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황새치, 농어, 눈다랑어처럼 덩치가 큰 생선일수록 인체에 유해한 수은 함량이 많아 임산부나 어린이는 적정량만을 섭취해야 한다. 반면 밥상에 자주 오르는 고등어, 멸치, 대구 등은 상대적으로 수은 농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먼 교수는 “우리가 먹는 생선에는 오메가3, DHA, EPA 등 좋은 성분과 함께 인체에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수은도 들어 있다”며 “특히 인체에 축적돼 문제를 일으키는 게 메틸화수은으로 미나마타병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물질은 대부분 화석연료에서 공기를 통해 물로 전달된 뒤 수중박테리아를 거쳐 작은 물고기에서 상어나 고래와 같은 큰 물고기로 옮겨간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중·대형 어종인 참다랑어·날개다랑어·눈다랑어·돛새치·백새치 등의 적정 섭취량을 주당 100g 이내로 정한 반면 참치캔·생선조림·고등어·광어·꽁치·삼치·조기·명태·삼치·전어는 4배인 많은 주당 400g까지 섭취해도 무방하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은 이같은 연구결과에 기인한다.
메틸화수은은 신경독성을 가져 실조증, 진전, 시야 좁아짐, 대뇌피질 및 소뇌의 위축을 유발한다. 신경독성이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문턱 값(한계점, Threshold)은 50~200㎍Hg/ℓ이며, 모체보다 태아에 훨씬 민감하게 작용한다. 태아가 수은에 과다 노출되면 뇌손상, 영·유아는 인지능력 저하·신경발달 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임신부가 수은에 다량 노출되면 모체는 중독증상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태아를 사산하거나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
UN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메틸화수은의 잠정 주간 섭취 허용량(PTWI)은 체중 1㎏당 주 1.6㎍ 이하다. 예컨대 체중이 60㎏인 임산부라면 메틸수은을 매주 96㎍(1.6×60) 이내로 섭취해야 한다.
골드먼 교수는 “어류를 자주 섭취하는 세이셜섬의 어린이 800여명을 대상으로 모발수은을 측정한 결과 정상으로 나타났지만 아일랜드의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타났다”며 “이런 차이는 해수 종류 및 해역 위치와 관련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 말했다. 이어 “과학적 연구에 의해 여성이 섭취 가능한 수은의 커트라인은 권고치(RfD, Reference dose) 0.1㎍/㎏/d로, 이보다 적게 섭취하면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다.
생선류 중 수은 중독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게 참치다. 참치류는 크게 다랑어류와 새치류로 분류된다. 다량어류엔 크기가 가장 큰 참다랑어를 비롯해 눈다랑어·황다랑어·날개다랑어·가다랑어가 속한다. 무한리필 참치회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치류엔 황새치·청새치·백새치·돛새치 등이 포함된다. 국산 참치캔의 경우 95% 이상이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은 가다랑어로 제조된다. 식품업계가 참치캔의 유해성 논란이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은 가다랑어의 경우 수은 함량이 고등어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식약처 조사 결과 가다랑어의 메틸화수은 함량은 1㎏당 0.011㎎로 참다랑어(0.527㎎)나 날개다랑어(0.218㎎)보다 훨씬 낮았다.
결과적으로 참다랑어 등 큰 생선류는 주로 횟감으로 쓰이기 때문에 임산부의 경우 되도록 참치회는 섭취를 삼가는 게 좋다. 참치캔의 경우 식약처 권고에 따라 1주일에 세 캔 이하로는 섭취해도 괜찮다.
이날 강연에선 방사능물질인 라돈의 위험성도 언급됐다. 골드먼 교수는 “라돈은 우라늄이나 토륨의 자연적인 분해에서 생성되는 방사능물질로 집의 창틀, 지하실 갈라진 틈을 통해 집으로 들어 올 수 있다”며 “미국의 경우 한 해 1만5000~2만명이 라돈으로 인한 폐암에 걸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기를 잘 시키지 않는 겨울철에 라돈 농도가 올라가므로 문을 자주 열어주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