속병원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우선이다.

새 병원이 같은 재단 산하인 을지병원(서울) 경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을지병원의 경우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북부 지역 환자도 꽤 많은데, 새 병원이 인근 환자를 무작정 흡수하다가는 을지병원의 환자 수가 감소하는 ‘팀킬(Team kill)’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며 “경기지역 환자 감소는 인근 상계백병원, 원자력의학원 등과의 경쟁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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