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삶의질 향상도 ‘치료 개념’ … 전절제술은 유방·유두·유륜재건에 모두 급여, 부분절제는 급여 제외
유대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
2000년대 초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기자의 외할머니는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모를 전이를 막기 위해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완전절제로 수술받은 할머니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많이 속상했을 게 분명하다. 취미로 즐기던 수영을 그만두고, 사우나에 가는 것도 웬만하면 피했다. 옷을 입을 때는 패드가 붙은 보정속옷을 꼭 챙겨야 했다. 당시 60대 후반이었던 할머니는 따로 가슴재건에 대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소녀라는데, 가슴재건을 받았다면 이런 불편과 고충을 겪지 않아도 됐을 것이라는 마음이 든다.
최근 치료의 개념이 질병을 낫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발병 이전의 삶과 비슷하게’ 유지되도록 돕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유방암 환자에게 ‘암을 제거하는 게 우선이지 가슴복원은 중요한 게 아니다’고 여기던 의료계는 ‘여성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며 유방재건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마침내 지난 1일부터 이 분야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에 1000만원을 넘어서던 유방재건술의 비용은 3분의 1 정도로 경감될 전망이다.
유방재건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기까지 만만찮은 과정을 겪어야 했다. ‘급여화’는 정부에서 예산을 마련한 뒤 시작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이후 유발될 수 있는 부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유방재건술에 보험을 적용해달라는 움직임은 유방암환우회가 2012년 3월 ‘재건술에 보험적용을 위한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일었다. 2012년 9월엔 금융감독원이 유방절제 후 재건비용에 대해 실손의료보험 보전을 결정하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예컨대 지난해 2월부터 미용성형에 부가가치세가 부과됐지만 유방재건술만은 제외됐다. 미용 목적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올해 3월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유방재건술에 대한 급여전환을 추진했고, 대한성형외과학회 등과 수개월 동안 집중적인 논의를 가진 뒤 현재의 수가가 결정됐다.
유대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암으로 가슴을 절제하게 된 여성은 단순히 신체일부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성정체성을 상실한 느낌을 받기 쉽다”며 “유방절제는 생활의 불편함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제까지 유발할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보험 적용은 여성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방을 절제한 뒤 재건술까지가 이어지지 않으면 치료라는 개념이 접목되지 않는 셈”이라며 “유방절제수술은 연간 1만 여건 이상 이뤄지지만 유방재건수술은 1000건 남짓”이라고 설명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이번 보험 급여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치료로 다가갈 수 있어서다. 그동안 유방암 환자는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평소 고가의 유방재건술을 부담스러워한 게 사실이다.
유대현 교수는 “유방재건술이 워낙 비싸다보니 이를 지원해주기 위해선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며 “2012년 8월 심평원이 성형외과학회와 접촉하면서 심각하게 예산 문제를 놓고 고민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유방재건술 급여적용대상은 유방암 환자 중 전절제술을 받은 사람이다. 재건법에 상관 없이 모두 급여가 적용된다. 유방이나 유두의 형성은 물론 유륜 문신까지도 보험혜택을 받게 된다. 또 수술비, 보형물 등 일부 재료비, 수술 후 착용 브래지어는 환자부담 50%선에서 선별적으로 급여가 적용된다.
이밖에 재료비·마취비·입원치료비는 환자부담 5%, 외래진료비 및 치료비·검사비는 암환자 중증 본인부담 5%로 혜택을 받게 됐다.
다만 △암 부분절제 후 유방재건 △양성종양 절제 후 유방재건을 받는 경우 △유방재건을 받으면서 반대쪽 가슴에 축소·확대·거상술을 시행하는 미용목적의 수술 △재건 후 디테일한 결과를 위한 유방밑주름교정술 등 비대칭교정술엔 보험을 적용하지 않는다.
유 교수는 “암 부분절제에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부분이 아쉽지만 시작단계인 만큼 환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늘리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유방암 치료는 암 제거가 우선인 만큼 최대한 암치료에 영향이 없도록 유방재건을 시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부분절제의 경우 자칫 가슴 모양이 찌그러질 우려가 있다”며 “특히 가슴 아랫부분에 암이 있으면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동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유방복원의 목표는 미적 요소와 기능을 살리는 것으로 대칭성, 볼륨감, 유륜·유두 재건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흉터를 최소한으로 남기고, 환자의 직업·취미 등을 고려해 생활패턴에 맞는 디자인을 시행해야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유방재건은 시행 시기에 따라 즉시재건·지연재건으로, 방법에 따라 자가조직·보형물 수술 등으로 나뉜다.
가슴복원은 유방암 초기 환자의 경우 암수술과 동시에 가슴을 복원하는 ‘즉시재건술’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3기 이상 환자 중 재발 가능성이 있다면 경과를 살펴본 뒤 가슴을 복원하는 ‘지연재건술’을 시행하게 된다.
유방재건수술은 가슴에 남아 있는 피부와 근육의 양을 고려해 수술법을 선택한다. 크게 ‘보형물삽입술’과 ‘자가조직이식술’로 나뉜다.
보형물을 활용하는 경우 이를 충분히 덮을 수 있을 만큼의 가슴근육과 피부가 남아 있어야 가능하다. 이 수술은 두번에 걸쳐 시행된다. 1차 수술에서 조직확장기를 가슴근육 아래에 삽입하고 2~3개월 동안 피부를 늘린 뒤 2차 수술에서 확장기를 제거하고 영구 보형물을 넣는다. 수술 시간이 짧고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다만 2회에 걸쳐 수술해야 하고, 재건에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게 단점이다.
자가조직이식술은 늘어진 복부조직을 이용한 방법이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다. 유방이 비교적 큰 경우 복근 일부 또는 연부조직으로 유방을 재건한다. 이는 부가적인 복부성형술 효과로 몸매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배에 생기는 흉터는 비키니 수영복을 입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정도다.
등근육을 이용하기도 한다. 등의 피부, 지방, 근육 등을 가슴 부분으로 옮겨 유방을 복원하는 방법이다. 보형물을 삽입하는 방법에 비해 모양이 자연스럽고 염증 발생 등 부작용 위험이 적다. 안전하지만 경우에 따라 피부를 떼어낼 부위의 운동 제한기간이 필요하고 등 뒤에 흉이 진다. 최근 브래지어 라인 뒤에 흉터를 숨길 수 있도록 개선된 수술법이 선호된다.
유대현 교수는 “유두 재건은 유방 재건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시행한다”며 “이때 의료용 문신을 활용하며, 부분마취로 이뤄져 입원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방사선 치료를 받는 환자는 피부조직이 늘어나기 어려워 보형물 삽입보다는 자가이식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보험급여가 적용되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수술비용에 편승, 무분별한 재건술이 범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정 과만이 유방재건수술을 해야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트레이닝이 부족한 의사가 여성의 삶의 질에 영향이 큰 수술에 뛰어든다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유방재건술은 성형외과 전문의가 시행하면 가산이 적용된 상태다. 되도록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의사가 수술할 수 있도록 일반의사와 차별을 두기 위해서다.
유 교수는 “일반외과에서 유방재건 관련 훈련만 많이 받았다면 문제될 게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일부에서 급여가 된 김에 실험해보는 식으로 뛰어들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방재건술은 유방암 치료 과정에 따라 다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미용성형과 의미가 다르다”며 “유방암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부족한 병원에서 무작정 재건술을 시행하면 환자에게 통증, 피부손상, 감염 등이 일어날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