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종영한 tvN 드라마 ‘연애말고 결혼’에서 배우 한그루가 진동클렌저로 세안을 하는 장면. tvN 캡처
여대생 김모 씨(23)는 최근 피부관리를 위해 진동클렌저를 샀다가 ‘돈만 날렸다’며 구입한지 1주일도 안돼 기기를 화장대 안에 고이 모셔놨다. 그는 “지난주 진동클렌저를 쓰고 양쪽 광대뼈가 벌겋게 일어나고 퉁퉁 부어서 낫지를 않았다”며 “피부과에 갔더니 피부염으로 진단받고 스테로이드 연고를 처방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고를 바르고도 좀처럼 낫지 않고 따끔따끔해 걱정”이라며 “스테로이드를 오래 바르기는 겁나고, 큰 돈 들여 기기를 샀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 짜증이 난다”고 덧붙였다.
최근 ‘홈케어’가 유행하면서 피부과에서 볼 듯한 기기를 화장대로 들여놓는 사람이 적잖다. 최근 메이크업기기 트렌드는 ‘진동음파 기능’이다. 진동파운데이션을 시작으로 클렌징 기기에도 진동 기능이 추가되는 분위기다. 손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1초에 300번 진동해 모공 속까지 씻어낸다는 말에 혹할 만하다. 백화점 1층마다 진동클렌저 브랜드가 입점될 정도로 인기가 좋다.
진동마사저의 원조급으로 여겨지는 클라리소닉은 2013년 론칭한 뒤 백화점 온라인몰 클렌저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필립스의 진동클렌저 ‘비자퓨어’는 출시 직후 두 달간 롯데닷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국내 메이크업 브랜드 헤라도 2013년 6월 처음 진동클렌저를 선보였는데 출시 한달도 안 돼 완판됐다. 이들 제품은 10만~30만원대로 만만한 가격대가 아니다.
진동클렌저는 미세모와 진동 마사지기기가 합쳐진 제품이다.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서 모공 속 깊숙이 쌓인 노폐물을 닦아낸다. 진동 특유의 미세 마사지 효과 덕분에 모공의 탄력과 얇은 주름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황사철을 앞두고 ‘모공 속 미세먼지를 제거하라’며 마케팅하는 브랜드도 적잖다.
이들 브러시는 일반 브러시보다 모 길이가 길고 끝이 가늘어 미세먼지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손으로 세안하는 것보다 음파 진동기술로 클렌징 효과가 뛰어나 꾸준히 사용하면 블랙헤드, 모공, 각질 등 모든 피부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윤성환 모델로피부과 원장은 “제품을 내놓는 브랜드들은 각질 제거 효과 등을 내세우지만 진동 클렌저는 사실 각질 제거용이 아니라 피부를 깨끗하게 닦기 위해 사용하는 기기”라고 설명했다.
또 블랙헤드를 빼주기 때문에 모공 깊이 클렌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딥클렌징만큼 자극을 주진 않는다”고 지적했다. 피부과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블랙헤드를 매일 솔로 문지른다고 매끈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윤 원장은 “‘진동클렌저로 블랙헤드가 제거될 수도 있다’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며 “진동클렌저는 빠른 속도로 작동하면서 피부에 회전운동으로 압력을 주는 만큼 블랙헤드 중 표면에 돌출되고, 모공이 많이 개방된 일부는 제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부적절한 사용은 피부를 손상시킬수 있고, 민감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부위별로 적절한 사용법과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즉 모낭 주위에 물리적인 자극을 줘 이 부근의 미세근육을 수축시키는 효과로 간접적인 모공 세척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모공 깊은 곳까지 클렌징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손 세안보다 클렌징 효과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다. 윤 원장은 “피부 모공과 털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먼지와 메이크업 잔여물, 노폐물 등은 손만으로는 완벽하게 닦이지 않는다”며 “브러시를 사용하면 작은 틈새 안까지 잘 닦을 수 있어 위생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세먼지를 깨끗하게 제거할 수 있다. 일반 브러시를 써도 괜찮지만 진동브러시, 즉 진동클렌저를 쓰면 더 잘 닦인다. 일반 칫솔과 전동칫솔의 차이를 생각하면 된다.
또 물리적인 진동은 피부에 존재하는 미세근육에 자극을 줘 일시적인 수축을 일으킨다. 이때 모공이 조여져 얼굴이 작아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경락 마사지와 비슷한 효과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진동클렌저를 사용한 뒤 모공이 조여진 듯 팽팽한 느낌이 드는 것은 모두 이런 원리다.
다만 이같은 효과는 영구적이지 않고 일시적이다. 세안한 직후 로션을 바를 때까지 예뻐보인다. 손으로 절대 1초에 300번의 진동을 줄 수 없으니 진동 클렌저를 사용하는 것인데, 주의할 점은 브러시가 부드러우면 그만큼 클렌징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브러시가 부드러우면 진동이 세거나, 진동이 세다면 브러시가 부드럽거나 둘 중 하나는 갖추어야 개운한 세안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누구나 진동클렌저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부에 자극 없이 제대로 사용하려면 피부 타입에 따라 사용법을 달리해야 한다. 자칫 김 씨처럼 부작용에 시달릴 수도 있다.
윤성환 원장은 “진동클렌저는 자칫 여드름성, 지성, 민감성 피부에 트러블을 유발하거나, 있던 트러블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또한 유수분이 부족한 악건성 피부, 얇은 피부, 민감성 피부에서는 브러시 자체가 자극이 될 수 있고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클렌징기기를 만능제품이라고 여겨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보다 깨끗한 세안을 돕는 보조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부가 두껍고 건강한 지성피부는 매일 아침저녁 사용해도 괜찮다. 반면 건성피부와 민감성 피부는 사용 전 손등 같은 다른 부위에 테스트한 뒤 자극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윤성환 원장은 “건성이나 민감성 피부라면 사용 횟수를 줄여야 한다”며 “자극이 심하면 주 1~2회만 쓰는 식”이라고 조언했다.
피부가 민감하거나 미세먼지나 황사로 피부 자극이 심한 경우에는 이같은 브러시나 진동 디바이스가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브러시에 자극받은 피부는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져 미세먼지에 대한 방어력이 더 약해질 가능성이 높다. 정상 피부라고 해도 진동 디바이스나 모공 브러시를 강하게 압력을 주어 사용하거나 긴 시간 자주 사용한다면 이 또한 후천적 민감함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습진 등 염증이 있다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사용을 피해야 한다. 윤 원장은 “우선 피부염 등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이후 2~4주 정도는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며 “증상이 어느 정도 가라앉은 후에도 2~4주는 피부가 안정되지 않고 흥분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입가나 눈가처럼 얇고 예민한 곳은 더 주의해야 한다.
진동클렌저를 오랜 시간 사용하거나 건성 피부를 가진 사람은 클렌징 후 얼굴이 뽀드득거리는 현상을 쉽게 겪을 수 있다. 진동 클렌저는 손으로 세안하는 것보다 더 높은 세안 효과를 가져다준다. 그러므로 단순히 손으로 세안할 때보다 피부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지질과 각질을 더 쉽게 탈락시켜 클렌징 후 얼굴이 더 뽀드득해지는 것이다.
브러시 관리는 기본이다. 교체시기를 넘겨 그대로 사용하면 솔이 뭉치거나 벌어져 피부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항상 묻어있는 세안제 성분을 잘 헹궈낸 후 꼭 짜서 최대한 물기를 제거한 후 통풍이 잘 되는 서늘한 곳에서 건조시켜 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성환 원장은 “지저분한 브러시보다 차라리 손으로 꼼꼼하게 세안하는 게 낫다”며 “브러시 구조상 사용 후 물기가 잘 빠지지 않아 2~3일은 말려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시간 제대로 건조하지 않고 습기가 많은 화장실, 목욕탕 등에 비치하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 모낭염, 피부염, 트러블 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