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암이 유전적인 요인이나 생활습관의 차이로 인해 생긴다는 기존 통설과 달리 세포분열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진은 총 31가지 암세포의 줄기세포와 암 발생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세포의 분화율이 높을수록 암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31가지 중 9개만이 유전자 또는 생활습관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나머지 22개는 과학자들도 예측하기 어려운 운이라는 게 연구진의 주장이다.
세포는 자연적으로 죽어가는 세포를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분열과정을 거친다. 사람의 몸은 쉼 없는 세포분열을 통해 염색체를 복제하고 인체 조직을 성장시키며 손상된 부위를 보강한다. 세포분열은 한 개의 세포가 점차 갈려져 개수가 불어나는 현상으로 이 과정에서 분열당하는 세포를 ‘모세포’라 부르며 새로 생겨난 세포는 ‘딸세포’라 한다.
세포분열 과정은 크게 무사분열과 유사분열로 나뉜다. 무사분열은 방추사(섬유질 단백질로 염색체 사이를 연결)가 나타나지 않으며 세포핵막이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핵이 둘로 나눠진다. 아메바, 효모 등 하등동식물에서 주로 관찰된다.
유사분열은 방추사가 나타나 염색체의 균등한 분리와 이동을 돕는다. 무사분열과 달리 유전정보를 가진 염색체의 복제와 분배가 이뤄지는 게 핵심이다.
염색체의 행동에 따라 전기·중기·후기·말기로 구분되며 분열과 분열 사이에 휴지기(간기)가 있다. 먼저 휴지기의 세포핵이 전기에 들어서면 핵내 염색사(染色絲, 염색체를 이루는 기본단위)가 나선 모양으로 모여 굵어진다. 이들은 세로로 갈라져 두 개의 서로 접한 염색체가 된다. 이때 세포핵막과 세포 인(단백질의 합성을 돕는 물질)이 모두 사라진다.
중기에서는 염색체가 세포 중앙에 배열돼 방추사가 각각의 염색체에서 한 개씩 갈라져 나온다. 후기에는 두 가닥의 염색체가 방추사에 의해 분리돼 양극으로 이동한다. 말기에는 세포핵막과 인이 다시 나타나 2개의 딸핵을 형성하게 된다.
유사분열은 모세포와 딸세포의 염색체 숫자 변화에 따라 체세포분열과 감수분열로 나뉜다. 체세포분열은 한 개체를 유지하기 위해 이뤄지는 현상으로 모세포와 딸세포 사이의 유전자 개수의 변화는 없다. 상처를 입었을 때 회복되거나 키가 크고 체중이 늘어나는 등 성장과정이나 회복과정에서 보이는 세포분열은 모두 체세포분열이다.
감수분열은 생식세포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체세포분열과 달리 딸세포에는 모세포가 갖고 있는 유전자의 절반만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염색체 숫자에 이상이 생겨 터너증후군이나 다운증후군 등이 나타난다. 정상적인 인간의 염색체는 23개씩 두 쌍으로 총 46개를 가진다. 터너증후군이나 다운증후군 환자는 21번째 염색체가 정상인보다 1개 많은 3개로 총 47개의 염색체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정신지체, 신체기형, 전신기능이상, 성장장애 등이 일어난다. 신체 전반에 걸쳐 이상이 나타나며 지능이 낮고 수명이 짧다.
인체세포는 분열 횟수에 한계가 있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인체세포는 50~70회, 인체내 세포는 약 90여회가 한계치로 알려져 있다. 이런 한계는 세포의 염색체 양쪽 끝에 위치한 염색소립(Chromomere)인 텔로미어(Telomere)의 길이에 따라 좌우된다.
성인의 몸은 약 60~10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세포분열을 통해 하루 약 10억개의 세포가 죽고 새로 만들어지기를 반복한다. 사람은 2년에 한 번씩, 일생 50~60번 정도의 세포분열이 진행되면서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고 이에 분열이 멈춘다. 인간의 수명이 최대 110세 전후에서 그치는 것은 텔로미어의 크기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텔로미어는 체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져 나중에는 매듭만 남게 된다. 반면 생식세포와 암세포에는 ‘텔로머라이제(Telomerase)’라는 효소 덕분에 텔로미어가 줄어들지 않아 무한증식이 가능하다.
2009년 노벨의학상 수상자인 엘리자베스 블랙번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캠퍼스(UCSF) 교수는 세계 최초로 텔로머라이제의 존재에 대해 알아냈으며 스트레스가 텔로미어의 길이 단축을 촉진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