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제약의 ‘박카스’가 캔으로 생산되고 있지만 이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수출용으로 생산돼 대부분 외국으로 나가지만 2001년 첫생산된 뒤 최근 수년새 군 PX(간이매점) 등에서 유통되면서 젊은이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한 해 박카스로 수출을 포함, 2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해외 수출용인 캔 제품은 400억원 정도를 판매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박카스가 주로 피로회복제로 팔리는 것과 달리 해외에선 숙취해소음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군에서는 ‘혼합음료’인 ‘박카스A’로 허가받아 젊은 군인들의 ‘기분전환용’ 음료로 애용되고 있다. 국내
군인들은 ‘엄청 쩐다’는 식으로 박카스A의 맛을 호평하고 있다. 박카스A엔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고 이를 대체할 과라나추출물(0.2%)이 함유돼 있고 타우린도 0.8% 들어 있다. 총 캔 용량이 245㎖이므로 타우린은 1960㎎ 수준이다. 이에 비해 수출용 박카스캔은 용량이 250㎖로 타우린도 거의 비슷한 2000㎎이 들어 있다. 또 국내 시판 캔제품에는 카페인이 함유돼 있지 않은 반면 수출용에는 80㎎이 들어 있다. 박카스캔 제품은 내수 및 수출용 모두 인삼농축액(0.02%)도 들어 있으며 국내 시판가격은 캔당 800원 꼴이다.
수출용 박카스는 미얀마 등 동남아에서는 이미 ‘레드불’의 인기를 넘어서 국민음료가 됐다. 오스트리아가 오리지널인 레드불은 카페인 및 과라나추출물을 함유해 각성제로 인기를 선점했었다. 이를 모방한 게 중국의 홍우(紅牛)로 역시 톱클래스를 달리고 있다.
의약외품인 박카스F(120㎖)는 타우린이 1000㎎ 수준이고 소화기 및 심장 등에 도움을 주는 ‘DL-카르니틴’ 성분이 추가돼 있다. 2011년 박카스F와 함께 일반의약품에서 의약외품으로 전환된 박카스D(100㎖)는 카페인무수물이 30㎎으로 박카스F와 같다. 박카스D는 지난달 가격이 인상돼 약국에서 한 병당 600~700원, 박카스F는 작년 8월 가격이 올라 편의점 기준 800원에 판매된다.
동아제약은 편의점 등 일반 시중판매를 노려 박카스F를 밀었지만, 박카스D가 약국은 물론 소형 슈퍼마켓에서 흘러들어가면서 5배 이상의 압도적인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군 특성상 피로회복제 겸 기분전환음료로 판매하기 위해 병보다 용량보다 크게 늘였다”며 “군에는 유리병 제품 공급이 금지돼 있는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박카스의 정체성은 국민을 위한 피로회복제”라며 “음료시장으로 나갈 생각을 과거에 검토해보긴 했지만 기존의 정체성을 지킨다는 게 확고한 회사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동아제약이 의약외품이나 캔 제품으로서 쌓은 입지를 바탕으로 의약품에 준하는 마케팅을 벌이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며 “박카스 판매의 일등공신인 약사들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동제약의 비타500이 두가지 병(100㎖, 180㎖)과 캔(240㎖), 파우치(250㎖) 등으로 제작해 일반음료 시장으로 나가는 반면 박카스는 약국에서 판매되는 박카스D를 기본으로 의약품 또는 의약외품 범주를 벗어나지 않겠다는 방침이어서 두 제약사의 전략 중 어떤 게 더 먹힐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